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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귀화 한국 선수들,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지랴

  • 입력 2015.05.13 10:00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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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한국을 떠났나
5월 11일 'MBC휴먼다큐 사랑'에서는 한국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하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의 이야기가 방영됐습니다. 안현수 선수는 아내 우나리 씨와 함께 행복하게 러시아에서 선수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안현수 선수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국에서 겪었던 선수 생활의 어려움을 얘기했습니다. 한국 빙상계의 파벌과 지나친 경쟁의식을 말하면서 씁쓸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다른 나라로 귀화한 사례는 안현수 선수뿐만이 아닙니다. 그들이 한국을 떠난 속사정을 정리해 봤습니다.


안현수 선수는 2002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1위를 시작으로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한국 간판스타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빙상계의 파벌 속에서 남자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여자 국가대표팀과 훈련을 하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경기가 끝나고 어떤 선배는 안현수 선수를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빙상계는 제대로 된 실업팀이나 운동여건이 부족해 안현수 선수는 홀로 훈련을 하다가 2011년 러시아로 귀화,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러시아에 안겨줬습니다.




귀화 후 승승장구하는 한국 선수들
엄혜랑, 엄혜련 자매는 조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열심히 양궁을 했습니다. 비록 대학에는 가지 못했지만, 한국토지공사에서 실업선수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금메달보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팀 선발전이 더 어려운 현실에서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양궁 선수들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일본에서 사는 엄마의 권유로 엄혜랑, 엄혜련 자매는 차례로 일본에 귀화했고, 일본에 양궁 종목 첫 올림픽 메달을 선사했습니다.
김하늘 선수도 2006년 호주로 귀화, 호주 양궁대표팀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바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의 하키 국가대표팀에는 감독부터 선수까지 한국인 선수가 많습니다. 국가대표팀 출신의 신미경과 강명순 등 6명과 한국 남자대표팀 사령탑 출신의 전재홍 감독입니다.
한국 여자하키는 올림픽 때나 잠깐 주목 받지, 평소에는 철저히 외면받는 비인기 종목입니다. 겨우 하키 실업팀에 가도 고작 월급 150여만 원으로 살아야 하는 정도입니다. 결국, 신미경, 강명순 등 6명은 배고픈 한국을 떠나 아제르바이잔에 귀화했습니다. 전재홍 감독까지 포함된 아제르바이잔은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결승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귀화 선수를 향한 잔인한 시선, ‘배신자’
이충성 선수는 대한민국 국적의 재일교포 4세입니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던 이충성은 일본축구협회의 귀화 요구를 거부하고 한국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됐습니다. 한국에서 합숙훈련을 하던 이충성은 소외감과 차별, 거친 욕설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연습시간에는 그에게 공조차 주지 않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이충성은 2007년 '忠成'을 그대로 훈독한 '타다나리'와 한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로마 표기자 'Lee'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귀화했습니다. 이충성은 2011년 AFC 아시안컵에서 일본대표팀으로 결승골을 넣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사랑이 아빠'로 유명한 추성훈은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태어나 유도선수 출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유도를 시작했습니다. 일본 간사이 지역 유도대회에서 3연패를 하는 등 실력이 뛰어났던 추성훈은 1998년 부산광역시청에 입단합니다.


한국에서 활동했던 추성훈은 한국 유도계의 파벌과 편파 판정, 차별 등으로 2001년 일본으로 귀화합니다. 귀화 이듬해인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비록 귀화했지만, 추성훈 선수는 늘 한국을 잊지 못해 격투기 선수로 활약하던 당시 그의 도복에 한국과 일본의 국기를 함께 새기기도 했습니다.


추성훈 선수가 한국인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땄을 때 한국 언론은 '조국을 메쳤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충성 선수가 일본 대표팀으로 출전했을 때 그를 가리켜 '배신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들이라고 귀화하고 싶었을까
크라프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은 한국이 재능 있는 선수를 장난감을 갖고 놀다 싫증나면 버리는 아이처럼, 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줄 모른다고 일갈했습니다.
귀화한 스포츠 선수들은 한국에서 선수로 활동하기 원했습니다. 그러나 차별과 파벌, 배고픈 비인기 종목 등의 어려움 때문에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무엇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등만 기억하며 진짜 스포츠 정신을 잃어버린 한국 스포츠계가 과연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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