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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기로에 선 삼성

  • 입력 2015.03.16 19:00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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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역작 '갤러시 s6'


삼성전자 본사의 사운드 엔지니어 남명우씨와 그 동료들은 작년 며칠간 나무와 쇳조각을 들고 끙끙댔습니다. 갤럭시 S6를 터치할 때마다 들릴락 말락하는 음향효과는 한 달 후에서야 나왔습니다. “심플하고 미니멀리스트적인 디자인 가이드를 따랐습니다.” 최고급 사양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삼성은 이처럼 세부적인 사항까지 노력을 쏟아부었습니다. 2013년 31% 에서 25% 까지 떨어진 시장점유율을 되찾기 위해서지요. 그리고 3월, 바르셀로나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에서 그 결과물을 발표했습니다. 금속과 유리 재질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휘어진 곡면 유리가 돋보이는 갤럭시S6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갤럭시s6는 삼성에게 굉장히 중요한 상품입니다. 1938년 작은 음식 상사로 시작한 이래 삼성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회사로 성장해, 가장 많은 수의휴대폰, 텔레비젼, 메모리 칩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한국 경제의 주축이기도 합니다. 한국 수출액의 25%가 삼성 제품이다 보니 GDP 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행사하죠. 삼성의 시가 총액이 한국 주가 총액(KOSPI)의 18.8%이며, 한국 내에서만 10만명의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4년까지 4년간 매년 수십에서 수백프로까지 성장하던 무선사업부 성장세가 꺽였습니다. 아시아 내 경쟁자들이 저사양폰을 양산하고 애플이 고사양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무선 사업부 영업이익은 1/3 이상 떨어졌습니다. 삼성 전체의 수익은 23% 떨어졌으며 올해에는 추가 10%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습니다.


“삼성이 더 성장하리라는 기대는 매우 낮습니다.”

“성장 동력은 무선 사업부였고, 시장을 되찾아올 수 없을 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십년전, 6명의 미국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삼성 본사를 방문해 임원진에 새 OS를 발표한 적이 있었습니다. 삼성은 콧방귀를 쳤고, 2주후 앤디 루빈은 5천만 달러 (600억원 상당) 에 구글에 안드로이드를 넘겼습니다. 후에 사람들은 이를 삼성이 놓친 가장 큰 기회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뒤늦게나마 안드로이드를 차용했고, 2010년부터는 대부분의 폰을 안드로이드 OS로 생산했습니다. 삼성은 단말 판매량으로는 2015년 세계 1위를 기록하였으나 OS를 라이센싱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수익률에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아날리스트들은 삼성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단말이 범용화(commoditised) 되면서 다른 안드로이드 폰과 차별화할 수 없는 점이라고 지적하곤 하죠.

안드로이드를 구글에 넘겨준 것은 삼성이 놓친 가장 큰 기회였다고 회자된다.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은 고사양과 저사양 폰 모두 경쟁자의 위협에시달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떠오르는 별 샤오미는 중급 사양 스마트폰을 삼성보다 더 좋은 규격에 낮은 가격에 제공합니다. 애플은 지난 4분기 7천 4백만 아이폰을 판매하면서 기업 역사상 가장 높은 분기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따라갈 수 없는 입지를 확보했지요. 시장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취향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하는데, 삼성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나나 소비자 상품 기획에 능한 기업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기존 시장 지배자였던 노키아처럼 빠르게 몰락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기업문화와 혁신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요.” “삼성에는 항상 위기에 처한 기업처럼 행동하는 기업문화가 있습니다.”

삼성은 중국의 경쟁자들과 달리 모든 부품을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습니다. 노키아, 모토롤라, 블랙베리가 휴대폰 사업이 무너지면서 위기를 맞이한 것과 달리 삼성에게 휴대폰 사업은 한 사업 부문에 불과하지요. 삼성의 주요 수익처인 반도체 사업부문은 여전히 탄탄한 수익률을 자랑합니다. 삼성이 전세계 1위 사업자인 메모리칩은 업계네 인수합병이 정리되면서 독과점 사업자들이 상품 가격을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의 “두뇌” 인 프로세서는 여전히 삼성의 기술이 세계 1위로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에도 다시 채용될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반도체가 성장 동력이 될 겁니다.”

삼성 내부의 경영 구조도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창업가 3세대로 28년간 회사를 경영해오던 이건희 회장은 지난 5월 심장마비로 쓰러진 후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애플과의 법정 싸움 중에서도 파트너쉽을 유지한 점을 사 실력을 입증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경영권 상속이 가시화되면서 오너 경영에 대한 토론도 다시 불거졌습니다. 오너 경영이 장기적인 가치에 투자하고 단기 보너스에 연연하지 않게 도와준다고 보는 시각과 함께, 이렇게 큰 기업의 운명을 한 가문이 좌지우지하는 게 위험하다는 시각도 있지요.



삼성은 74개 계열사를 거느린 엄청나게 큰 대기업입니다. 증권사부터 놀이공원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복잡하게 얽힌 지분 구조는 계열사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개별 기업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왜곡시킵니다. 삼성은 창업가 가문의 경영을 쉽게 하기 위해 주주회사를 중심으로 지분 구조를 정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5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주 배당금도 높일 것이고요. 여태까지의 삼성은 주주배당금이 낮기로 악명이 높았지요. 작년 삼성은 2억 원 넘는 주식을 되사들였고, 배당금을 40% 올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은 전체 수익의 12.5%에 불과하여, 삼성은 56조원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막대한 현금 보유량은 큰 규모의 인수 합병 소문을 불러일으킵니다. 1월에는 블랙베리를 인수하리라는 소문이 있었고, 최근에 집중하기 시작한 의료기기 사업에서 대규모 인수합병이 도움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인수합병에 매우 신중한 기업으로 1 조원 이상의 인수합병에 입찰한 경험이 단 한번 뿐입니다. 2008년 산디스크의 메모리카드 사업부문에 6조원을 입찰하였으나 결국 실패한 딜이였지요. “삼성은 내부적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없는 부분만 외부에서 구해옵니다. 전체 사업 부문을 사는 것보다 효과적이죠.”

최근에는 실리콘 밸리의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작은 규모의 인수합병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본사와는 너무 가깝게 지내게 지내지 않겠습니다.” 구글과 AOL 임원을 역임하고 삼성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를 이끄는 데이비드 은이 실리콘밸리 센터를 지으면서 선언한 내용입니다. 실리콘밸리 센터는 단말과 부품 제조업에 맞추어진 삼성 본사의 기업 문화에서 벗어나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의 파트너쉽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모바일 결제 부문의 룹페이(LoopPay)를 인수했고, 그전에는 가전기기의 사물인터넷을 주도할 스마트싱즈(SmartThings)를 인수했지요.

“삼성이 패스트 팔로워라는 인식은 이미 옛날 이야기입니다.” 스마트싱즈의 CEO 알렉스 호킨슨의 말입니다. “지금의 삼성은 공격적인 혁신을 이끄는 기업이지요.” 그러나 하드웨어 너머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은 대규모 투자도도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입니다. 안드로이드 대항마로 내놓은 타이젠은 스마트 TV에서 사용할 뿐 스마트폰에는 결국 차용되지 않았습니다. 타이젠은 세계적인 수준의 플랫폼은 아니라, 사물 인터넷으로 기기들이 연결되면 활용 가능성이 많을 겁니다. “삼성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예측은 무성하나, 대부분의 비판은 삼성이 많은 리소스를 갖춘 엄청한 규모의 회사임을 잊고 있어요. 삼성은 새롭게 자리를 잡으려는 참입니다. 게임 오버와는 거리가 멀죠.”

삼성은 소비자 가전과 무선 사업 부문에서 분투하는 동안,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도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2010년 5월에는, 미래 성장동력이 될 5대 사업부분에 10년간 23조원을 투자하겠자고 발표했지요. 그중 태양광 패널, 저전력 LED(발광 다이오드)는 중국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한발짝 철수한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세분야인 의료기기, 바이오 기술, 전기자동차 전지에 투자하고 있지요. “아날리스트들은 신성장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지만, 당분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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