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세월호 잊기로 작심한 박근혜 정부

  • 입력 2015.04.16 14:31
  • 기자명 오주르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웃기는 정부다. 희생자 가족들이 국민과 함께 조용히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거짓말과 변명으로 실망만 주다가 유족과 국민이 분노하면 야당과 불순세력이 순수한 유족들을 부추긴다며 성을 낸다. 잘못을 강하게 질타하면 종북으로 몰아가고, 꼼수가 들통나면 온갖 구실을 대며 물타기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도리조차 팽개친 박근혜 정부
세월호 1주기.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실종자 가족과 희생자 유족들을 위로하고 함께 슬픔을 나눠야 하는 날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구조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희생자와 유족들 그리고 국민 앞에 죄인 된 심정으로 고개 숙여 참회해야 하는 그런 날이다.
대통령이 앞장서 장관들을 대동하고 안산 합동추모식에 참석해 실종자 가족과 희생자 유족들을 위로해야 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또 팽목항을 찾아 죽은 영령들을 추모하고 정부의 무능함을 사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게 도리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가장 기본적인 도리조차 팽개친다. 황당한 변명과 핑계로 안산과 팽목항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정부는 1주기 하루 전까지 추모식 대신 정부 관변행사인 ‘안전다짐대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추모식 대신 ‘다짐대회’라니. 1주기를 계기로 세월호를 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추모식 불참 여론 악화되자 ‘보여주기 이벤트’ 급조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 일정을 내세워 추모식 불참을, 장관들은 해외출장과 국회일정 등을 핑계로 불참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여론의 눈치가 보였는지 1주기 전날인 15일 박 대통령과 장관들이 모여 ‘세월호 1주기 관련 안전점검회의’를 열었다. 언론들은 “피해자 지원상황, 특별법 시행령 수정논란, 피해자 지원책과 추모행사 정부 지원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회의는 정부의 추모식 불참에 대한 반발 여론을 누그러뜨리려는 이벤트에 불과했다. 명확한 정황증거가 있다. 이 회의 역시 전날 급하게 결정돼 참석을 통보받은 장관들이 잡혀있던 일정을 부랴부랴 바꿔야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가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15일 저녁부터다. 황우여 부총리와 유기준 해수부장관,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 등이 정부를 대표해 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다.
황 부총리는 경기도 안산, 국토부 유 장관은 인천, 그리고 해수부 유 장관은 전남 진도에서 열리는 추모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모두 15일 오후 늦게 급조된 일정이다. 전혀 내키지 않지만 국민들 시선이 따가우니 어쩔 수 없이 얼굴이나 디밀겠다는 건가.


핑계도 가지가지, 추잡한 변명 늘어놓기도
변명도 가지가지다. 교육부는 “황 부총리가 애당초 16일 안산에 가려고 했는데 국회 일정이 있어 눈치를 봐야 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거짓 해명이다. 교육부가 국회에 김재춘 차관이 대신 참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승인요청’을 한 시점은 추모식 불참에 대해 여론이 크게 악화된 이후인 15일 오후부터 16일 오전 사이였다.
국토부장관의 변명은 망발에 가깝다. 1주기 당일 국민안전처가 주관하는 ‘안전다짐대회’에만 참석하는 것으로 돼 있던 장관 일정이 갑자기 바뀌며 인천가족공원 추모 일정이 추가됐다. 국토부는 “원래 추모일정이 있었는데 대변인실에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둘러대며 이런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추모는 경건한 것인데 언론에 알리는 것은 홍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숨겼다.”

저들의 추잡한 변명을 계속 들어야 하는 실종자 가족과 희생자 유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1주기 이 날까지도 조용히 고인을 기리며 추모할 수조차 없도록 가슴에 대못을 박는 정부다. 참 못됐다.


정부의 ‘안전다짐대회’는 ‘세월호 잊기다짐대회’?
국토부장관처럼 정종섭 행자부장관도 안산과 팽목항을 피해 인천가족공원을 택했다. 일정이 너무 빡빡해 진도까지 내려갈 수 없다면 유족들이 모여 있는 안산을 찾는 게 순서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과 희생자 유족들을 만나는 게 겁이 나는 모양이다. 무엇이 켕겨서 저러나.

이런 정부가 세상에 또 있을까. 참사 1주기 이 날까지도 유족과 국민들이 맘껏 슬퍼할 수 없게 만든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생각하며 조용히 애도할 수 있는 시간조차 주지 않으려는 정부라면 국민에게 더 이상 소용없다.
대통령과 장관 모두 미리 각본을 짜놓은 듯 추모식을 피하려 한다. 그 속내는 뻔하다. 1주기 이날을 기점으로 세월호를 잊겠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부의 ‘안전다짐대회’는 ‘세월호 잊기다짐대회’나 마찬가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