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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가 사법처리 받아선 안 되는 이유

  • 입력 2015.04.14 10:13
  • 기자명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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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꾼 홍진표 - 진주의료원 폐업
2013년 진주의료원을 없앨 때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말과 생각과 행동은 정치도 행정도 아닌 단순 무식한 싸움이었습니다. 정치도 행정도 그 출발이 상대방을 인정하는 데 있을 텐데, 상대방을 무시하고 자기만 옳다고 우기는 것이 지금까지 이어온 홍준표 스타일입니다.
또 그런 자기에 맞서면 귀족노조 운운하거나 색깔이 어떠니 저쩌니 함으로써 상대 인격을 모욕했습니다. 비판 기사가 나오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어 사실 보도와 의견 개진조차 때려잡으려 했습니다. 경남도청 출입문까지 걸어 잠갔습니다.

c 경남도민일보

홍준표 도지사는 그러니까 정치인도 행정가도 아니고 싸움꾼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시 경남도청 출입문은 여럿이 쇠사슬로 잠겨 있었고 그렇지 않다 해도 낱낱이 확인한 다음 출입을 시켰습니다. 경남 유권자들은 이런 싸움꾼을 정치인 또는 행정가로 착각할 만큼 눈이 나빴습니다.


무상급식 논쟁 핵심은 '약속을 지키느냐, 깨느냐'
2014년부터 지금껏 벌어지고 있는 아이들 점심 급식비 지원 철회는 선별 복지 전환이 아닙니다. 자기가 했던 약속의 파기일 뿐입니다. 몇몇은 홍준표 도지사의 약속 파기를 두고 보편 복지와 선별 복지의 대항전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것은 약속을 지키느냐 깨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홍준표는 경남도지사가 되는 과정에서도 당선된 뒤에도 무상급식을 그대로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무상급식 지원 철회를 처음 주장했을 당시만 해도 이는 선별 복지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경남도교육청이 감사를 받지 않으면 경남도는 무상급식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홍준표 도지사의 얘기였습니다.

무상급식 지원 대신 서민자녀 교육 지원을 하겠다고 돌려 치는 홍준표 도지사. c 경남도민일보

지금 입에 오르내리는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논란은 그러니까 국면 전환에 따라 또는 국면 전환을 위해 홍준표 도지사가 말을 바꾸고 초점을 흐려온 데서 발생한 논쟁입니다. 홍준표 도지사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한번 ‘떠’보려고 약속을 어긴 싸움꾼에 불과합니다.
공익보다 사리를 앞세우는 이런 나쁜 사람을 경남 유권자들은 똑바로 알아보지 못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오히려 60%에 가까운 지지를 안기며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 도지사로 만들었습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뻔뻔해 보이는 이유
며칠 전 여영국 경남도의원의 질문에 대한 홍준표 도지사의 답변 녹취록을 들어 봤습니다. 앞서 홍준표 도지사는 미국에서 업무 시간에 골프를 치다가 들킨 일을 두고 몇 마디 했는데요, 저는 그 말들이 무척 뻔뻔해 보였습니다.

전국 학교무상급식 지자체 지원 현황(2015. 4. 1. 기준). c 경남도민일보

여영국 도의원에 대한 홍 지사의 답변을 들으며 저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홍준표 도지사나 대변인은 ‘사실상 휴일인 금요일 오후’에 골프를 쳤다 했고 “업자가 접대한 것이 아니라 도지사가 접대했다.”고 했으며 “비용 지불도 업자가 아니라 도지사가 했다.”고 했습니다.
즉, 홍 지사는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그것을 객관 사실로 인정하라고 다그치는 꼴이었습니다.(이런 경우 경상도에서는 ‘쎄운다’는 말을 씁니다.) 그러면서 홍준표 도지사는 자기 주관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능멸하고 모욕하고 무시했습니다.
미국 출장 골프 관련해서 자기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학교 급식을 둘러싼 복지 논쟁을 하려면 꼬투리 잡지 말고 격에 맞게 하라.”고 내지른 대목에서 이는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여영국 도의원 질문에 대해서도 홍 지사는 대답은 제대로 않고 군데군데 중얼거리듯 상대방을 능멸·모욕·무시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홍준표 도지사 본인의 주관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으니까 그 존재를 곧바로 무시·모욕·능멸의 대상으로 삼은 것입니다.

노트북 컴퓨터로 영화 감상을 하는 홍준표 도지사. c 시사IN

홍 지사는 앞서 경남도의회에서 의원들이 질의응답을 할 때 노트북 컴퓨터로 영화를 보았고 이 장면이 <시사IN>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여 의원은 이런 잘못된 태도를 짚었는데 홍 지사는 잘한 것은 아니지만 잘못 또한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이렇게 경우 없이 말하면 경상도에서는 ‘씨부린다’고 합니다.)
게다가 홍준표 도지사는 “흐흐……. 좀 질문하실 때 좀 제대로 공부하시고 제대로 근거를 갖고 질문하십시오.”까지 했습니다. 도지사가 업무 시간에 영화를 본 잘못을 짚는데 무슨 육법전서라도 꿰차야 한다는 얘기인지 모르겠습니다. 끄트머리에서도 “그런 식으로 하니까 흐흐.”, “(비웃는 듯) 에이 추궁을 하시려면 좀 제대로 준비하고 하시지..”라 덧붙였습니다.(갱상도에는 이럴 때 ‘씨부렁댄다’는 말도 씁니다.)

여영국 의원이 서류를 챙기는 모습 뒤 홍준표 도지사 표정이 압권입니다. c 경남도민일보

어떠신지요? 제가 보기에는 이렇습니다. ‘내 말은 단순한 주장이나 주관이 아니라 객관 사실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능멸·모욕·무시하겠다.’ 홍 지사가 뻔뻔해 보이는 원인이 저는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이런 능멸·모욕·무시와 뻔뻔함이 바로 홍준표 도지사의 인격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도지사로서는 모든 면에서 많이 모자란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경남 유권자들은 그의 중앙정치 경력만 보고 또 새누리당 공천만 보고 도지사로 뽑았습니다.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는 유권자들입니다. 두 차례나 그리했으니 고생을 해도 한참을 더해야 마땅한 덜 떨어진 유권자들입니다.


홍준표 성완종에 1억 받았다는 메모 나왔지만
이런 와중에 홍준표 도지사가 1억 원을 받았다는 메모가 나왔습니다. 성완종이라는 정치인 겸 기업인이 그 주인입니다. 4월 9일 자살할 때 몸에 지니고 있었다 하고 이로 말미암아 검찰 수사도 예상이 됩니다. 하지만 저는 홍 지사가 1억 원을 받았다고 확인된다 해도, 사법 처리는 받지 않기 바랍니다.
홍 지사가 사법처리를 받게 되면 도민 대다수를 적대시하는 싸움꾼 도지사, 약속을 마음대로 깨는 도지사, 유권자를 무시·모욕·능멸하는 나쁜 도지사를 경남 유권자들이 자기 힘으로 몰아낼 수 있는 길이 막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경남 유권자들이 자기 손으로 나쁜 도지사를 뽑은 잘못을 스스로 깨닫고 뼈저리게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정과 반성이 잘못 뽑은 도지사를 몰아내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3일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는 홍준표 도지사. c 경남도민일보

그렇지 않고서는 무한 악순환밖에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홍준표 도지사가 사법처리를 받아 물러난다 해도 다음 선거는 결과가 뻔합니다. 정치나 행정에서 나름 경력이 있고 새누리당 공천을 받는 인물이 무조건 당선됩니다.


유권자 각성 없으면 무한 악순환뿐
황철곤 전직 마산시장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95년 당선된 김인규 마산시장은 한일합섬으로부터 공장터를 아파트터 등으로 바꿔주는 대가로 5,000만 원 뇌물을 받았습니다. 99년 창원지법과 부산고법은 징역 5년 5,000만 원 추징을 선고했고 2000년 3월 대법원 확정 판결로 시장직을 잃었습니다.
뒤를 이은 마산시장이 바로 황철곤입니다. 이 인물이 한나라당 공천으로 마산시장이 됐는데, 이때 수정만 매립지 STX조선기자재공장 설치 등으로 마산이 얼마나 황폐해졌는지는 따로 말씀드릴 필요도 없습니다.

수정마을 할매들은 황철곤 당시 마산시장이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마을 한가운데 조선 관련 공장을 들이려 하는 바람에 이렇게 윗옷까지 벗어제껴야 했습니다.

마산 유권자들은 이런 인물을 삼선까지 시켜줬고 황철곤은 황제처럼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전임 시장보다 훨씬 더했습니다. 황철곤 시장은 재임 중에도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더니 2010년 퇴임 뒤에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음 등이 인정돼 징역까지 살았습니다.
이런 참화를 다시 안 겪으려면 경남 유권자가 잘못을 깨닫고 뉘우쳐야 하며 더 나아가 나쁜 도지사를 자기 힘으로 몰아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다른 힘이 물러나게 하면, 그것은 또 다른 홍준표를 예비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경남에 사는 모자란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해보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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