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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일자리, 중동에는 없다

  • 입력 2015.03.23 12:23
  • 수정 2015.03.23 12:30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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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청년들이 이제는 국내가 아닌 해외, 특히 중동취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청년 일자리 해결이 얼마나 화급한 일입니까? 그런데 국내에만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거든요. 국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는 여기대로 하면서 청년들이 지금이라도 빨리 해외에서라도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중동취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 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던졌고,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을 다녀오더니 중동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청년들의 중동취업을 권유하고 있는데, 과연 그 말을 따라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명박근혜, 놀라운 평행이론

청년들의 중동취업을 주장했던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직전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대통령도 청년들의 중동취업을 강력하게 추진했습니다.



원전수출과 자원외교를 내세우며 중동을 방문하고 돌아왔던 MB는 2012년 '제2의 중동 붐'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동으로의 진출은 일자리 창출에도 큰 힘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MB는 세계 모든 나라의 돈이 중동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청년들이 하루빨리 중동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MB가 청년들이 '제2의 중동 붐'을 타고 중동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지금 박근혜 대통령도 청년들이 중동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명박근혜의 놀라운 평행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중동 취업 3천명? 도대체 중동 취업 몇 명입니까?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해외취업을 계속 강조한 한국에서 지난 5년간 해외취업을 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2014년 10월까지의 통계를 보면 해외취업은 총 13,663명에 불과합니다. 평균적으로 한 해 2,700여 명만이 해외취업을 했습니다.





국가별 해외취업 통계를 보면 호주가 3,089명으로 1위였고, 중국이 2,368명, 캐나다가 2,317명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기타 국가 모두를 중동취업으로 계산한다고 해도, 지난 5년간 중동취업은 고작 3,042명에 불과합니다.



위 자료에서 보이듯이 MB정권이 이미 청년들의 '중동취업'에 열심히 노력했지만, 2013~2014년 사이 UAE에 취업한 한국인은 고작 80명뿐이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아니, 그것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청년들이 중동에 과연 취업할 수 있을까요?



청년을 비정규직으로 중동에 보내겠다는 비정한 대통령

어떤 이들은 MB 때와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국무회의 브리핑>

박 대통령 : 고용부에서는 K-MOVE를 추진하고 있는데, 중동 여러 나라에는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이 있음. 청년들의 도전의식도 필요하겠지만 해외에 어떤 일자리가 있고, 그 일자리에 가려면 어떤 역량을 키워야 되는가 하는 여러 가지 정보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함. 그동안 정부는 K-MOVE 사업을 통해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지원해 왔는데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고용부장관 : 제2 중동붐, 해외 취업 활성화를 위해서 해외 구인수요를 세세히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함. 해외에 있는 K-MOVE센터와 국제적인 해외 취업 알선 기관들과 협업을 통해 해외 유망 국가와 중동 지역에 대해 유망직종별로 구인 수요와 공급 체계를 구체적으로 구축해나가겠음.

박 대통령 : 수요를 잘 파악해서 맞춤형 NCS도 개발하기 바람. 청년들 입장에서는 해외에 진출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를 원스톱으로 알 필요가 있음. 필요하다면 앱을 개발해서 해외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수요가 있고, 어떤 맞춤형 훈련이 있고, 어떤 게 필요한지 알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함.

고용부장관 : 원스톱 월드 잡이라는 해외취업 포털을 5월에 오픈할 예정임. 스마트폰을 위한 앱은 10월까지 개발해 10월 이후에는 젊은이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임. 가장 중요한 국가별, 분야별 맞춤형 교육체계 개편은 관계부처가 협업을 통해 진행하겠음.

박근혜 대통령과 고용부장관의 대화 내용을 보면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위한 정책은 'K-move'라는 사업과 '월드 잡'이라는 사이트입니다.



먼저 '월드 잡'이라는 사이트는 기존에도 이미 있는 웹사이트입니다. 고용부장관은 5월에 새롭게 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사이트 만든다고 일자리가 더 생길지 의문입니다. 기존의 사이트라도 양질의 채용정보만 있으면 되는데, 쓸데없이 앱이나 사이트만 개편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해외 취업 에이전시나 해외 기업과의 연결보다 겉모습에 치중하는 행태입니다.



'k-move' 사업은 어떤 새로운 사업이 아닙니다. 2008년부터 MB정권이 해외취업과 인턴 등 해외진출을 위해 시도했던 내용을 'K-move'라는 브랜드로 바꾼 것에 불과합니다. 'k-move' 사업은 해외취업을 위해 국내에서 교육을 해주고 취업 알선 장려금 등을 제공하는 등의 제도입니다. 문제는 인턴도 해외취업이라고 계산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k-move' 에서 인정하는 취업 인정 기준을 보면 소득기준이 연봉 1,500만 원 이상입니다. 거의 월 최저임금 수준에 해당합니다. 워킹홀리데이와 같은 단기 비자도 조건부로 인정하는 취업기준을 보면 지금 정부가 말하는 해외취업을 정규직 취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한국인의 해외취업을 보면, 대부분 인턴과 해외봉사입니다. 2014년 해외취업은 3,665명이고, 인턴과 해외봉사를 합치면 두 배가 넘는 6,983명입니다. 인턴과 해외봉사를 했다고 무조건 취업이 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다시 귀국하거나 봉사단을 통한 다른 국가 내지는 봉사단 재연장이 많습니다.

인턴과 봉사단은 말 그대로 자원봉사를 통한 경험 쌓기이지 취업이 아닙니다. 이것을 자꾸 취업이라고 강조하거나 인턴이나 봉사단이라도 나가라고 강요하는 일 자체가 너무 무책임합니다. 인턴이라도 해줬으니 나머지는 무조건 너희가 알아서 취업하라고 하는 모습이 과연 제대로 된 청년 취업을 위한 대책인지도 의문이 듭니다.



이명박 정권이 '제2의 중동 붐'을 주장하며 청년들의 중동취업을 권장했지만, 지금 그 결과가 어떠한지 아무도 제대로 말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으로 해외 취업을 통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면, 과거 정권의 정책이 왜 실패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모색해야 합니다. 아무런 데이터 분석이나 정책 분석도 없이 그저 ‘중동 붐은 하늘의 메시지'라는 두루뭉술한 말만 던져선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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