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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수사대상, 성역없는 수사가 가능할까?

  • 입력 2015.04.14 12:16
  • 수정 2015.04.14 12:20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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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서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이들이 모두 거명된 ‘성완종 리스트’. 현직 국무총리, 전 여당 대표, 전현직 대통령비서실장 3명, 전 여당 사무총장 2명, 전직 장관 등이 고인으로부터 ‘검은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불법정치자금 논란이 불거졌던 역대 어느 정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일제히 내건 '성역 없는 수사'...약속 지킬까?
‘위기를 절감한 청와대가 선제적 방어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민경욱 대변인의 입을 빌어 자신의 ‘뜻’을 전했다.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며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누구든 봐주지 않고 비리가 드러나면 뿌리 뽑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완구 국무총리와 황교안 법무부장관도 ‘엄정수사’를 약속했다. 이에 맞춰 검찰도 움직였다. 특별수사팀 문무일 검사장은 “결연한 의지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며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좌고우면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정말 ‘성역 없는 수사’가 될까? 아니다. ‘성역 있는 수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물로 더럽혀진 그릇에 음식을 담은들 어찌 먹을 수 있겠는가. 대통령, 총리, 법무장관, 검찰 모두 사실상 사정대상이다. 제 몸에 칼을 대는 수사를 해야 할 텐데 그럴 수 있겠나.

수사대상이 수사 지시를?
박 대통령도 조사대상이다. 성완종 전 회장의 폭로에는 2006년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독일 방문할 때 여비로 쓰라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진술이 나온다. 사실이라면 10만 달러의 종착지는 박 대통령이다. 수수 혐의가 있는 사람이 엄정 수사를 지시한다? 웃기지 않는가.
이완구 총리도 ‘검은돈’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성 전 회장과 “친밀한 관계가 아니다”라며 “경남기업과 고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게 없다”고 주장했지만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경향신문>이 14일 성 전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여기에 따르면 2013년 재보선 때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직접 3천만원을 건넨 것으로 돼 있다. 후원금은 받지 않았어도 ‘검은돈’을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사실이라면 처벌 대상이다.

검찰을 관장하는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어떨까. 국정원 대선개입과 부정선거 의혹의 진상이 드러나는 것을 막은 장본인이자, 민주주의를 크게 위축시킨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과 정권을 향해 칼을 빼야 하는 수사를 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얘기다.
검찰은 더 하다. ‘정치검찰’로 특징 지워지는 대한민국 검찰에게 ‘성역 없는 수사’를 기대하는 건 해가 서쪽에게 뜨기를 바라는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당 정치인 한두 명 수사하면서도 온갖 눈치를 보며 하명을 기다리는 검찰인데 어떻게 살아있는 권력의 심장부를 헤집을 수 있겠나.

벌써 빠져나갈 궁리...그 정황들
때문에 저들이 외치는 ‘엄정 수사’는 분노한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수사에 불과해 보인다. 그러면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벌써 관련 정황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대변인 입 뒤로 숨은 대통령.
전현직 비서실장 3명이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정도라면 대통령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직접 나서 의혹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제 살을 도려낼 각오로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게 옳다. 그런데도 대변인의 입을 빌어 상투적인 말 몇 마디 던지는 게 고작이다.

▲특검 언급 전혀 없다
수사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수사를 지시하고, 정치검찰이 수사를 하는 구조에서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할 리 없다. 청와대와 여당의 입김이 차단된 상태에서 수사를 하려면 방법은 특검뿐. 그런데도 ‘검찰 수사’만 고집한다.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특검보다는 검찰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대선자금 수사 언급 없다
2012년 대선 당시 홍문종 의원(2억원)과 유정복 인천시장(3억원) 등이 고인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들을 조사하려면 대선자금을 들여다봐야 한다. 대선 당시 캠프 관계자들이 각자 밥값, 술값, 인쇄비용 등을 각자 조달하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비공식 선거자금을 끌어다 썼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캠프 조직 중 가장 많은 자금이 필요했던 곳이 조직총괄본부(홍문종)와 직능총괄본부(유정복)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입에서는 ‘대선자금 수사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물귀신 작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일찌감치 ‘물타기’ 작업에 돌입했다.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될 경우를 대비해서다. “어차피 대선 비용 사용내역이 드러나게 돼 있다”며 “야당도 함께 대선자금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야당 인사 이름이 없다. 그런데도 수사를 받으라니. 발상 자체가 고약하다.

꼬리자르기?
대선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대표는 “책임질 것 있다면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실제 돈을 받은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혐의가 없음을 스스로 주장한 셈이다. 수사를 통해 ‘검은돈’이 캠프로 흘러들어 온 게 사실로 밝혀질 경우 아랫사람 몇 명 처벌 받게 하고 자신은 빠져나가려는 술수 아닐까?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메모에 적힌 사람들이) 돈을 받았다면 그건 그 사람 개인적인 문제다.” 김무성 대표의 말이다. 이 말을 풀어보면 ‘캠프 전체의 비리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된다. 검찰이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할까?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성 전 회장의 최측근 인사는 고인으로부터 사망 이틀 전 직접 들은 얘기라며 ‘고인이 2012년 대선 당시 수십 억 원을 뿌렸다’고 주장한다. 이런데도 수사 시작부터 ‘물타기’와 ‘꼬리자르기’ 등 온갖 꼼수가 등장한다. 성역 없는 수사? 벌써 싹수가 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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