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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의 '효율성'을 따지는 이들에게

  • 입력 2015.04.06 15:06
  • 수정 2015.04.06 19:09
  • 기자명 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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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 년이다. 지난 해 4월 자식 잃은 부모들이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삭발을 감행했다. 무엇이 자식 잃은 부모들을 원통하게 했는가.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이게 문제다. 국민들이 성금을 모으고,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하고,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에 그 오랜 시간 버텼음에도 대한민국의 시간은 2014년 4월 16일에 정지된 채 흐르고 있다.


c 민중의소리


물론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해경이 해체되고 국민안전처가 신설됐다. 세월호 선장을 비롯해 과실을 저지른 승무원들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안전 규정을 꼼꼼히 점검하지 않은 공무원들과 제때 구조 명령을 내리지 않은 해경 간부 등도 직‧간접적인 처벌을 받을 예정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세월호의 피해자 및 유가족에 대한 치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참사 직후 수많은 정치인들이 앞장서 진도 팽목항으로, 단원고로 달려가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들이 힘이 없어서인지 의지가 없어서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여전히 세월호 참사가 현재진행형이란 사실이다.

유가족이 삭발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뉴스 포털 아래 달린 댓글들은 냉정의 극치를 보여줬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 ‘보상금 받고 알아서 인양해라’, ‘교통사고 난 걸 왜 내 세금으로 보상해줘야 하냐’ 등등 하나같이 냉소적인 어투의 의견들이 많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댓글들이 ‘베스트 댓글’이란 점이다. 세월호 사고 직후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과 180도로 다르다. 1년 사이 사람들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또 지긋지긋한 댓글 알바님들의 농간일까? 그것도 아니면 일부 포털 사이트의 극단성에 불과한 현상일까?



유가족과 국민은 선체 인양을 바란다

다행히 사람들이 변한 건 아닌 것 같다. 국민 대다수는 선체 인양을 바란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그를 증명한다. 4월 2일 MBN에서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세월호를 ‘인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49.4%로 ‘인양하지 말고 추모공원 조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 25.4%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11월 조사에서도 ‘인양해야 한다’가 54.3%, ‘인양하지 말아야 한다’가 27.6%였다는 점이다. 비록 MBN은 지난번 조사보다 선체 인양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찬반 의견 모두 소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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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비용 문제를 들이민다. 선체 인양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식의 논리다. 대표적인 이가 김진태 의원이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또 다칩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13일에도 CBS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인양 반대 의견을 피력한 적 있다. 그는 당시 “추가 희생자가 나타날 수 있다. 또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그리고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3가지 이유로 선체 인양을 반대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선체 인양 반대론자다. 그 역시 같은 날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세월호 인양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세월호의 침몰 원인에 대하여는 근 1년간의 집중보도와 수사 및 조사에 의하여 충분히 밝혀졌다.”, “인양엔 너무 많은 국가예산이 들어간다.”, “건져 올린 세월호 처리도 문제다. 조사 후 폐기하는 것은 비용 대 비용 효과 면에서 너무 큰 낭비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또 그는 선체 인양을 포기한 사례로 에스토니아 호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선체 인양에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는 하나같이 효율을 추구한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건 결국 비용 대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아니었나. 사고가 일어난 데에는 미숙한 선장과 항해사의 과실도 크지만 그 이면에는 문제가 있는 낡은 배를 무리하게 들여와 개조한 선박회사의 이윤 추구가 있다. 또 그 뒤에는 그걸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혹은 않은) 정부의 무능한 관리능력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 김 의원이나 조 전 대표의 주장은 기업의 경제적 이윤 추구와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다시금 경제적인 이유로 선체 인양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조갑제 전 대표가 사례로 제시한 에스토니아 호의 사고가 일어난 해는 1994년이었다. 당시 스웨덴 정부가 인양을 포기하고 침몰 해역에 콘크리트를 부어 실종자 757명의 안식처로 조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가 처음부터 인양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3개월 동안 인양을 시도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도저히 인양이 불가능했기에 인양을 포기한 것이다. 조 전 대표가 자신의 논리 강화 차원에서 이 사례를 제시했다면 그의 논리를 반박하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2012년 이탈리아 토스카나 해안에서 침몰한 초대형 여객선 코스트 콩코르디아 호는 무려 20개월 동안 8,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한 끝에 인양했다. 그들이 효율을 따졌다면 결코 감당할 수 없었을 막대한 비용이다.



유가족 배‧보상 기준 발표로 가려진 진상규명과 선체 인양

우리 정부의 대처는 심히 유감스럽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폭을 제한한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동시에 세월호 사고 배‧보상금 기준을 발표해 가족들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세월호 가족들이 삭발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정부의 시행령안이었다.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특조위에 변화를 주려는 정부의 진의가 궁금하다. 특조위 인원 구성이나 예산 편성 사안 등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미진한 부분에 대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시행령안은 말 그대로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사안이나 다름없다. 그러면서 공연히 유가족 배‧보상 기준을 발표해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기시감이 든다.


c 민중의소리


특조위가 사상누각인데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현재 특조위는 정부 시행령안에 강력 반발하는 상황이다. 정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정부 및 각 정당과의 접촉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특조위는 엄연히 독립기구여야만 한다. 정부 인사, 정치권 인사의 영향력이 조금이라도 행사된다면 특조위의 발표는 신뢰도를 잃게 될 것이다. 기실 냉정은 유가족이 아닌 특조위에 요구되어야 할 덕목이다. 오직 사건과 사고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잊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제 그만 잊으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이 느끼기엔 엄연한 폭력이다. 세월호 인양에 필요한 비용을 이것저것 따져볼 수는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인양을 하는 만큼 정확한 예산 집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로 세월호 인양을 포기하자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 말은 곧 사람보다는 돈이 중요하다는 말이 되어버리니까. 그리고 그 말은 곧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 아닌 돈이 된다는 걸 전제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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