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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뽑기 게임기는 처음부터 조작된 ‘돈 먹는 하마’

  • 입력 2015.04.07 17:33
  • 수정 2015.04.07 17:36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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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뽑기 게임 많이들 해보셨을 겁니다. 동전을 넣으면 쇠로 된 집게를 조종한 뒤 내려보내 투명한 통 안에 든 내가 갖고픈 인형 또는 선물을 집어올리는 게임, 될 듯 될 듯하다 결국엔 집게발이 힘이 약해서 눈 앞에서 인형을 놓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죠. 특히 인형을 뽑다가 저 집게발은 어쩜 저렇게 힘이 없이 비실비실한지 원망해보신 적 많을 겁니다. 안 그래도 빽빽하게 들어차있어 집게발을 제대로 내리기도 어려운데, 간신히 고리에 인형을 걸어봤자 자꾸 놓치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형뽑기 기계 자체가 원래 허술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형을 잘 뽑는 게 목적이 아니라 최대한 소비자의 주머니에 든 동전을 많이 끄집어내는 게 목적이니, 완벽하게 제작됐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건 대단한 사기나 법을 위반한 조작이 아닙니다. 인형뽑기 기계 사용설명서에 나와있는 내용을 그냥 전해드리는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형뽑기 기계를 설치하는 가게 주인은 집게발의 힘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갈고리 모양의 집게발은 인형을 뽑는 내내 물건을 움켜지는 힘이 일정하지 않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기계를 설치하는 사람이 원하는 타이밍에 얼마 동안 물건을 잘 움켜쥐고, 나머지 시간은 반대로 물건을 잘 흘려버리고 말지를 정할 수 있는 겁니다. 더 아나가 아예 상품 개수를 정해놓을 수도 있습니다. 100번 시도하면 그 안에 3번 당첨되도록 입력해놓으면 기계가 알아서 그렇게 작동하는 거죠. 인형뽑기 게임 기계를 만드는 대부분의 회사가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니, 아마 지난 주말 여러분이 놀이공원에서 씨름했던 그 기계도 마찬가지였을 확률이 높습니다.


당신을 유혹하는 악마의 손

바로 이 지점에 가게 주인들의 고민이 있습니다. 기계값, 설치비용을 빼더라도 상품값으로 든 인형값을 뽑고 최대한 이윤을 많이 남기려면 사람들이 최대한 아슬아슬하게 인형을 못 뽑도록 기계를 작동시켜야 하는데, 그 최적의 이윤을 남기는 지점을 고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통 23번 시도했을 때 한 번 꼴로 상품이 지급되도록 입력해두면, 50% 정도의 이윤을 남긴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너무 인형이 안 뽑힌다는 소문이 나버리면 손님들의 발이 끊길 수 있으니, 처음에는 그보다 집게발에 힘이 더 들어가도록 입력해 ‘이 기계 인형 잘 뽑힌다’는 소문을 내는 것도 가게 주인들의 전략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슬롯 머신의 경우 확률을 지나치게 낮게 조작해 소비자들의 돈을 쥐어짜내지 못하도록 규제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형뽑기 게임 기계에 대해서는 그런 규제가 없습니다. 대신 미국 정부는 뽑기 게임의 상품 가치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도박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품은 작은 인형이나 비싸지 않은 장신구들인 경우가 많죠. 1951년에 도박 기계로 지정돼 서비스가 금지됐던 인형뽑기 게임기는 1974년 규제가 완화되면서 다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뽑기 게임 후기를 영상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 올라오는 영상은 대부분이 뽑기에 성공한 영상이라 이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음 번에 뽑기 기계를 지나칠 때 시간이 되면 한두 번 시도해보도록 만드는 홍보 효과까지 발휘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재미난 건 어느 기계가 확률이 높고 반대로 낮은지를 집단 지성을 이용해 충분히 공유할 법도 한 소셜미디어 시대에 인형뽑기 게임 후기 사이트 같은 게 없다는 사실입니다. 각종 비즈니스 후기 사이트 업계 1위인 옐프(Yelp) 대변인은 옐프에 등록하려면 해당 업종을 분류할 만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인형뽑기 게임 자체를 하나의 업종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필요한 정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형뽑기 게임기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어 보입니다. 게임을 안 하고 그 돈을 아껴 다른 일에 쓰는 겁니다. (V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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