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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애국가는 왜 따라 부르기 어려울까?

  • 입력 2015.02.27 10:36
  • 기자명 잡곡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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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 행사장에서 부르는 애국가는 왜 따라 부르기가 어려울까요? 한동안은 음치인 저만 어려운 줄 알았는데, 가만히 관찰해 보니 행사에 참가한 누구도 애국가를 제대로 따라 부르지 못하더군요. 기껏해야 행사장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 합창을 웅얼웅얼 따라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기관이나 단체장들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애국가 부르기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뭐 어떤 경우에는 '애국'이란 것을 해야 하느냐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물론 나라를 사랑하고 애국가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요. 어느 쪽이든 다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애국가를 따라 부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행사장 애국가는 따라 부르기가 쉽지 않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유가 뭔가 하고 살펴보니 행사장 애국가는 반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합창곡을 앰프를 통해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부르게 하는데, 문제는 이 합창곡이 '성악 전공자'들이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따라 부르기가 여의치 않은 거였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학창시절에 애국가를 4절까지 배웠던 기억이 있고, 음치인 저만 빼고 친구들은 모두 큰 목소리로 잘 불렀었는데 이상하게도 정부의 공식 애국가는 따라 부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은 공공기관이나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에 가도 애국가는 생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래도 큰 행사 때는 애국가 1절을 함께 부릅니다. 보통 사회자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애국가는 1절만 부르겠습니다. 큰 목소리로 함께 불러 주시기 바랍니다.

안타깝게도 애국가를 큰 목소리로 따라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기껏해야 작은 목소리로 노래의 흐름을 따라가며 웅얼웅얼할 뿐이지요. 아예 입도 뻥긋하지 않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적어도 애국심 가득한 마음으로 애국가를 부르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이 모이는 행사장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가득한 입학식이나 졸업식 행사장에서도 애국가를 큰 목소리를 따라 부르는 것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선생님도 학생도 학부모도 그리고 내빈들도 애국가를 제대로 따라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뭐 광화문 광장 건너편에는 가끔 '불타는(?) 애국심'으로 애국가를 부르는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제가 사는 작은 도시에서는 그런 일이 별로 없습니다.

아무튼 정부, 공공기관, 학교에서 행사 때 사용하는 애국가 음악은 '행정자치부'에서 만들어 배포합니다. 행정자치부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요. 문제는 일반 국민들이 따라 부르기 어렵게 성악을 전공하는 사람들 수준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1절부터 4절까지 부르는 연습을 했던 국민들이 행정자치부 홈페이지에 있는 애국가는 따라 부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애국가를 부르고 싶은 국민들을 위해서 보통 사람들이 따라 부를 수 있는 합창곡을 배포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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