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클릭질 좀 했다는 사람들이라면, 톱스타의 열애설이 터질 때마다 항상 제기되는 '음모론'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사회·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메가톤급 뉴스가 터질 때마다 연예계 가십들이 좋은 방패막이가 되어 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다.
정치 블로거 아이엠피터는 ‘세월호 특위 시작하자 터진 '걸그룹 멤버 마약밀수'’는 글에서 정치권 주요 이슈 때마다 터지는 연예 뉴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바 있다. 이쯤되면 공교롭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하지 않은가? 과연 <디스패치>는 완전히 독립된, 연예인의 뒷조사만을 담당하는 언론사가 맞을까 싶기도 하다.
음모론의 신봉 여부를 떠나, '로맨틱 먼데이'의 뜨거운 온풍이 덮어버린 뉴스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어떤 뉴스들이 감쪽같이 지워졌는지, 혹은 더 많이 회자되었어야 마땅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어졌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무상급식 중단한 홍준표, 미국서 평일 골프 논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최근 가장 핫한 정치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홍 지사는 0.3%p 상승한 6.0%를 기록하며 3주 연속 상승하는 흐름을 타고 있다. 사실상 '인지도' 조사 정도의 의미밖에 부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홍 지사가 이번 무상급식 중단을 통해 얻은 포인트는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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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극한 홍 지사는 평일, 미국에서 부인을 대동하고 골프를 친 일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재정 부족을 이유로 무상급식에 제동을 걸었던 만큼, 그의 표리부동적인 행동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또, 출장 중에 최고급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도 도지사로서 부적절한 처신일 뿐만 아니라 복지 논란을 야기한 당사자로서 모양 빠지는 한심한 일이다.
곤혹스러울 홍 지사에게 '로맨틱 먼데이'는 한숨 돌릴 수 있는 큰 도움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식이 묻히기를 바라지 않는 수많은 네티즌들에 의해 '베스트 댓글'에 홍 지사의 이름이 오르고, 그와 관련한 뉴스들이 '댓글 많은 뉴스', '많이 본 뉴스'의 상위권에 랭크되면서 그다지 덕을 본 것 같진 않아 보인다.
MB 재임기간 중 광자공 2800억 대출.. '기업 특혜' 의혹
홍 지사는 '로맨틱 먼데이'에도 된서리를 맞았지만, MB 정부는 분명 혜택을 본 것 같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면서 '자원외교 비리'를 주요 카테고리에 넣은 탓에 검찰은 본격적으로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MB정부 5년 동안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일반융자' 형식으로 해외 자원개발 기업 29곳에 2,822억 4,500만 원을 빌려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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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기업 가운데 일반융자를 운용하고 있는 곳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유일한데, 1.75%의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일반융자를 받기 위해 기업들이 '뒷돈'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발상이다. 반대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일부 기업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가능하다. 검찰은 일반융자를 받은 기업(경남기업)을 출발점으로 삼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한다.
MB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뉴스는 상당히 비중을 둘 만한 뉴스임에 틀림없지만, '로맨틱 먼데이'에 묻히고, 홍 지사에게도 밀려버려 사람들의 뇌리에서 쉽게 잊혔다. 물론 단발성 뉴스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다뤄질 내용이고, 앞으로도 보도가 끊임없이 줄기차게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리 실망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안철수·박원순, '포스코 관련논란'에 적극 반박
지난 23일, 새누리당의 이노근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포스코 경영진에 대한 감시에 소홀했다면서 두 사람을 동시에 저격했다.
물론 다소 억지 논리에다 정치적 의도가 명백한 노골적이고 악의적인 공격이었지만, 흠집을 내기 위해서는 진실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법이다. 단지 의혹만으로도 충분하다. 보도는 재생산 되게 되어 있고, 클릭 수 올리기에 여념이 없는 언론들은 자극적인 어휘들을 써가며 두 사람을 구석으로 몰아갈 테니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로맨틱 먼데이'가 두 사람의 반박을 조용히 묻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쌍차 노조 101일만에 고공농성 해제
기분을 꿉꿉하게 만드는 정치적인 뉴스는 접어두고, 위와 같은 뉴스는 어떨까?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은 101일 만에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내려오면서 "다시는 노동자들이 이런 곳에 올라오질 않길 바란다. 너무 고통스럽고 외롭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우리들이 높을 곳을 향해 기어올라 갈 것이다. 이 매정한 세상은, 그래야만 잠시나마 귀를 기울여주기 때문이다. 절규를 쏟아내야 겨우 찔끔 반응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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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먼데이'가 어떤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도, 그에 대해 해명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그것의 진실 여부에 대해, 우리는 섣불리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 자체에 대해서도 입막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 글에서 내가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혹시 우리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진 않을까?'라는 질문에 담겨 있다.
진짜 사라진 뉴스는 무엇인가.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관음증적인 관심 때문에 뭉개지고 없어진, 꼭 읽혔어야 할 뉴스는 무엇일까. 하긴 괜한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런 뉴스들은 굳이 '로맨틱 먼데이'가 아니더라도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기 일쑤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