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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특별법도 모자라 유가족에 주먹까지

  • 입력 2015.03.31 10:26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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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이 '416시간'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세월호 1주기를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세월호 유가족이 광화문광장에서 농성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언론들은 '세월호 유가족 또 광화문 광장에'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416시간 농성'에 돌입한 이유는 그들이 들고 있는 팻말에 잘 나와 있습니다. 바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때문입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법'과 진상조사를 요구했던 세월호 유가족에게 해양수산부가 입법 예고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은 1주기를 앞두고 더 큰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일반 공무원으로 진상규명을 하겠다?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은 2014년 11월 19일 발표된 '세월호 특별법'을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한 세부 규칙을 정해 놓은 법안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이 이 시행령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시행령에 어떻게 규정되었는지가 진상조사에 아주 중요합니다.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조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이고, 직위가 어떤지가 중요합니다.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 제5조 진상규명국 부분을 보면 조사1과장을 4급 일반직공무원으로 한다고 정했습니다.

조사1과장은 특검이나 청문회, 조사보고서 등을 담당하는 핵심 직책입니다. 그런데 다른 책임자급과 달리 일반직 공무원으로 한다는 건 이상한 대목입니다. 시행령에는 '4・16세월호참사의 원인 규명에 관한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를 하겠다고 명시됐습니다. 한 마디로 정부의 조사 결과만 믿으라는 의미입니다.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말은 이미 사라진 셈입니다.



위원회 직원 정원 120명이 갑자기 90명으로

한정된 기간에 제대로 일을 하려면 충분한 인력이 있어야 합니다.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기간은 1년이고 연장해도 1년 6개월밖에 되지 않습니다.

<4ㆍ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15조(위원회의 정원 등) ① 위원회에 두는 직원의 정원은 120명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② 이 법에 규정된 사항 외에 위원회의 조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의 규칙으로 정한다.

2014년 11월에 제정된 '4ㆍ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15조에는 위원회에 두는 직원의 정원은 120명 내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120명으로 규정된 특조위 인원이 시행령에서는 갑자기 90명으로 줄어듭니다.



시행령의 특조위 공무원 정원표를 보면 인원이 총 90명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정원이 25%나 줄었습니다. 한정된 기간에 진상조사는 물론이고 안전 사회가 되는 방안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별법에 명시된 직원 정원을 감축한 시행령을 보면, 처음부터 아예 일을 못 하도록 손과 발을 다 묶어 놓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고작 10일?

대한민국의 모든 법률은 입법 예고기간을 거칩니다. 국민의 권리ㆍ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령 등을 제정ㆍ개정 또는 폐지하고자 할 때에 법령안의 내용을 국민에게 미리 예고하여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입법에 반영함으로써 국민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입법예고 기간은 2015년 3월 27일부터 4월 6일까지 10일입니다. 통상적인 입법예고 기간일까요? 결코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법률의 입법예고 기간은 최소 40일 이상입니다.




법제처에 따르면 입법예고 기간은 약 40일에서 60일 사이입니다. 통상 20일 이상으로 하는 입법예고를 고려해도, 특별법 시행령의 입법예고 기간은 10일로 너무 짧습니다.

법안이 너무 늦게 올라왔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특조위는 시행령을 이미 2월 중순 제출했습니다. 3월 초나 중순에라도 충분히 시행령이 나올 시간이었지만, 해양수산부는 4・16 1주기를 앞두고 부랴부랴 입법예고를 했습니다.

1주기 전인 4월 6일 입법 예고 기간을 끝내고 빨리 공포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정부 말을 들으려면 듣고, 아니면 우리가 알아서 강행하겠다는 일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0일 저녁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맞은편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대학생, 시민 300여 명이 모여 대통령 면담과 실종자 수습, 선체 인양을 촉구 하는 밤샘 농성을 벌였다. 집회 참가자 한 명이 경찰의 주먹을 막아내고 있다.
http://blog.naver.com/ddtvddt/220315971730 c 길바닥저널리스트 박훈규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 인양은 언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내놓은 시행령은 오히려 특조위와 세월호 유가족을 꽁꽁 묶어 놓고 있습니다.

엉터리 법안도 모자라, 제대로 된 시행령을 요구하는 유가족에게 주먹까지 휘두르는 경찰, 그리고 진상규명을 오히려 방해하는 박근혜 정부를 보면 반민족특별위원회를 해체했던 친일파 이승만 정권의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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