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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병사였다고? 그건 비겁한 변명이다

  • 입력 2015.05.14 10:34
  • 기자명 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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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두 달 전 예비군을 다녀온 터라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뉴스채널과 종편방송 등에선 하루 종일 예비군 총기사고를 다뤘다. 총기를 난사한 예비군을 포함해 2명이 사망했고, 부상당한 3명 중 1명은 머리에 관통상을 입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 한다.

ⓒ해럴드경제


사고 후 국방부는 사고대책반을 구성해 후속조치를 취했고, 한민구 국방장관은 희생병사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희생자와 가족들에겐 사실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나 다름없다.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의 총기사고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
국방부의 종합발표가 있어야 확실하겠지만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예비군 총기 관리‧감독 부실이라 할 수 있다. 사고를 일으킨 최모 씨(23)가 어떤 동기로 뒤를 돌아본 뒤 사격을 가했는가는 이차적인 문제다. 그가 표적이 아닌 동료들을 쏠 때 어떠한 제한이나 저지가 없었다면 이는 명백히 해당 예비군 부대의 잘못이다. 잠재적인 위험을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관심병사 이어 관심예비군? 핵심과 벗어났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총기를 난사한 예비군이 과거 B급 관심병사였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일차적으로 총기를 쏜 최씨의 행동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가 관심예비군(?)이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도 총기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예비군들을 관심병사로 분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현역 관심병사를 나누는 기준도 모호하다).
또 막상 분류가 이뤄진다 해도, 만약 누군가 우발적인 이유로 총기를 난사한다면 이는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좋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차라리 그보다는 예비군의 총기 관리 및 사격장 통제 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필요성이 있다. 훈련소를 다녀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훈련소 사격장은 예비군 사격장과 딴판이다. 중대장이 방송으로 통제하며, 사로마다 조교가 1대 1로 담당한다. 또 총기와 사대 사이에 안전장치가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어 사고 위험성이 적다.
관심병사를 하나하나 파악하는 것보다 관심병사가 이상행동을 보일 때 신속하게 희생을 줄이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사람은 예측할 수 없지만 사고는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비군의 사격장 시스템은 훈련소의 사격장 시스템만큼 개선되어야만 한다.

예비전력 정예화? 기본적인 안전‧관리부터 챙겨라
이번 사고로 일각에서는 대충 하는 식의 예비군 훈련 자체를 없애자는 의견도 있다. 답답한 마음은 이해되지만 극단적인 주장이다. 좌우지간 우리에겐 북한이라는 대면한 적이 있고, 그들 역시 체계적으로 예비군을 운용하는 만큼 예비군 백지화는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올해 국방부는 국방개혁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예비전력 정예화를 내걸었다. 지각입소를 근절하고, 기존 구형 소총에서 신형 소총으로 교체하고, 참여형 훈련을 늘리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예비군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백번 동의하지만 기본적인 총기관리 및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이 없는 한 국방부의 계획은 속 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 예비군의 안전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예비군이 강화될 수 있을까? 이번 사고를 계기로나마 국방부가 내실 있는 예비군 종합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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