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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투자비리, 류현진으로 막나?

  • 입력 2015.04.01 10:17
  • 수정 2015.04.01 10:20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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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공사(KIC)는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을 위탁받아 관리·운용하는 국부펀드다. 올바른 경영이 요구되는 공기업지만 MB 정권이 들어서면서 파장이 큰 이슈에 휘말리는 등 여론의 빈축을 받아 왔다. 게다가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인 안홍철 현 사장의 정치적 편향도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망해가는 메릴린치에 2조 원 투자한 KIC

2008년 10월 KIC가 톱뉴스에 오른다. KIC로부터 2조원을 투자 받은 메릴린치가 BOA(Bank of America)에 헐값에 팔리면서 1조원 이상 손실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자 언론들까지 크게 경악했다. 손실 규모는 차치하고도 투자결정 과정이 온갖 비리를 섞어놓은 ‘의혹 범벅’ 같았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로 메릴린치가 수십조 원 손실을 입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던 그때 투자를 결정하다니. 그것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으로 말이다. 자금 요청이 있은 지 단 일주일 만에 투자가 이뤄졌지만, 메릴린치는 500억 불의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채 8개월도 못 버티고 BOA에 매각되고 말았다. 아주 수상한 투자다. 언제 망할지 모를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도, 20억 달러에 달하는 나랏돈의 집행을 단 며칠 만에 결정한 것도 모두 납득이 안 된다. 권력의 개입 없이 이런 게 가능할까?

KIC가 투자 결정이 내릴 때 MB는 대통령인수위를 꾸리고 있었다. 메릴린치의 요청이 있자마자 사전에 무슨 언질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정부가 신속하게 움직인다. KIC 사장과 재경부(현 기재부) 심의관이 대통령인수위 강만수 간사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KIC는 이틀 뒤 투자 여부를 논의할 위원회를 소집한다. 재경부는 메릴린치 투자에 걸림돌이 없도록 KIC의 투자제한규정을 삭제하고, 직접 법률자문도 맡았다.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자 재경부 관계자들이 인수위 보고내용과 투자결정과정 기록을 삭제하라고 KIC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상한 측근 스카우트

메릴린치는 단지 ‘중간자’일 뿐, 20억 달러의 종착지가 다른 곳이라는 풍문도 있다. KIC가 메릴린치에 투자하면 메릴린치는 이 돈을 약속된 어떤 회사에 투자하는 것으로 짜고 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야당 의원은 돈의 종착지로 MB의 형 이상득씨의 아들이 임원으로 있는 회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MB의 40년 지기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투자 성사 직후 아들 김형찬씨가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스카우트되고,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점장 자리에 오른다. 투자 성사에 대한 대가라는 주장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정황들이다.




투자를 성사시켰던 인물들 모두 승승장구했다. 강만수 인수위원은 기재부장관이 됐고, 홍석주 KIC 사장은 제일모직 사회이사, 박제용 KIC 이사는 외환은행 수석부행장, 조인강 기재부 심의관은 세계은행 대리이사로 영전했다. 김백준씨는 청와대에 입성했고 그의 아들은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이 된다.

이렇게 메릴린치와 인연을 맺은 김형찬씨는 곧바로 석유공사와 연결된다. 석유공사의 12조원짜리 해외유전개발사업 자문회사로 선정된 것이다. 선정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 1차, 2차 심사 모두 계량평가에서는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지만 심사위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비계량평가에서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베스트 의혹' 그 뿌리는 KIC

하베스트 의혹은 자원외교 비리의 대표격이다. 이 의혹을 거슬러 올라가노라면 메릴린치 서울지점과 석유공사를 거쳐 마지막에 당도하는 곳이 바로 KIC다. 이런 KIC가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박찬호, 류현진 선수 등의 활약으로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미국프로야구 LA다저스의 지분을 인수해 공동구단주가 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안홍철 KIC 사장이 지분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4000억 원을 들여 다저스 주식 19%를 매입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는 해외구단에 국부펀드를 투자하겠다는 얘기다. 수익을 거둘지 의문인데 왜 투자를 하려는 걸까?

안 사장은 공공기관과 정부투자기업을 두루 옮겨 다녀 ‘낙하산 인생’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 캠프’에서 특별직능단장을 맡아 야당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비난하는 글 9700여개를 SNS에 올리거나 리트윗한 바 있다. 그 내용이 가관이다.





망언과 정치편향으로 점철된 안홍철

노 전 대통령을 “나라 시끄럽게 만든 주관 없는 아바타”라고 비난하고, 문재인 후보를 “종북하수인 빨갱이”로, 안철수 의원을 ‘후랑켄철수’라고 불렀다. 진보진형을 향해서는 “진보는 바보”라고 욕하고, “머지않아 (서울) 시민들 타지역 이주로 (서울이) 작아질 것”이라는 망언으로 박원순 시장을 깎아 내렸다.

대신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늘 어려운 사람들 곁에 있어 참 좋은 사람...나는 박근혜가 대통령 돼서 이 나라 이끄는 모습 보고 싶다”며 온갖 찬사로 추켜세웠다. 박 대통령은 이런 사람을 절대 잊지 않나 보다. 그가 KIC 사장이 된 것도 이 덕분일 것이다.

야당은 정치편향과 망언을 이유로 안 사장의 사퇴를 요구해 왔다. 국회 기재위 야당 의원들이 “안 사장 사퇴가 우선되지 않을 경우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나가자 최경환 부총리도 “본인(안 사장)이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사퇴를 종용하고 나섰다.





뜬금없는 ‘다저스’ 인수

하지만 안 사장은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사퇴하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이며 막무가내로 나온다. 그러자 KIC를 폐지하자는 얘기까지 상황이 됐다. 지난 달 23일국회 기재위 정희수 위원장은 “KIC 위탁자금 회수와 폐지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KIC가 폐지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다저스 지분인수’라니. KIC 폐지 주장에 맞설 목적으로 들고 나온 카드로 밖에 달리 이해되지 않는다. KIC가 다저스의 공동구단주가 될 경우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국민적 호응을 방패삼아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게 안 사장의 속내일 것이다.

일종의 겁박이 셈이다. 전국민들이 좋아하는 다저스 구단의 공공구단주인 KIC를 어떻게 감히 폐지할 수 있겠느냐, ‘다저스 류현진’의 뒤에 숨어 있는 나를 어떻게 내칠 수 있겠느냐, 이런 꿍꿍이 아닐까. 류현진과 안홍철을 혼동할 바보는 세상에 없다. ‘진보는 바보’라고 말한 ‘안홍철이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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