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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들이 박창진 흠집내기에 나선 이유는?

  • 입력 2015.02.21 20:09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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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기레기와 악의적 기레기

지난해(2014년)는 '기레기(기자+쓰레기)'에 대한 비판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센 한 해였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의 한심한 모습들은 가뜩이나 쌓여있던 불신을 폭발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피노키오>, <힐러> 등 언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조명하는 드라마들도 인기를 끌었다. 언론 내부적으로 반성과 성찰이 일었지만, 여전히 기레기 수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어쩌면 기레기라는 말조차도 일상화되어 이젠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론답지 않은 언론, 기자답지 않은 기자가 너무도 많아진 탓이다.


c 민중의소리

'기레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생계형 기레기이고, 나머지 하나는 악의적 기레기이다. 보도자료를 토시 하나 바꾸지 않은 채 기사로 내보내고, 이미 보도된 기사를 긁어서 제목만 자극적으로 바꿔 다시 내보내는 수준의 기자들은 그저 월급쟁이 회사원이라고 보면 된다. 공항 등 연예인이 출몰하는 장소에 대기하며 사진을 찍어 올리는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저 사진을 찍는 회사원일 뿐이다.

생계를 위해 일선 현장에 뛰어든 월급쟁이들에게 고결한 기자정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진짜 날 선 비판을 가해야 할 대상은 '악의적 기레기'다. 이들이 하는 일은 단순 작업이 아니다. 특정한 사안에 대해 교묘한 물타기를 하고, 대중의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등 치밀하고 복잡한 작업을 주도한다. 전체적인 맥락을 살피기보다 부분에 천착하고, 악의적인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박창진 사무장 흠집내기에 나선 기레기.. 이유는?

악의적 기레기들은 땅콩회항 사건의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과 관련해서도 그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지난 17일, 대한항공은 박 사무장이 이달 20일부터 4월 10일까지 50일간 병가를 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업무에 복귀한 후 6일부터 2주간 병가를 낸 상태에서 다시 연장을 한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박창진 사무장이 휴식이 더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안다. 병원 진단서를 제출했고 바로 승인됐다."고 설명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박창진 사무장 모습

그는 땅콩회항 사건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 지난해(2014년) 12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으로 공황장애 증상을 앓고 있다. 밤에 잠을 못 이루고 환청에 시달린다."고 말한 바 있다. 업무 복귀 후 힘든 비행 일정을 소화했고, 2일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는 등 정신적 압박이 더욱 심했을 것이다. 2년간 제공되는 90일의 병가를 모두 사용한 것을 통해 우리는 박 사무장의 건강 상태가 얼마나 나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쯤 악의적 기레기가 등장했다.


박 사무장은 병가 중에도 기본급과 상여금을 100% 지급받고, 60시간 비행근무에 해당하는 수당도 받습니다. 대한항공은 병가에 들어가는 박 사무장에게 기본급 100%, 상여금 100%, 60시간 비행근무에 해당하는 근무수당 등을 월급으로 지급합니다. 일반적으로 병가의 경우 기본급과 상여금만 100% 지급되고, 근무수당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박 사무장과 '땅콩회황' 당시 피해자가 된 승무원들에게는 60시간 비행근무에 해당하는 수당을 보장해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박 사무장은 대한항공 직책상 과장A급 팀장으로, 수당을 합친 연봉이 약 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 병가 50일 연장..

기본급-상여금 '100%지급' <MBN> 2월 18일


박 사무장은 병가 중에도 기본급과 상여금을 100% 지급받고 60시간 비행근무에 해당하는 수당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무장은 대한항공 직책상 과장A급 팀장으로 수당을 합친 연봉이 약 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땅콩회항' 충격 박창진 사무장, 한달 월급이 무려.. <매일경제> 2월 18일


<MBN>은 병가를 낸 박 사무장의 주머니 사정이 많이 걱정됐던 모양이다. '병가 중에도 기본급과 상여급을 100% 지급받고, 60시간 비행근무에 해당하는 수당도 받는다’고 친절히 쓰고 있다. 그러면서 '박 사무장은 대한항공 직책상 과장A급 팀장으로, 수당을 합친 연봉이 약 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박 사무장의 연봉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매일경제>는 더 심하다. 제목에서부터 아예 노골적인 악의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달 월급이 무려..'라는 뉘앙스에 담긴 의미는 대략 이 정도 뜻이겠다.

"쟤는 병가도 50일씩이나 내는데, 월급은 꼬박꼬박 다 받아 간대. 연봉이 얼만지 알아? 1억이래, 1억!"

이것이 졸렬한 이간질처럼 느껴지는 건 비단 나뿐일까.

연봉이 1억 원이면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불합리에도 눈을 감아야 하는 것인가.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게 합당한 일인가. 노비를 자처하고 주인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하는 것인가. 박 사무장이 병가를 냈다면 그 사실만 보도하면 그만이다. 좀더 정확한 사실관계가 궁금하다면, 당사자를 인터뷰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굳이 이 시점에서 박 사무장이 병가 중 기본급과 상여금을 지급받는다는 것과 그의 연봉이 얼마인지를 알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가늠하기 어렵다.

몸이 아파도 눈치가 보여 병가를 낼 수도 없는 직장인들에게 박 사무장의 근무 조건은 다소 약이 오를 수도 있는 일이다. 회사의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건 부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처한 불합리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합리의 영역에 머무른 이들을 끌어내리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병가를 보장받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은 '병가를 보장받는' 상대방을 미워하고 헐뜯기 시작한다.

거기에 기본급과 상여급을 100% 지급받을 뿐만 아니라 연봉이 무려 1억 원이라니!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 박 사무장은 우리 같은 서민 나부랭이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어!’ 또 다른 사람들은 박 사무장에게 주었던 관심과 지지를 헛된 것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내 처지에 누굴 걱정하나’면서 말이다. 일부 언론에 의한 이런 흠집내기는 그 동안 숱하게 있어 왔다. 뻔한 방식임에도 매번 쏠쏠한 효과를 낸다.



외로운 싸움 방치하는 일 없어야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런 기사들이 하나 둘씩 나오게 되면, 어느 순간 박 사무장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악의적 기레기가 노리는 것이다. 예기치 않게 거대한 싸움에 말려든 박 사무장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그의 싸움은 단지 그만의 것이 아니다.


c 민중의소리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제왕적 경영, 조현아 부사장의 소름 끼치는 갑질에 대해 단호하고도 명징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서는 여론의 힘이 필요하다.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는 온갖 종류의 갑질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목소리, 그 외침이 동반되어야 한다. 애석하게도 우리는 목숨을 걸고 선봉에 서서 싸웠던 사람들을 지켜내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악의적 기레기에 의해 눈이 가려졌고,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무뎌졌고 잊어온 게 사실이다. 이번에도 그 부끄러운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악의적 기레기의 끊임없는 출몰은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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