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이유 소주광고 막아선 꼰대들의 시선

  • 입력 2015.04.27 13:57
  • 기자명 별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마신 술맛은 싱거웠다. 그때 마신 술은 소주. 이런 밍밍한 걸 대체 왜 마시나 싶었다. 그러나 속절없이 시간은 흘렀고, 자연스럽게 술맛을 알게 됐다. 경험상 술은 양면적이다. 기분 좋은 일이 있거나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마시는 술은 달다. 반면 이별의 고통이나 실패와 좌절을 겪은 뒤 마시는 술의 맛은 쓰다. 그리고 그 좌절이 스스로의 역량 밖의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금 아이유가 마시는 술맛은 어떨까? 쓰디쓸지, 싱거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달지는 않을 것이다. 본인의 잘못과 무관하게 TV 광고 하나를 놓치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난 23일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통과됐다. 만 24세 이하의 연예인 또는 운동선수 등의 주류 광고 출연을 금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상파 및 종편채널에서는 ‘아이유 술 광고 금지’라는 제목 아래 해당 기사를 주말 내내 보도했다.


잘나가는(?) 스타들의 주류광고

주류광고는 잘나가는 스타들의 전리품인 동시에 그들의 인기를 측정하는 하나의 가늠자다. 특히 이효리, 신민아 등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은 모두 소주광고를 찍었다. 물론 그들은 1차적으로 광고비를 위해 광고를 찍었겠지만 2차적으로는 ‘톱스타’ 이미지를 굳혀나갈 수 있었다. 아이유 역시 이 공식대로 소주광고를 찍었고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기존의 섹시미를 강조하는 소주광고에 탈피해 순수한 아이유의 이미지와 순한 소주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청소년을 바라보는 꼰대들의 시각
하지만 그 연결고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끊어질지도 모르겠다. 청소년들이 아이유 같이 ‘어린(?)’ 스타들의 주류광고를 보게 되면 음주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복지위가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법안의 취지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도 모호하다.

일단 왜 ‘만 24세’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 민법상 성인은 만 19세다. 물론 청소년 기본법에서는 ‘청소년’을 9세 이상 24세 이하로 규정한다. 하지만 동시에 청소년 보호법에서는 ‘청소년’을 만 19세 미만인 사람으로 규정한다. 청소년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법률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모호한 개념의 ‘청소년’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주류광고 모델의 나이를 제한하는 건 과한 감이 있다.
설령 만 24세 이하까지 청소년이라고 규정한다고 치자. 그런데 그것과 광고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청소년들이 광고를 보면 반드시 그 제품을 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가? 그런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주류 광고 모델 나이와 청소년 음주 사이의 상관관계가 존재할 수는 있어도 명확한 인과관계를 이루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뚜렷한 논리도 없이 그럴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하나로 주류광고에 제약을 거는 꼴이다. 지난해 박 대통령이 강조한 “규제는 적폐”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갑지 않다는 점도 느낄 수 있다. 내 고등학생 때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나는 TV 광고를 보고 술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그보다는 술을 마시게 만드는 상황(대입 좌절, 학교폭력, 사회에 대한 분노 등)이 우리에게 술을 권했다. 청소년이 주류광고를 본다고 술을 마실 것이라 단정하는 건 청소년들이 공익 캠페인을 보고 그대로 따를 것이라 단정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꼰대들이 보는 것처럼 요즘 청소년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청소년 보호도 좋지만 직업선택의 자유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 제15조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직업선택에 있어서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다. 다만 헌법 제37조 2항에 따르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만 24세 이하의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주류광고 모델로 나설 수 없다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의 내용과 충돌하는 부분이다.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은 좋다. 하지만 연예인도 엄연한 국민이다. 따라서 그들의 직업과 합법적인 수익활동은 보장돼야 마땅하다. 물론 광고가 연예인 수익의 전부는 아니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광고는 연예인에게 가장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매체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연예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상충하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

더군다나 나이 때문에 법적으로 광고에 출연할 수 없다는 건 또 다른 의미의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젠더, 인종, 신체적 결함으로 인한 차별에 (표면적으로나마) 엄격히 반대한다. 그런데 난데없이 연령을 기준으로 광고출연을 제한하려 하는 것이다. 이는 주류광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업계의 약속이 아닌 법령이기 때문이다. 즉 법적으로 나이에 따른 광고활동의 차별을 공식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나는 이 점이 더 우려스럽다. 만 24세를 기준으로 어른과 어른이(?)로 알게 모르게 나이권력이 형성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유 술 광고 금지 논란 덕분에 아이유가 나오는 해당 주류광고를 볼 수 있었다. 광고를 보고 느낀 건 2가지였다. 첫째는 아이유가 정말 예쁘다는 사실이었고 둘째는 해당 광고의 마케팅 타겟은 직장인과 대학생이라는 점이다. 10대의 시선과 20대의 시선에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광고에 ‘10대여 술을 마셔라’는 메시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 법안이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까지 통과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상식을 믿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