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지난해 6월 헌법 개정 국민투표법 공포였습니다. 2018년 6월 이후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이루어지게 되면, 국민투표 자격이 현행 ’20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기준 나이가 2년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헌법 개정 절차는 헌법 96조에 적혀 있습니다.
“이 헌법의 개정은 각 의원(중의원, 참의원)의 총 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국회가 이를 발의한 후 국민에게 제시하고 그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 승인에는 특별한 국민 투표 또는 국회가 정하는 선거 때 행해지는 투표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필요로 한다.”
이 조문에 있는 것처럼 중의원 참의원 각각의 의원 총수의 3분의 2가 찬성해 국민에게 발의하고, 국민의 절반 이상이 찬성에 투표한 경우 개정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민’이라는 것은 어떤 국민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정확히 어디까지가 선거권이 있는 국민이라는 것인지가 정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오랫동안 문제로 제기돼 왔습니다.
헌법 개정을 지론으로 하는 아베 총리는 1차 아베 내각이 탄생한 2006년 헌법 개정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국민’이라는 단어의 모호한 해석 때문에 주춤하게 됩니다. 헌법 개정에 앞서 ‘헌법 개정을 위한 법 절차 정비’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 ‘유권자’, ‘투표자’, ‘유효 투표자’ 등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등이 논의되었죠.
이후 국회 심의 결과 ‘헌법 개정 국민 투표는 18세 이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현행 ‘20세 이상’으로 유권자를 정의한 일반 선거법 법령과는 다른 기준이 정해진 것이죠. 그런데 그 결정이 이번에는 ‘일반 선거권도 20세 이상에만 부여할 수 있는가’라는 논쟁에 이릅니다. 헌법이라는 국가의 최고 법규가 18세 이상 국민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데, 일반 선거권이 20세부터라는 것은 애매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이유로 헌법 개정 국민투표법에 준해 공직선거법도 18세 이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국회가 결정한 것입니다.
범죄자의 신상공개는 20세 이상에만 적용되는 처벌입니다. 또한 회사 이사 자격에 연령 제한은 없지만, 미성년자의 경우 친권자의 동의 없이 취임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현재 일본에서는 사회 전체가 ‘20세를 성년의 기준으로 한다’(민법 4 조)라는 통념이 있습니다. 그런데 18세부터 헌법 개정 국민투표에 이어 공직선거법에까지 참여하게 된다면, ‘18세를 성년의 기준으로 한다’는 민법 개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도박법, 소년법 등 20세 성인을 기준으로 하는 법률들 역시 개정 논의가 필요할 겁니다.
c 민중의소리
물론 모두가 이런 움직임에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젊은이들이 유치한 마음으로 투표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내비치는 사람도 많습니다. ‘모라토리엄 인간’이라는 말처럼, 국민의 정신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가운데, 정치 참여의 저연령화가 진행되는 게 좋은 것이냐는 우려는 나름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18세로 선거 기준 연령이 낮아져도 투표 결과나 선거 결과가 변하지 않는다며 무의미하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현재 18세 이하에 선거권이 주어지고 있는 국가는 선거권 데이터가 있는 192개국 중 170개국에 달합니다. 그 대부분은 군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즉 병역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국가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권리로서 선거권을 병역 전에 부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점은 일본에 맞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일본도 국방군의 설치를 상정하면서 그에 앞서 선거권을 18세로 바꾼 거 아니냐’며 군대를 보유하려는 움직임과 연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선거 나이 기준이 낮아지면 유권자가 240만 명 증가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젊은 세대의 투표율은 낮고, 유권자 연령 제한이 2년 젊어진다고 해서 선거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뭔가 완만한 학습 기간이라는 것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베 총리는 선거 연령 조정에 대해 ‘유권자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만 말뿐입니다. 만 18세 가운데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도 많습니다. 과연 고교생이 스스로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 수집과 투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불안한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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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낮다는 이유로 정치인들이 투표율이 높은 노년층에 집중한다는 것은 정치권의 상식입니다. 그래서 국가 예산은 노인 복지에 많이 쓰이고, 육아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국가 채무 등 재정 문제는 오히려 미래의 젊은이들에게 부담되는 걸 생각하면, 선거권을 주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개정은 1945년 이후 70년 만의 일이 될 것입니다. 여성 국정 선거 참정권(보통 선거)이 주어진 중의원 선거법 개정 이후 처음입니다. 여성 참정권 운동에 기여한 이치카와 후사 씨가 “권리 위에 잠자지 말라!”고 외쳤지만, 선거권이 주어져도 행사하지 않는 일은 늘 빈번하게 발생해 왔습니다. ‘18세부터 선거권’. 많은 젊은이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