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취준생 두 번 울리는 교육부의 '해외 인턴사업'

  • 입력 2015.03.18 15:08
  • 기자명 고함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생 박모 씨(27)는 교육부 주관 ‘정부해외 인턴사업(GGI)’협회를 통해 2014년 5월부터 11월까지 해외인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는 협회가 청년들에게 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인턴직을 중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협회는 ‘청년들의 취업 무대를 세계로 넓히고 취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거창한 홍보를 하고 있다.


정부해외 인턴사업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그는 전시산업진흥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코트라, KOTRA)에서 연계하는 ‘전시산업 해외인턴’에 참가했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근무했다. 그는 해외투자 지원, 전시회 주최, 바이어 발굴 등의 업무를 맡았다.

매달 협회에서 지급되는 해외체류지원비(50만 원)와 활동지원비(300달러, 한화로 약 30만 원)를 받고 근무했다. 공식적인 급여는 없었지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근무 환경도 좋았고 어학연수 목적으로도 상당한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해외취업을 지원해 준다는 점이 상당한 매력이었다.



말뿐인 해외 취업지원,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박 씨는 인턴 기간 동안 코트라가 현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주최하는 채용설명회에 참가했고 여러 회사에 지원했다. 인턴 생활 3개월째, 코트라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중소기업을 연결해 줬고 박 씨는 채용 권유를 받았다. 박 씨는 한국전시산업진흥회에 채용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해외 취업의 기회가 왔어도 인턴 프로그램 기간인 6개월을 다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 동안 받은 교육비와 체류비 및 활동 지원비를 모두 물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어내자니 금액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소중한 취업 기회를 포기하기도 어려웠다. 처음부터 박 씨에게는 너무 불리한 조건이었다. 게다가 인턴 기간이 끝날 때 즈음에 운이 좋게 채용이 되지 않는다면 해외취업 기회는 없다고 봐도 되는 상황이었다.

인턴 기간이 끝나면 해외에 남아 있어도 체류비와 활동지원금이 끊기기에 사비를 지불하며 취업 자리를 알아봐야 했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인턴 기간이 끝나면 협회에서 취업비자와 관련한 문서를 발급해 주지 않아 여행 비자로 30일 정도밖에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박 씨는 결국, 취업도 하지 못한 채 하릴없이 귀국을 해야만 했다.


"현 시점에서 자카르타 무역관 인턴 근무를 중단하고 해외취업할 경우 중도탈락으로 분류됩니다. 중도탈락자는 그 동안 지원됐던 정부지원금 일체를 다시 국고로 반납하셔야 합니다."
박 씨에게 돌아온 답변


주변 동기들의 상황도 알아보니 같은 문제로 해외 취업을 못 한 경우가 많았다. 동기 30명 중 2명만이 인턴 종료 시기와 맞춰서 해외취업에 성공했다. 박 씨는 "제가 근무한 코트라에서는 많은 기업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취업 기회를 많이 제공해 줬어요. 그런데 오히려 전시산업진흥회에서 발목을 잡는 상황이었죠.”라고 말했다.

“협회 측에서는 본인들의 프로그램을 끝까지 수료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전시행정이죠.”



믿었던 정부기관마저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울리는 건 똑같아

인턴을 경험해 보기도 전에 설움을 느껴 본 청년도 있다. 대학생 김모 씨(28)는 교육부 주관 '정부해외 인턴사업(GGI)협회'를 통해 '해외한인기업 인턴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사업이라 믿을만하다 생각하여 2014년 초에 지원하고, 서류심사와 면접 과정을 거쳐 합격한 뒤 연수까지 받았다. 그러나 바로 인턴으로 취업하는 것이 아니었다. 협회에서 한인 기업과 연결해 주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정부해외 인턴사업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김 씨는 1차 연결부터 3차 연결까지 무작정 기다렸으나 합격하지 못했다. 포기할까 고민도 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더 기다렸다. 그 결과 이집트에서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유통업체에 합격할 수 있었다. 비록 인턴이지만 해외에서 좋은 경험과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기에 출국일만을 기다렸다.

출국하기 일주일 전, 협회에서 전화가 왔다. 이집트가 여행경보국가로 지정되어 출국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협회 측도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집트는 이미 두 달 전에 여행경보국가로 지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는 분통이 터졌고 해외인턴 때문에 상반기 면접도 넣지 못한 시간이 떠올랐다.

협회는 다시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인 기업과 연결해 줬고 두 번째로 해외인턴직에 합격했다. 해당 기업은 인도네시아에 입국하기 위해 비자가 필요하니 여권 사본을 주면 비자를 신청해 주고 출국날짜도 정해서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3주를 기다려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출국날짜도 기약이 없자 김 씨는 해당 업체에 메일을 보냈다. 돌아온 건 면박뿐이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대기하고 있는 동안 과제를 내줄 테니 준비하고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취업준비생이 봉입니까?

결국, 김 씨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 생각하고 출국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해외인턴 준비를 위해 지난 4개월 간 쏟은 노력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결국 더 기다릴 수 없어 포기하겠다고 하니까 협회 측에서는 오히려 그 동안의 교육 과정에 대한 비용이 청구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더군요. 취업준비생이 봉입니까?”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