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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라서 탈락시켰다' 일베 인증샷, 진짜일까?

  • 입력 2015.03.16 10:46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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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취업 지원자가 전라도 출신이어서 서류 탈락시켰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쿠키뉴스에 따르면 일간베스트저장소 게시판에 '전라도라서 서류 탈락시켰다'라는 제목으로 '목포가 고향'이라고 써 있는 부분에 탈락 표시가 된 입사지원서, 그리고 일베 인증 손 모양이 포함된 사진이 첨부된 글이 올라 왔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됐다고 합니다.

쿠키뉴스도 별다른 취재 없이 일베에 올라온 사진과 글을 캡처해서 올렸기 때문에 이 내용이 진짜인지, 아니면 조작인지는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만약 인사담당자가 특정 지역 출신이라 탈락시켰다면 분명 현행법률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

①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病歷) 등(이하 "성별등"이라 한다)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

②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는 그 업무를 수행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등을 이유로 구직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실시하는 자는 훈련대상자의 모집, 훈련의 실시 및 취업지원 등을 하는 경우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등을 이유로 훈련생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전라도 출신 채용불가 논란, 왜 자꾸 나오나

일베라는 극우성향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이 모두 진실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라도 출신 채용논란은 일반 채용 사이트에서도 논란이 된 적이 있어 혹시나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2014년 12월 안산의 한 중소기업이 채용사이트에 채용공고를 냈는데 '본적 외국인 X, 전라도X 지원불가'라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과 SNS에서는 특정 지역 출신은 지원조차 할 수 없도록 채용공고를 낸 자체가 법을 위반했다며 많은 논란이 일었습니다.

어떤 네티즌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고, 한때는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기업은 채용공고를 대행하는 직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면서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이 기업이 과거에도 전라도 출신을 채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며 사과의 진정성에도 문제 제기가 됐습니다.



지금은 등록기준지로 바뀌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입사지원서에는 '본적'이라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본적은 호적이 있는 곳을 의미합니다. 호적은 대부분 본가가 있는 고향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신이 태어난 곳과 상관없는 지역인 경우가 많습니다.

호적을 표시한 이유는 말 그대로 그 사람의 부모가 어느 지역 출신인지를 알려고 하는 이상한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과거 연좌제의 한 부류처럼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c MBC

호적제도가 폐지되면서 본적이 아닌 등록기준지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본적이 가진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서는 '고향'이나 '출신지' 등으로 말을 바꾸어 사용하는 등 편법이 횡횡하기도 합니다.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겠다는 것 자체가 '현대판 연좌제'입니다. 일부 기업이나 입사지원서에 아직도 이런 연좌제가 있다는 점은 일베의 전라도 출신 채용 배제 인증과 상관없이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입사지원서에 부모 재산과 직업이 왜 필요하나요?

어느 출신 지역이냐를 묻는 현대판 연좌제뿐만 아니라 부모의 직업과 재산을 적는 입사지원서도 문제입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가족의 월수입과 재산, 주거 형태를 상세하게 적어 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원자의 능력을 봐야 할 기업이 부모의 재산과 직업까지 조사한다는 그 자체는 황당하기만 합니다.

만약 부모 또는 가족이 없거나 재산이 없다면 지원자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겠다는 뜻일까요? 지원자를 보기보다는 그 배경을 중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100대 기업 중 채용 시 부모 직업 기재하는 곳. c 서울신문

2009년 서울신문이 1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채용 시 부모의 직업을 기재하는 곳이 무려 54개 업체나 됐습니다. 지금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100대 기업들조차 부모의 직업을 기재하도록 했다는 사실은 한국의 취업 제도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게 합니다.

해외 어느 기업도 이력서나 입사지원서에 '가족 관계'를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이력서에 가족관계를 작성하는 곳이 많습니다. 가족관계를 적는다는 자체가 우리가 말하는 '원만한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만 채용하겠다는 전제조건을 보여주는 행위입니다.



꼭 신체가 건강해야 입사할 수 있나요?

한국의 이력서나 입사지원서를 보면 외국과 다르게 키와 시력, 심지어 혈액형까지 묻는 항목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에게 신체 사이즈를 묻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매너적인 행위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당당하게 공식적인 서류에 지원자의 신체 사이즈를 적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혈액형까지 묻기도 합니다. 무슨 군인이나 경호원 등 위험 직종이 아닌 단순 사무직에 지원하는데도 자세한 신체 정보를 요구합니다. 건강진단서까지 요구하는 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단순히 신체사이즈를 적는 것을 넘어 병원에 가서 신체검사를 받고 인증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일부 기업에서 요구하는 건강진단서는 한 마디로 신체 건강한 사람만 채용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해외에서는 특정 직업 이외에는 채용 전에 건강진단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한국 기업에 취업하는 외국인들이 간혹 황당해 하는 경우가 입사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건강진단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입니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현행 이력서 자체에 문제가 많아서, 고용노동부는 기존 이력서에서 '주민등록번호', '학력사항', '신체 사항', '가족사항', '재산내역' 등이 삭제된 입사지원서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학력을 묻는 그 자체는 기업의 판단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이지만, 취업지원자의 신체나 가족관계 등을 묻거나 요구하는 행위는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일베의 전라도 출신이라 탈락시켰다는 인증샷 문제는 심각히 조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 사회가 가진 차별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지속해서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누구라도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상식이 만들어진다면 일베의 인증샷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 그 사회 스스로 인식하고 처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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