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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울리는 아르바이트 사기

  • 입력 2015.04.09 14:09
  • 기자명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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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ㄱ 씨(25)는 구매대행 업체로부터 구미가 당기는 아르바이트를 제안 받았다. 통장을 주면 그 통장으로 대리 거래하는 대신 거래 건마다 5만 원을 입금을 해주겠다는 것. 그는 5만 원이라는 가격에 혹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통장을 계속 빌려준다는 것이 꺼림칙해 아르바이트를 거절했다. 알고 보니 통장을 빌려주면 그 통장을 대포 통장으로 이용하는 방식의 사기였다.

# ㄴ 씨(23)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구인 공고 사이트에 이력서를 만들어 공개했던 참이었다. 어느 날 문자가 왔는데, 바로 ‘쇼핑몰 리뷰’ 아르바이트를 소개하는 문자였다. 30건에 6만 원, 60건에 12만 원을 지급한다는 문자에 ㄴ 씨는 부랴부랴 문자에 나와 있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질문을 넣었다. 허나 이야기를 하던 중 상대방의 말투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느껴져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신종 사기였다. 아르바이트 방식은 구매를 하고 다시 철회한 다음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었는데, 회사 측에서 구매 및 철회 과정을 진행한다며 개인정보를 빼간 다음 대포 통장을 만들어 쓰는 사기 수법이었다.
# ㄷ 씨(23)는 지난 1월, 아르바이트를 구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에서 구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가 사기였던 것. 합격통지를 받고 언제 어느 사무실로 오라는 이야기만 2주 째 기다리다가, 마침내 연락이 닿아 갔던 사무실에서 사원증을 만들어야 한다며 카드와 카드 비밀번호를 가져갔다. 그후 "3일 안에 근무할 곳을 알려주겠다."고 한 회사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지역의 경찰서에서 ㄷ 씨의 카드가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경찰서를 찾아가 자신도 피해자임을 증명해야 했고 해당 계좌뿐만 아니라 다른 계좌까지 거래가 막혀 다시 푸는 데 시간을 써야 했다. 더군다나 해당 계좌는 3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도 은행 창구 거래만 가능하고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경찰서에서 호출할 경우 경찰서에 출석도 해야 한다.



'아주 좋은 조건'이면 의심하라
최근 아르바이트를 매개로 하는 사기 사건이 늘고 있다. 아르바이트 사기가 늘자, 대표적인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인 ‘알바천국’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아르바이트 허위 채용을 이용한 ‘대포통장’ 사기에 조심하라는 팝업까지 띄우고 있다.

c 알바천국

알바 사기꾼들은 20대가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데 목말라 있다는 점을 악용한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3월 3일 발표한 대포통장 관련 사기 현황에 따르면 20대 피해자가 전체의 4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기꾼들은 '아주'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20대는 그에 혹해 지원한다. 채용된 20대들은 좋은 조건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기쁨을 누리느라, 평소라면 의심해 봤을 부분도 그냥 넘긴다. 또한 20대들은 그들의 부당해 보이는 요구에도 '이 정도 조건이면 어디서 못 구한다’는 생각에 순순히 자신의 정보를 내주게 된다.


당신이라고 안 당할 수 있을까?
사기에 당한 20대들을 향해 마냥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고 질타하기엔 수법은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 ㄷ 씨의 경우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 입사 관련 서류 작성법이나 급여통장, 차후 업무 교육, 업무 일정까지 여러 차례 하루 3-40분씩 통화로 교육을 받았다. 이렇듯 평범한 회사보다 더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쉽게 ‘사기’란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 외에 입사 지원서, 채용 희망자 사전 등록서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이력서와 비슷하지만 기존 이력서들과는 다르게 주민등록번호 전체 13자리를 요구하는 등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큰 차이를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체크카드의 경우엔 사기 수법이 더 치밀하다. 회사 보안카드나 출입증을 제작해야 하는데 사설 업체에 맡기면 몇 만 원가량의 돈을 내야 하니 체크카드를 주면 그 칩을 그대로 이용해 공짜로 만들어 주겠다는 식이다. 이런 수법에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이 ‘체크카드를 낸다’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내야 하는 돈의 차이에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 자신도 모르게 별 의심 없이 체크카드를 내주는 것이다.
체크카드를 내주지 않더라도, 아르바이트생의 주민번호와 증명사진만으로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다. 그 개인정보를 이용해 주민등록증을 위조해서 새 통장을 만들고 그 통장으로 사기를 치는 것. 증명사진이 있으면 사업자로 등록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사기, 예방 교육만이 해법
대포 통장 사기에 휘말릴 경우, 통장을 내주는 것으로 대가를 받지 않았다면 직접 처벌에서는 면제되지만 대가를 받았다면 대포 통장으로 직접 사기를 치지 않았더라도 처벌받게 된다. 또한 피해자 중에는 자신의 통장에 있던 돈까지 인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설령 대가를 받지 않아 처벌을 피하더라도 ㄷ 씨의 경우처럼 사건이 끝날 때까지 경찰서에 출석을 해야 하고 은행 거래가 막히는 등 불편함이 수 개월간 따른다.
신종 아르바이트 사기는 '좋은 조건의 일자리'라는 생각에 의심을 거두게 하거나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는 점을 노린다. 게다가 통장이 넘어간 순간 이미 사기 피해자가 되기 때문에 순간순간 사기가 아닌지 따져보는 수밖에 없다. 사기에 대처하는 주요 방법으로는 체크카드를 내주지 않을 것, 개인정보를 쉽게 내주지 않을 것, 의심이 간다면 사업자 등록번호와 사무실을 조사해볼 것, 만약 체크카드나 개인정보를 내주었다면 계좌 비밀번호를 바꿀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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