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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발 이완구는 어떻게 경찰서장이 됐는가

  • 입력 2015.02.11 11:04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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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자판기 해명'으로 무난하게 통과될 것 같았던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오히려 '의혹 자판기'가 되고 있습니다.



수도병원에서는 1급, 이동 신체검사에서는 보충역 판정

이완구 후보는 1976년 5월 12일부터 1977년 4월 26일까지 육군 일병으로 근무했습니다. 보충역 판정을 받아 근무했는데, 소위 말하는 방위였습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방위로 근무했던 가장 큰 이유는 '부주상골' 일명 '평발' 때문입니다. 이 후보자는 부주상골로 '등산조차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엄청난 질병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이완구 후보자의 주장과 해명과 달리, 그의 보충역 판정에는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처음 병역의혹이 나왔을 때, 이 후보자는 1971년 최초 신검을 '홍성'에서 받았으나, 시골이라 X-ray가 없어 1975년 대전에 가서 X-ray를 다시 찍어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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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완구 후보자의 병적기록부를 보면 이 후보자는 신체검사 장소 중에서 가장 최상위 병원인 수도육군병원의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판정을 받았습니다. 그가 보충역 판정을 받은 곳은 대전도 아닌 홍성초등학교의 이동 신체검사장이었습니다. 원래 군대 보충역이나 면제 판정을 받는 과정은 지방 신체검사장 → 국군병원으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완구 후보자는 오히려 거꾸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셈입니다.



이완구 총리후보자가 1975년 홍성초등학교에서 보충역 판정을 받을 당시, 이 후보자는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홍성군청에서 사무관으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시골 군청의 사무관이 시골 동네 초등학교 이동 신체검사장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만합니다.



평발이었던 이완구, 경찰로 승승장구. 결국 금배지

1977년 보충역 근무를 끝낸 이완구 후보자는 치안본부 특채를 통해 경찰간부 후보생들보다 무려 10년이나 빠른 '경정'으로 경찰이 됩니다. 이후 81년 31세의 젊은 나이에 총경으로 승진합니다.



총경은 '경찰의 꽃'으로 불립니다. 일선 경찰서장으로 부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완구 후보자는 총경으로 승진하고 곧바로 충남 홍성경찰서장으로 발령이 납니다. 이완구 후보자의 자서전 『약속을 지키는 사람』에서 인생에 교훈과 도움을 준 사람 중의 한 명으로 등장한 유흥수 치안본부장이 이완구 후보를 홍성경찰서장으로 발령냅니다.



유흥수 치안본부장은 이완구를 홍성경찰서장으로 발령내면서 "혹시 알아? 나중에 국회의원이라고 할지."라는 말을 농담처럼 던졌다고 합니다. 야망으로 가득 찼던 이완구는 충청남도 지방경찰청장으로 있다가 1995년 민주자유당 충남, 청양, 홍성지구당 위원장으로 정치에 입문합니다.



1996년 이완구는 신한국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 제15대 국회의원이 됩니다. 충남 홍성과 청양이 합쳐진 통합선거구에서 홍성 유권자가 7만 1천 명이었기에(청양 3만 3천 명) 홍성 출신인 이완구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충남 청양 출신이지만, 홍성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물론이고, 홍성 군청, 홍성 경찰서장을 지냈던 이완구에게 홍성은 군대 보충역 판정과 국회의원 배지까지 안겨준 텃밭이었습니다. 시골에서 자랐던 사람이라면 동네 행정고시 출신 사무관과 경찰서장이 지역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총리직은 김치찌개로 덮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이완구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자꾸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청문회 특유의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이완구 후보자는 새정치연합의 진성준 의원이 '입영하는데 왜 휴직계를 제출하지 않았느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 자신은 '입영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군대에 입대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검을 받고 입영을 하고 다시 입영 신체검사를 받습니다. 보통 2박 3일의 입소기간에 질병이 발견되면 귀향조치를 합니다. 그 후 진단서와 국군 지정 병원에서 재신검을 받고 면제 여부의 판단을 다시 받습니다. 분명 이완구 후보자는 입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은 입영한 적이 없기 때문에 휴직계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입영하면서 아예 보충역 판정을 염두에 두었다는 증거입니다.



그의 인생을 살펴보면 이완구 후보자는 성공과 출세만을 위해 달려온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사업가라면 그 야망이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를 총괄할 사람이 지녀야 할 역량으로는 부적절해 보입니다.

총리라는 직책은 대통령의 유고나 탄핵 시 대통령의 권한을 이어받아 대행하는 아주 중요한 직책입니다. 그냥 말 몇 마디로 넘어가고, 그저 도와달라고 해서 될 직책이 아닙니다. 특히 김치찌개 하나로 흠을 덮고 총리가 되겠다는 사람이 이완구 후보입니다. 총리직은 김치찌개로 덮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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