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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경남에 살아서…” 홍준표의 허울뿐인 교육지원

  • 입력 2015.03.25 10:47
  • 수정 2015.03.25 15:29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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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만…?’ 갑자기 100만 원을 부담하게 된 학부모

경남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 순삼씨(경남 거주 학부모, 가명)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경남에서 무상급식이 중단되면서 당장 다음 달부터 아이들의 급식비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는 우유를 포함한 한 끼 급식비를 2,460원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우유를 먹지 않으면 320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우유를 먹는데 자기 아이들만 먹지 않으면 혹시나 놀림을 받을까 봐 우윳값까지 내려고 합니다.



순삼씨는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급식비 가정통신문을 받고, 일 년에 얼마나 내야 하는지 계산해봤습니다. 한 아이 당 2,460원씩 191일이니 469,860원입니다. 두 명이니 일 년에 939,720원이 됩니다. (경남 지역 급식비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학교마다 차이가 있음 – 필자 주)
돈이 많은 사람들이야 별거 아니겠지만, 순삼씨처럼 보통 가정에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금액입니다.
순삼씨는 왜 자기가 사는 경상남도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다른 지역에서 살았으면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낸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기도 했습니다.


필요한 서류만 수십 가지, 험난한 ‘가난함의 증명’

순삼씨는 경남 도지사가 무상급식 예산은 중단하지만, 서민 자녀에게 교육비를 지원하겠다는 종편 뉴스를 봤습니다. 무상급식보다 서민 자녀 교육지원이 더 학생들에게 필요하고 대상도 10만 명 정도라니 좋은 제도라도 침을 튀기며 칭찬하는 패널들의 말에 혹했습니다.

서민 자녀를 위한 교육 지원이니 혜택도 다양할 듯하고, 우선 밥보다 공부만 잘하면 한국 사회에서는 성공한 인생이니, 순삼씨도 이번 기회에 '서민 자녀 교육지원'을 받아보려고 결심했습니다.
경남 도지사가 자신 있게 무상급식보다 훨씬 나은 제도라고 주장하는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신청하려던 순삼씨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순삼씨가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신청하려면 일단 준비해야 할 서류만 수십 가지가 됩니다. '신청서',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3자 제공동의서', '개인정보 이용·제공 사전동의서', '금융정보 제공동의서'를 먼저 작성해야 합니다. 회사에서는 '월급명세서'와 '근로소득원천징수서'를 받아야 합니다.
할 일은 더 남아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 가서 '건강보험료 납부 영수증'을 받고, 세무서에 가서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거래 은행에 가서 '예금 잔액증명서'도 받아야 합니다.
전세로 사는 순삼씨는 '전세권설정등기나 확정일자가 있는 계약서'를 찾느라 온 집안을 뒤졌습니다. 대출이 있으면 '부채증명원'을 내야 한다고 해서 은행과 보험회사를 돌아다니며 '나는 채무자입니다'라는 증명서도 받았습니다.
연식이 오래됐지만 '차량 보험가입증서'도 필요하다고 해서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요새는 있지도 않은 팩스로 사본을 받느라 회사 근무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많은 서류를 내고도 증명할 수 없었던 ‘가난함’

재판을 받을 때 제출하는 서류만큼이나 많은 구비서류를 다 발급받고 보니,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으로 나오는 돈은

한 달에 고작 4만1천 원


순삼씨는 한 달에 4만 원 지원받자고 이렇게 개고생을 했는지 참 미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을 고생해서 제출 서류를 준비했지만, 순삼씨는 '서민자녀 교육 지원' 사업 신청을 포기했습니다. ‘서류상’의 남편 때문입니다. 순삼씨의 남편은 골프 치고 비싼 술집에서 술을 먹으며 풍족하게 살지만 정작 집에는 돈 한 푼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별거 중이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이혼한 상태가 아니라면 무조건 부모 두 사람의 금융정보 제공 동의서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만나자고 연락해도 만날 필요 없다며 만나 주지 않는 남편에게 무슨 수로 '금융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아낼까요?



골프채와 급식비, 너무나도 다른 두 ‘순삼씨’ 삶

결국, 순삼씨는 '서민 자녀 교육 지원' 사업 신청서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습니다. 순삼씨처럼 이렇게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 신청서를 포기한 사람이 주위에도 꽤 많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 - 서류 너무 많아' 서민자녀교육지원 신청 저조)

▲ 홍준표 경남 도지사가 부인 이순삼씨와 미국에서 골프치는 모습 ⓒ 머니투데이
어떤 여자는 남편 잘 만나서 남편 미국 출장에 따라가서 평일에도 골프치고 업자들에게 대접받는다고 하는데, 한국에 있는 같은 이름의 다른 순삼씨는 남편 잘못 만나 왜 이리도 고생하는지 너무너무 속이 상합니다.
순삼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할지, 무상급식을 중단하고 제출 서류만 수십 가지를 요구하는 이상한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만들어 놓은 경남 도지사를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주민소환해서 지사직을 박탈시킬지 고민입니다.
지난 선거에서 투표 한 번 잘못해서 이토록 고생할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순삼씨는 왜 투표를 잘해야 하는지 요새 새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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