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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세대요? 우린 자포세대예요

  • 입력 2015.03.24 16:54
  • 수정 2015.09.09 11:07
  • 기자명 백스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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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취업을 준비하는 나이로는 늦다. 그는 군대를 다녀온 후에야 비로소 대학에 입학했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살던 그는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며 하루하루 매상에 전전긍긍하는 삶보다는 안정된 직장을 원했고 그래서 제대 후 1년 동안 공부해서 서울 모처에 있는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만 입학하면 힘들더라도 취업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상황은 그가 결심을 했을 때보다 더욱더 악화되었다. 그는 스스로를 자포 세대라고 했다. 스스로의 삶과 미래를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는 알바와 계약직을 오가며 돈을 벌고 더 나은 직장으로 취업을 준비 중인 보통의 취업준비생이다.

최근 연재되고 있는 KBS의 기획기사 [대담한 경제]에서 얼마 전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박성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바라는 미래상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라고 응답한 청년은 23%에 불과한 반면, ‘붕괴, 새로운 시작’이라는 응답이 무려 42%나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몇 해 전 일본 내각부(内閣府)에서 ‘일본 국민 생활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는데,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20대 비율이 무려 70%를 넘었다. 이는 일본의 황금기였던 1970년대에 20대 청년들의 만족도가 50%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이 결과에 대해 일본 청년들은 “희망이 없기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런 일본 청년들을 일컬어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라고 한다. 사토리 세대란 욕망을 억제하며 소비를 줄이고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일본의 젊은 세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청년들은 사회나 국가에 요구하는 대신 체념하고 욕망을 포기하며 새로운 삶의 양태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청년에 대한 우려와 지적만 가득하다. 혹자는 청년의 미래가 없다며 낙담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패기 없는 청년 그들이 자초한 일이라며 훈계하기도 한다. 정작 청년의 목소리는 뒷전에 밀려있다. 그러는 동안 청년들은 정치와 사회문제를 외면하며 목전에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이 기사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취업준비생과의 인터뷰입니다. 인터뷰이의 요청에 의해 이름과 사진은 노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백스프 : 어디 다녀오는 길이세요?
취준생 : 토익시험 보고 왔습니다. 매달 보고 있습니다.
백스프 : 토익시험을 보고 있는 취업준비생이잖아요? 스펙은 어느 정도 쌓았나요? 취업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취준생 : 준비는 계속했죠, 토익, 영어 말하기 등 여러 가지 스펙을 준비하고 이런저런 회사에 이력서를 넣은 지 벌써 2년 째에요. 그런데 뭐.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네요. 취업 정말 안돼요.
백스프 : 취업 준비하면 스스로 분석하고 그러잖아요? 본인 스펙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아요?
취준생 : 처음 취업준비를 할 때는 제 스펙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았어요. 그때는 대기업 위주로 준비를 했는데 그러기에 저는 나이도 많고 영어점수도 부족했으니까요. 그렇게 1년을 준비하고 아무 데도 들어가지 못하니까 좌절도 많이 했고 눈높이도 낮췄어요. 그 동안 스펙도 더 쌓았고요. 그나마 일할 여건이 되는 작은 기업이라도 찾아서 열심히 쓰고 있는데도 취업이 쉽지가 않아요.
얼마 전 이런 자료를 하나 봤어요. 1992년 구직자의 스펙과 지금 구직자의 스펙을 비교한 자료였는데요. 비교도 안될 만큼 월등히 나은 스펙의 현재 구직자는 취업이 한 곳도 안됐더라고요. 물론 1992년에는 입사추천을 받아 대기업에 합격했고요. 상황이 이래요.
일자리 자체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채용은 계속 줄어가고 있고요. 구직자는 사방에 널렸어요. 거기에 제 자리는 없는 것 같아서 절망스럽죠.
백스프 : 2년째 취업 준비하시면 많이 힘들겠네요.
취준생 :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어요. 한 해 한 해 나이는 먹고 있는데 주위에서는 “잘 됐냐?” 하고 물어보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대답하기 곤란해지죠. 그러다 보니 사람을 자꾸 피하게 되고 여가에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요.
취업 준비할 시간도 가정상황도 여의치 않아서 모자라는데 일을 쉴 수가 없어요. 얼마 전에는 제 앞으로 큰 빚이 갑자기 생겨서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상황이에요. 원래부터 제 벌이는 제가 해야 해서 단기 계약직으로 일을 계속 해왔는데 이것 때문에 취업에 지장 있을까봐 막노동을 해서라도 돈을 더 벌어야 하나 며칠을 고민했어요. 조금 더 지나면 신용불량자가 돼서 취업 길 자체가 막힐 수도 있거든요.
돈이 있어야 취업을 할 수 있는데 취업을 해야지 돈을 벌잖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이도 저도 못하고 시간만 더 늦춰지고 나이가 차면 더더욱 취업에 불리하고.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여유 있는 부모님 밑에서 차근차근 취업준비 하는 친구를 보면 부럽죠. 이렇게 내몰리면 제 가치는 점점 떨어지게 되는 거고 벌 수 있는 소득도 더 낮게 되겠죠.
취업을 준비하면서 ‘사람 생각이 이렇게도 바뀔 수 있겠구나.’ 라고 느꼈어요. 학교 다닐 때는 사회나 정치문제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취업이 계속 안되다 보니 생각하는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거예요. 얼마 전에 대한항공에서 ‘땅콩 회항’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 사건을 보면서 옳다 그르다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터졌으니까 대한항공 취업이 쉬워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거예요.
그 사건이 터져서 기업이 비난을 받고 주가가 내려지고 대중의 질타를 받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하면 나를 뽑아주지는 않을까?’ ‘기업에 안 좋은 인상이 퍼지게 되면 취업준비생들이 입사를 포기하게 되고 경쟁자가 적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먼저 들더라고요.


백스프 : ‘회사가 나에게 심한 갑질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보다 ‘고정된 급여를 받고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큰 거네요?
취준생 : 물론 나중에는 다른 면면들도 생각하게 되었는데 사건이 맨 처음 터지고 나서 든 생각이 그렇다 보니 스스로에게도 많이 놀랐어요.
백스프 : 저도 주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박창진 사무장의 연봉은 얼마지?’ ‘저걸 어떻게 포기하지?’ 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또 그만큼을 포기해가며 폭로를 했기 때문에 ‘용기 있는 사무장’이라고 칭송을 받는 분위기에요. 어쨌든 자기 생존이 걸린 문제잖아요.
이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화제를 바꿔 볼게요. 얼마 전에 김무성이 ‘알바생의 부당한 처우는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고도 이야기했고요. 이런 말들은 어떻게 보시나요?
취준생 : 주체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만약 아르바이트생 ‘나에게 취업의 좋은 밑거름이었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지만 사실 저 이야기를 한 사람은 을의 위치에 있기보다는 주로 갑의 위치에 있었잖아요. 그 사람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갑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한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죠.
그리고 사실 ‘좋은 경험’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보편적인 인권까지 침해해서는 안 되잖아요? ‘좋은 경험’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일을 하는 알바생이 판단하는 거죠. 그 상황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했는지 아닌지는 좋은 경험으로 호도할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지켜봐야죠.
그리고 사실 지금 취업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을’인데 을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가 얼마나 있는지도 의문이에요. 사장이 횡포를 부리면 그냥 당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사회와 어른들은 그저 참으라고만 이야기하고 있고 부당한 대우는 되풀이되고 있어요.
백스프 : 제일 중요한 건 ‘사회 안전망’이라고 봐요. 예를 들어 지금 겪고 있으신 문제처럼 ‘생계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아니면 ‘일을 하다가 해고를 당했을 때 충분한 실업수당과 재취업의 기회가 보장되는 상황’이 보장된다면 박창진 사무장의 행동이 특별히 용기를 내어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게 될 텐데 한국은 그런 ‘사회 안전망’이 매우 열악하죠. 그러다 보니 ‘갑을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거죠.
요새 청년들이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이유는 사실 그들이 직접 정치적인 수혜자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만약 특정 정치세력이 청년과 사회를 위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주장하게 되면 청년이나 사회 약자들이 그 세력에 관심을 갖거나 지지할까요?
취준생 : 매번 선거 때마다 지겹게 떠들어요. 소외 당하는 계층을 위해 일하겠다거나 복지정책을 펼치겠다는 이야기들이요. 그런데 선거가 끝나면 그런 이야기가 싹 다 들어가잖아요. 사실 그런 이야기가 나와도 믿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런 복지정책을 구축할 때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할 텐데 지금 한국사회에서 그런 복지재정을 구축할 수 있을 여력이 있어 보이지 않아요. 무상급식만 해도 엄청난 논란이 일었는데 더 재정이 많이 필요한 복지를 과연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한다고 해도 그 돈이 어디서 나오겠어요. 부자증세니 법인세증세니 이런 이야기들 사실 가끔 들려도 실현된 적이 없잖아요. 할 수 있었다면 벌써 했겠죠. 애초에 그럴 의지가 없는 것 같아요. 결국, 그 부담은 우리가 고스란히 가져가겠죠.
백스프 : 재정의 문제보다는 정치권이 시스템을 바꿀 의지가 없다고 보는 건가요?
취준생 : 우리나라가 그렇게 못 사는 나라가 아니잖아요? 어느 정도 부를 갖추고 있는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부가 한쪽으로 쏠려있고 또 국가는 거기에 손 댈 생각이 없는 거죠.



백스프 : 혹시 지지하는 정당이 있나요?
취준생 : 아니요.
백스프 : 그러면 혹시 국가나 정치권에 거는 기대가 있나요?
취준생 : 있었어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설 때 청년들의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말했고 거기에 기대를 걸었죠. 막상 현실을 보면 청년고용 확대가 숫자를 부풀리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해요. ‘청년 인턴’ 제도라고 해서 재작년부터 공사 나 정부기관에 채용공고가 떴어요. 그런데 이건 일시적으로 취업생을 늘리기 위한 임시방편이었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국가기관이나 공사에 취업하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에요. 꽤 오랜 시간 동안 시험준비를 하고 합격을 해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에요. 그런 데서 인턴 한 1년 시켜놓고 그 친구가 잘 했다고 정직원으로 전환시켜주겠어요? 애초에 인턴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게 불가능한 거였죠. 하지만 인턴으로 취업되면 나라의 취업률은 올라가겠죠.
결국, 채용도 늘지 않고 정부는 이런 식으로 ‘해결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기대를 걸 수 있겠어요?
백스프 : 그러면 원래는 박근혜 정부를 지지하는 편이었다가 정책에 실망해서 지지를 철회한 상황인가요?
취준생 : 아니요. 그렇진 않았어요. 저는 원래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부 같은 게 없었어요.
백스프 : 그러면 투표는 잘 하시나요?
취준생 : 예전에 한참 대학에 다닐 때는 꼬박꼬박 했어요. 하지만 취업준비도 하고 제 삶이 바빠지니까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백스프 :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이 투표 날 놀러 다니느라고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청년들이 정치적 결과를 향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투표가 무가치하다고 느끼고 정치권에서 멀어지는 부분도 있다고 봐요. 어떻게 보세요? 실제로 투표일이 휴일이라서 노느라고 참여하지 않나요?
취준생 :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해요. 저는 정치학부 출신이고 학과도 행정학과에요. 주변 환경 영향도 있고 해서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졌죠. 학과공부 때문에 실제로 정부정책에 대한 조사도 많이 했죠. 그런데 선거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나 이행률 같은 걸 살펴보면 말도 안되는 숫자가 나와요. 이걸 과제로 제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오히려 정치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정치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들기도 했죠.
게다가 지금 상황을 보세요. 얼마나 끔찍해요. 놀러 다닌다기 보다는 정이 떨어져서 투표를 안 하게 되죠. 꼭 청년이 정치적 수혜자가 되지 않아서이기 때문은 아니에요.
백스프 : 사회 전반에 대해서 불신이 큰 편이네요.
취준생 : 얼마 전 TV를 보는데 유럽의 교육 이야기가 나왔어요. 아마도 TV 프로그램이니까 좋은 쪽으로 많이 이야기를 했겠지만 굉장히 부러운 게 많더라고요. 한국처럼 반드시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시험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게 매력적이더라고요.
한국에서는 공부를 반드시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쓸모 없는 취급을 받아요. 그런 게 너무 싫어서 군입대 후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죠. 그런데 조금만 둘러보면 그렇지 않은 나라들이 정말 많아요. 사실 제 자식은 이런 나라에서 키우고 싶지 않죠.
백스프 : 교육문제는 결국 소득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해요.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크게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이 높은 이유는 고등교육을 받지 않으면 생존에 필요한 소득조차 벌기 힘들기 때문이잖아요. 사실 인터뷰이께서 늦은 나이에 대학에 진학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요?
취준생 : 그렇죠. 그래서 사실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죠. 제가 원래 좋아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살기에는 먹고사는 게 너무 빠듯하니까요. 부모님 모시며 자식 낳고 살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일을 그만두고 대학진학을 결심했던 거죠.
백스프 : 그러면 결혼이나 출산계획이 있는 건가요?
취준생 : 전혀 없어요.
백스프 : 앞으로도요?
취준생 : 앞으로도 생각이 없어요.
백스프 : 왜 생각이 없나요?
취준생 : 아시다시피 지금 빚더미라서(웃음). 플러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빚은 없애고 결혼이니 출산이니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하죠. 그리고 사실 만약 빚이 없고 취업을 잘한다고 해도 고민이 돼요.
사실 불안하죠. 애를 낳고 성인이 될 때까지 제가 양육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또 우리나라는 대학까지 보내야 하잖아요. 제가 지금 서른 살이에요. 지금 저 같은 상황에 제 자식이 처해있다면 저는 최소한 육십이 넘어서까지 소득이 있어야 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한 가정을 책임질 엄두가 나지 않죠.
백스프 : 현재 상황에서 스스로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시나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10년 후나 20년 후의 자기 모습이……
취준생 : 어디 한 군데라도 취업이 된다면 아마 ‘개처럼’ 일하겠죠. 아등바등 회사에 붙어서 월급 받고, 그 돈으로 부모님 돌봐드리고 가끔 친구나 만나고 살겠죠. 만약 취업이 안 되면 여기저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살겠죠. 그냥 밥이나 먹으며 살 수 있나 걱정이에요.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집 생활비도 제가 벌어야 하는데.
백스프 :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요새 세대 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88만 원 세대니 3포 세대니 하는 이야기들이요. 지금은 숫자가 5포 세대까지 늘었더라고요. 인터뷰이께서는 동시대를 사는 청년세대를 어떤 세대라고 보시나요?
취준생 : 글쎄요. 단어로 규정하자면 ‘자포 세대’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자포자기하는 세대요. 취업준비를 하며 회사에 서류를 넣고 면접을 보고 떨어지면 왜 떨어졌는지 이야기해주지 않아요. 제가 봤을 때도 이해는 돼요. 그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고 떨어지는데 무슨 이유가 있고 얼마나 큰 차이가 나겠어요? 말을 안 해준다기 보다는 할 말이 없어서 그런다고 봐요.
그렇게 왜 떨어졌는지도 모르고 계속 취업에 떨어지다 보면 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포기하게 돼요. 그냥 프리터(자유(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를 합성한 신조어로 일본에서 1987년에 처음 사용됐다. 15∼34세의 남녀 중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로 살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프리터로 살게 되면 이 지긋지긋한 취업준비를 하지 않아서 당장 마음은 편하고 밥은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스스로의 인생, 삶의 목표를 다 내려놓게 돼요. 목전의 생존 때문에, 학자금 대출 때문에, 집에 있는 빚 때문에 저는 지금 제 꿈과 희망 같은 걸 이야기하는 게 사치가 되거든요. 사회에서는 우리한테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말뿐인 거 다 알고 우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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