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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막말' 충암고 알고보니 사학비리 백화점

  • 입력 2015.04.08 11:39
  • 수정 2015.04.08 12:05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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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비 막말 논란을 일으킨 충암고 교장과 교감이 각각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들은 '충암고 급식에 관한 교감 지도 내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충암고 교감은 급식비 지도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충암고 교감은 급식비 미납 지도 과정에서 언론 보도와 같은 막말은 없었고, 지도의 이유가 급식비 미납이나 급식실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충암고 교감의 변명은 문제의 원인이 학생이 아닌 충암학원이라는 사학재단과 학교의 부실운영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습니다.

사학비리 백화점 충암학원

충암고등학교를 운영하는 충암학원은 1965년에 건물 하나로 학교 설립인가를 받았는데 현재는 1천억 원대의 재산을 가진 거대 사학재단으로 변신했습니다.


▲ 건물 곳곳에 금이 가고 오래된 충암고등학교. ⓒ 경향신문

충암학원은 학교 돈을 빼돌려 부동산과 주식 투자 등으로 재산을 만들었습니다.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사학재단이 학생을 통해 돈만 벌고, 학교에는 투자하지 않으니 학교 건물은 낡고, 학생들의 교육 여건은 계속 엉망이 됐습니다.

2011년 서울시교육청의 조사 결과 충암학원은 무려 34건의 비리 혐의가 적발돼 '사학비리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충암학원의 이사장은 2005년 뇌물과 병역비리로 재단에서 쫓겨났습니다. 이후에는 쫒겨난 이사장을 대신해 부인과 아들, 딸이 번갈아 이사장 직을 맡았습니다. 며느리와 조카는 법에도 없는 유치원 실장이나 교사로 근무하며 월급을 받았습니다. 이사장의 처남은 명목상 행정실장으로 근무했지만 실제 업무는 계약직 직원이 모두 도맡아서 했습니다. 이사장의 차량 운전사 월급과 사학재단의 난방유 등의 지원은 법인 재산이 아닌 학교의 돈을 빼돌려 지급됐습니다. 매년 학교 돈으로 설립자의 묘소를 참배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하지도 않은 학교건물 창호교체 공사를 했다고 속여 8천만 원을 횡령하고,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학교 돈을 빼돌렸습니다. 급식실 운영이나 급식기구 구매에서도 각종 비리와 문제점이 발견됐습니다. 신규교원 채용 과정의 평가자료가 무단으로 폐기됐고, 학교 운영에 관한 회의록은 거짓으로 작성됐습니다.


▲ 충암고등학교와 충암학원의 각종 비리들 ⓒ 오마이뉴스

서울시교육청은 2011년 충암학원 이사장과 이사, 감사 등 이사회 전원에 대한 취임승인 취소 의견을 냈고 중 고등학교 전직 교장 등 10명과 교직원 29명은 중징계 조치를 받았습니다. 동문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이 터지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육성회비를 못내 혼났던 악몽이 떠올라

30대가 넘은 사람들은 황토색 육성회비 봉투를 기억할 것입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이 봉투를 받을 때마다 고민에 빠졌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 육성회비 봉투를 부모에게 내밀어 봤자 '내일은 꼭 줄게'라는 말밖에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육성회비를 가져가지 못한 날이면 두렵고 떨렸습니다. '육성회비 안 낸 사람 다 나와'라는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면, 몇 명 아이들은 쭈뼛거리며 교탁으로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 자리에서 선생은 '왜 육성회비를 안 내는데, 너희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든줄 알아?'라며 면박을 줬습니다. '오늘 청소는 육성회비 안 낸 애들이 한다'면서 육성회비를 내지 못했으니 머슴처럼 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육성회비를 낼 때까지 계속 주번을 시킬 때도 있었습니다.

충암고 교감이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을 대상을 급식비 지도를 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수업 시간에 교감이 들어와 '육성회비 내지 않은 놈들은 모두 가방 싸서 집에 가'라는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흉악범죄의 대명사 신창원은 자신이 범죄자가 됐던 이유가 선생님 때문이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하고 머리 한번만 쓸어 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때 선생님이 '이 쌍놈의 새끼야, 돈 안가져 왔는데 뭐 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하고 소리 쳤는데 그 때부터 마음 속에 악마가 생겼다." 《신창원 907일의 고백》 중

학교는 영리를 목적으로 세운 기업이 아닙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밖으로는 교육을 내세우면서 안으로는 가족들의 부와 권력을 채우는 사학재단이 많습니다.

충암고등학교 급식비 사건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무상급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교육을 망가뜨리는 사학재단과, 이 땅의 거짓 선생들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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