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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압력, 중미 압력에 한국 정부가 내놓은 해답은?

  • 입력 2015.03.16 18:56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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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평택 등 세 곳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과 어떻게든 이를 막으려는 중국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점입가경이다.



미국과 중국 연신 견제 펀치 날려

미국과 중국이 박근혜 정부를 향해 연신 견제 펀치를 날리고 있다. 이런 신경전이 노골화된 건 지난해부터다. 작년 9월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한다. 중국과 마찰을 빚을 우려가 있으니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미국 정부에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이 ‘본국에 사드 한국 배치를 요청했다’는 한미연합사령관의 발언이 나오자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반응은 싸늘했다. 김 실장은 헤이글 국방장관은 물론 케리 국무장관과의 면담조차 하지 못한 채 귀국해야만 했다. 미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적극 밀어붙이지 못하는 박근혜 정부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김 실장의 미국 방문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김 실장 방미 직후 중국 외교부는 주중 한국대사관에 “미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경우 중국은 한국을 상대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친한 노선과 경제협력 등에 대해서도 중국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혀 이면 논의가 진행 중인 사실을 공개했다.



올해 들어 신경전은 더 불을 뿜는다. 미국은 사드 배치를 아예 기정사실화 하려 들고, 중국은 사드 배치가 자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반발 수위를 높인다. 그러자 한민구 국방장관이 “사드 배치는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실토했고, 청와대도 이 개념을 한국 정부의 입장으로 공식화했다.



‘전략적 모호성’,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전략적 모호성’을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지난해 가을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무기한 연기해 주는 대신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급부로 요구(워싱턴 한미연례안보회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권 연기가 관철된 걸 보면 한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요구에 대해 긍정적 사인을 줬다는 얘기가 된다. 청와대의 ‘전략적 모호성’은 사드 배치 반대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표정관리쯤으로 해석하면 맞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미국 정부의 독촉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며, 조급증마저 보일 수도 있다. 중국 정부의 반발이 갈수록 커져가는 판에 시간을 끌다가는 상황이 꼬일 수 있다는 불안감도 적지 않을 테니 말이다. 최악의 경우 한미방위조약에 근거해 주한미군이 일방적으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할 수도 있다.

중국은 어떻게 나올까.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에 긍정적이라는 걸 모를 중국이 아니다. 또 미국이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터, 어떻게든 사드를 막겠다고 결기까지 내보인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압박 강도에 비례해 반발 수위를 끌어올릴 게 분명하다.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중국의 한국 정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이 사드 문제에 적극 나서자 중국과 미국이 즉각 반응을 보였다. 16일 오전에는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고, 17일에는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이 차관보와 면담을 갖는다. 사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옹색한 피난처에 숨어 옴짝달싹 안 하는 정부

정부가 하는 짓이 한심하고 답답하다. 쉬쉬하며 공론화를 꺼린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비좁은 ‘임시 피난처’에서 옴짝달싹 안 하고 가만히 있으려 한다. 이게 상책이라니 기막힐 노릇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우리가 잘하고 있으니 딴말하지 마라’는 투다. 아무튼 ‘잘하는 척’은 참 잘하는 정부다. 우스개 얘기가 생각난다.

꼴찌를 맡아 놓고 하는 농구팀이 있었다. 코치가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우승했던 팀인 척 자신감을 가지고 시합에 임하면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실력이 형편없다 보니 또 시합에서 졌다. 그러자 코치가 화가 나서 “왜 졌느냐.”며 선수들을 다그쳤다. 그 때 한 선수가 코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팀이 이긴 척 하시지요!”



잘하는 척하며 옹색한 피난처에 옴짝달싹하지 않고 있는 박 대통령이 묵상할 글귀가 있다. 3년 연속 국가조찬기도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니 성경에 나오는 일화를 소개하겠다.

사람을 무시하는 재판장이 있었다. 딱한 과부가 자신의 원한을 풀어달라며 재판장을 찾아가 간청한다. 인성이 못된 재판장이 과부의 얘기를 들어줄 리 없었다. 하지만 과부는 계속 재판장을 찾아갔다. 그러자 재판장은 얘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계속 자신을 번거롭게 할 거라는 생각에 과부의 청을 들어주게 된다.



미국에 ‘불가’ 이유 설득해야.. 못하면 덫에 갇힌 신세

과부처럼 재판장을 물고 늘어져야 한다. 박 대통령이 나서 미국 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라는 얘기다. 사드를 배치하면 한중 경제관계가 뿌리째 흔들릴 게 자명한데, 미국이라면 타국의 큰 이익과 자국의 무의미한 이익을 위해 나라 경제가 엉망이 되는 걸 감수하겠냐, 이런 식으로 계속 설득하란 얘기다.

사드는 완성품이 아니라 시제품에 가깝다. 1990년 개발에 착수했으나 수 차례 실패와 시행착오로 2013년에야 비로소 미국 정부가 록히드마틴과 도입 계약을 체결해 현재 3개 포대만 배치된 상태다. 단 한 차례도 실전에 사용된 적이 없는 ‘테스트용’에 불과하다. 한반도에 배치된다 해도 ‘완성된 무기체계’가 아니라 ‘실험용’일 수밖에 없다.

솔직하게 입장을 피력하며 성경 속 과부가 했던 것처럼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사드를 한반도 에 배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도록 미국을 집요하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미중 양국의 압박에 벗어나며 우리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전략적 모호성’에 갇혀 덫에 걸린 신세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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