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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메모', 한 달 만에 달라진 청와대의 입장

  • 입력 2015.04.13 10:22
  • 수정 2015.04.13 10:23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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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회장이 사망하면서 남긴 메모 한 장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습니다. 불과 55자에 불과한 쪽지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성완종 리스트'라 불리는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메모 속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대선 조직 운영자

가장 먼저 성완종 메모의 특징은 허태열, 홍문종 등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조직 운영자가 제일 앞에 나왔다는 점입니다.
성완종 전 회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서너 차례에 걸쳐 7억 원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이 허태열 전 실장에게 돈을 줬다는 강남 리베라호텔은 2007년 당시 친박계 인사들의 연락장소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허태열 전 실장이 돈을 받아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사용됐다면, 당시 박근혜 후보 측에서 돈을 이용한 선거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허태열 전 실장이 7억 원의 돈을 박근혜 후보를 위한 경선에 사용하지 않았다면 시효가 지난 '정치자금법'이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공소시효 10년)'를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이 죽기 전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 ⓒ오마이TV

성완종 전 회장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 대선 때 2억 원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은 홍문종 의원이 대선 당시 본부장을 맡았으며, 2억을 줘서 조직을 관리했다고 밝혔습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친박 최측근 인사입니다. 홍 의원은 대선 때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을 정도로 '조직의 귀재'입니다. 그가 대선 때 조직을 운영했고, 성완종 전 회장이 그 조직을 위해 2억이라는 돈을 줬다면, 대선 때 박근혜 캠프가 불법 자금을 사용했다는 말도 됩니다.
성완종 전 회장의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라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선거를 치른 셈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

'성완종 메모'의 두 번째 특징은 리스트에 있는 사람 중 3명이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점입니다. 성완종 메모에는 유정복 인천시장과 홍준표 경남도지사, 부산시장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현 부산시장은 한나라당 사무총장 출신인 서병수이다. 서병수 시장과 전직 허남수 시장 모두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완종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1년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의 측근이었던 OOO씨에게 1억 원을 전달했으며, OOO씨도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틀리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 필요하다면 검찰에서 밝히겠다 고 말했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이 메모에 3명의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을 쓴 이유는 자신이 돈을 줬던 인물 중 파장이 클 수 있는 사람들을 선택했다고 봅니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타격은 그대로 선거에 이어지기 때문에, 현 정권과 여당에 엄청난 부담을 안길 수 있습니다. 그런 점을 노리고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이름을 쓰지 않았느냐는 추측도 해봅니다.

정권 실세
'성완종 메모' 속에는 김기춘,이병기,이완구라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구체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갔을 시기에 10만 불을 줬다고 적혀 있지만, 이병기,이완구라는 이름 옆에는 액수가 없었습니다.

왜 이완구와 이병기라는 이름 옆에는 액수가 없었을까요? 이완구는 현직 국무총리, 이병기는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입니다. 현 정권의 실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을 수사하는 가장 윗선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성완종 전 회장은 메모를 작성할 때만해도 한 가닥 희망을 품었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막아줄 수 있는 인물이 이완구 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이라고 믿고 수 차례 그들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성완종 메모'가 죽기 직전에 작성된 거라면, 현직 실세를 향해서는 구체적인 액수보다 더 큰 검은 뒷거래가 있다는 여운을 일부러 남겨놓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막 열린 판도라의 상자
'성완종 메모'가 어떤 진실을 담고 있는지 아직은 모릅니다. 그러나 죽은 시신에서 나온 증거인만큼 성완종 전 회장의 마지막 인터뷰와 더불어 철저하게 수사를 하다 보면, 진실에 근접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과 한 달 전에만 해도 부정부패와 비리를 뿌리째 뽑겠다며 강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벌어진 '성완종 리스트'에 관해서는 단 한 줄짜리 서면 브리핑만 내놓았습니다.
레임덕이 시작되는 정국을 비리 척결이라는 강력한 칼로 앞서나가던 모습과 비교하면 너무나 바뀌었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성완종 메모'에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부터 비서실장, 현직 지자체장, 자신의 선거 조직 운영자 등이 대거 연루됐기 때문입니다.
국내 모 치킨회사는 '계(鷄)율은 지엄한 법~!'이라며 국내산 치킨을 사용하는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치킨회사조차 약속을 지키겠다는 시대입니다. 대통령이 불과 한 달 전에 비리의 덩어리를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 만큼, 자신의 측근과 상관없이 지켰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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