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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

  • 입력 2015.05.06 10:13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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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어린이날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낙도 어린이 등 초등학생 17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행사를 했습니다. 청와대를 방문한 아이들은 직업체험 부스를 통해 방송국 기자, 요리사, 소방관, 경찰관, 과학자 등과의 1일 멘토·멘티 시간을 보냈습니다.
진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모 어린이는 "TV를 통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시는 대통령님의 모습을 보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이 생겼다."며 "어렵게 살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는 엄마 같은 대통령이 되고 싶은데, 이런 마음을 갖고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공부도 잘하고 다 잘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며 질문을 했습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어떻게 정치에 입문하게 됐는지를 설명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17년 전 우리나라가 굉장히 어려운 적이 있었다.”며 “우리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피땀 흘러가며 노력을 해 나라를 발전시키고 일으켜 놨는데, 이게 무너져 내려 대한민국이 과거의 가난한 나라로 다시 갈 수는 절대로 없다. 그런 결심을 갖고 정치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박정희가 세운 경제, 박근혜가 꽃피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설명했던 정치 입문 계기는 실제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아버지 '박정희'의 후광이 빠졌습니다.


1998년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근혜. c 매일경제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 4월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처음부터 아버지 박정희에 기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처음 공천을 신청했던 문경·예천도 박정희가 처음 교편을 잡았던 곳으로 박정희의 향수가 강하게 남아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구 지역에 출마한 이유는 대구지역 의원들이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대구지역 의원들이 박근혜 후보에게 대구 지역 출마를 요구한 이유는 '박정희 향수'를 자극, '박정희 대 김대중' 대결 구도로 몰아가기 위해서였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가 세운 경제, 박근혜가 꽃피운다'는 슬로건을 통해 박정희의 '경제 성장 성과'를 내세우며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잘살기 위해서는 쿠데타도 상관없다?
아버지 박정희를 내세워 선거에서 승리한 게 나쁜 일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국민 대표로서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를 범죄라고 부르지 않는 가치관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2010년 11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숭모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c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의원 시절 5·16쿠데타에 대해 "그 당시로 돌아가 볼 때 우리 국민들이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세계에서 끝에서 2번째로 할 정도로 가난한 나라로서 힘들게 살았고, 그 당시에 안보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위기 상황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게 아닌가 한다. 그 후에 나라 발전이라든가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를 돌아봤을 때 5·16이 그 어떤 초석을 만들었고, 그런 것을 봤을 때 바른 판단을 내리셨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쿠데타와 같은 범죄도 용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고프다고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는 법치 국가에서 당연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만약 가난하고 배가 고파 저지른 범죄를 정당화한다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이런 논리는 절대 아이들에게 가르쳐서는 안 될 얘기입니다.
정치와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나라 경제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나 아이들이 돈 버는 일만 우선순위에 둘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해요? 대답 못 한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도 어린이날에 박근혜 대통령처럼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해요?'라는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2006년 5월 5일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 내외. c 사람사는세상

2006년 5월 5일 노무현 대통령 내외는 순직 공무원 자녀와 소년 소녀 가장, 장애 어린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행사를 했습니다. 당시 KBS는 '우리는 꿈꾸러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생방송으로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사회자였던 김제동 씨는 대통령이 꿈이라는 김문원 어린이의 영상일기를 시청한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문원이처럼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제동 씨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하느냐'는 단순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야 “이제 생각났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다 할 겁니다'라는 말과 '대통령이 되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지금부터 열심히 하라'는 말의 차이는 과정과 결과 어느 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정치적으로 따진다면 격렬한 논쟁이 생길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아이들에게만큼은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장래 희망을 위해 중간 과정을 생략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이 미래에 무엇이 되든 그 과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불법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아이들에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너의 꿈을 위해서라면 남의 꿈을 짓밟고 올라서야 된다고 가르치는 사회가 결코 올바른 사회는 아니라고 봅니다. 아래는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린이날 축하 메시지입니다.

나와 이웃 모두를 함께 사랑하면서 살아가되, 어떻게 모두가 공평하게 즐겁고 보람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생각할 줄 아는 어린이가 되어야 합니다. 대통령도 아직까지 그 방법을 다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어요. 그만큼 어려운 문제지만, 우리는 그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계속 생각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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