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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무서운 김영란법이 돼야 한다

  • 입력 2015.03.17 10:13
  • 수정 2015.03.17 10:14
  • 기자명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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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한국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중요한 물줄기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하지만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한 지 삼 일만인 지난 3월 3일, 법은 졸속으로 입법 처리됐다. 문제점들에 대한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법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법이 통과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 대표들은 법의 수정할 필요성을 제기했고 대한변호사협회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국민들의 압도적인 찬성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점은 현행법과의 충돌이다.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하여 헌법이 규정한 '법의 명확성'의 원칙을 충족하지 않으며, 이는 검찰의 자의적 판단 개입이 높아질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란법이 배우자 신고의무를 조항으로 넣은 것은 ‘불고지죄'의 정신과도 맞지 않다는 반대 여론도 있다. 현재는 범법자라도 그 가족의 경우 숨겨주거나 도피하게 한 경우에 가족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범인은닉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이 공직자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 종사자에까지 확대 적용됐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위헌적 요소가 제기된다. 첫째, 민간영역까지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자율성에 대한 침해다. 둘째, 교원과 언론인이 공적인 성격을 갖더라도 업무적 성격과 영향력 면에서 다른 공공성을 가진 민간영역 영역은 포함되지 않음으로써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위헌 소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부정청탁" 개념의 경우 "사회 상규에 따른다는 법률용어에서 사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검경공화국에 대한 우려는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한다면 검찰이 자멸하는 결과”라는 것이다.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선 “배우자의 죄책에 본인의 처벌을 전제로 하는 '불고지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반론했다. “우리 사회가 공직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서 반 부패행보를 가속화해야 한다”며 법을 민간영역으로 확대한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개혁을 통해 보완해야 하지만 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본말전도임을 강조했다.


김영란 전 대법관


이런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김영란법을 압도적으로 찬성한다.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0.6%가 취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8.3%였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개선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대다수가 김영란법을 지지하는 만큼 다가오는 4월 재보선을 앞둔 정치권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속에서 위헌 논란이 커지고 과잉 입법이란 지적이 확산되자 정치권에서는 법 개정이나 보완 논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만 그 순서에 있어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시행령을 통한 조정에 무게를 뒀고, 새정치연합은 시행 후 보완 쪽으로 차이를 뒀다. 양 측이 법에 대한 재검토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만큼 곧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모두에게 무서운 김영란법 돼야

지속적인 검토와 수정이 숙제로 남겨진 김영란 법은 소정 절차를 거쳐 공포되면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여기서 ‘1년 6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은 또 하나의 논쟁의 소지를 남긴다.

통상적으로 법안 시행은 공표 후 6개월인 경우가 많고, 준비기간이 길게 필요한 새로운 법안의 경우 1년이나 2년 등 연도 단위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영란법도 당초 원안에서 1년이었다. 하지만 국회 회의를 거쳐 6개월이라는 시간이 더 붙었고, 1년 6개월이라는 애매한 유예기간이 결정되었다. 이 대목에서 현 19대 국회의원들은 법의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비판과, 내년 4월 총선거 전에 법이 시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치권의 계산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터넷에서는 ‘미꾸라지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부정부패를 막겠다는 명분은 챙기면서도 정작 당사자들은 빠져나가려고 하는 꼼수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이중 잣대가 비판받는 명백한 이유는 또 있다. 사립교원과 언론인 종사자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을 받는데, 정작 국회의원들이 특혜성 정치자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법의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정치인 후원금’과 ‘출판 기념회’가 김영란 법의 관할에 들어가지 않는 점이다. 정치인 후원금은 정치자금법상에서 개인이나 후원회 등이 제공할 수 있는 정치자금이다.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금 총액은 504억여 원 이었다. 후원자 명단의 대부분이 이해관계자들인 만큼 여기에도 김영란법은 반드시 적용돼야 할 부문이다. 또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역시 정치권의 편법적인 정치자금 통로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본래 목적을 상실한 채 불법적인 자금을 걷어 들이는 방법으로 악용되는 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김영란법의 정신과 맞지 않다.

두 가지 제도의 존속은 후원금을 빙자한 거액의 돈과 출판 기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뇌물이 합법적인 금액으로 거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또한 공적 영역에서 직무 청렴성을 높여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김영란법의 의미도 퇴색시킨다. 더욱이 ‘공직자’의 범위를 공공성을 가진 영역까지 포괄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에 정치권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져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부정부패의 사슬을 끊을 ‘무서운 법', 김영란법은 모두에게 긴장의 대상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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