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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 국민 관심 멀어지자 본색 드러낸 정부

  • 입력 2015.02.07 10:54
  • 수정 2015.02.08 01:08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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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가진 자가 천 혹은 만 이상을 가진 자를 상대로 벌이는 완벽하게 불공정한 게임. 이게 세월호 참사를 놓고 벌이는 정부와 유족 간의 대립이다. 유족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 아들딸이 왜 어떻게 죽어갔는지 그 이유를 알자는 것이다. 유족들의 손엔 ‘진상규명’이라는 한 가지만 들려있을 뿐이다.



하나마저 빼앗으려는 저들

하나만 가진 약자지만 국민의 관심과 여론이 함께할 때는 달랐다. 국민이 거대한 ‘플러스 알파’가 돼 그 ‘하나’와 함께하자 청와대와 정부도 유족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버티기로 일관하던 정부여당은 일단 꽁지를 내리며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하는 것으로 한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쉽게 물러날 정부여당이 아니다. 합의문 곳곳에 지뢰를 묻어놓았다.

특별법과 특위 등등 원하는 것 한두 가지 던져주고 시간을 끌다가 국민이 세월호로부터 멀어지는 때를 틈타 유족들이 가진 그 ‘하나’마저 빼앗으려는 게 저들의 노림수일 거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위)는 시동도 걸기 전에 되기 망가진 차가 돼 버렸다. 특위 설립준비단이 한두 번 모이기 시작하자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망발을 해댔다. 세월호 특위를 국민 세금 축내는 ‘세금도둑’이라고 비난했고, 여당 지도부와 언론은 ‘옳소’를 연발하며 추임새를 넣었다.


진상규명 방해하고 특위 무력화 시도한다며 새누당을 규탄하고 나선 유족들. c 민중의소리



세월호 특위 시동 걸기도 전에 이미 망가진 차

박 대통령은 이미 업무에 착수한 17명의 특위조사위원에게 한 달이 지나도록 임명장을 주지 않고 있다. 임명장을 받지 못했으니 공식적으로는 위원이 아니다. 특별법 부칙에는 최초로 임명된 위원 임기는 이 법의 시행일부터라고 명시돼 있다. 임명장 가지고도 한 달 이상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다.

여당 추천 조대환 부위원장과 황전원 위원 등은 아예 “특위 설립준비단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안건으로 발의하기도 했다. 설립준비단을 흔들어 특위 출범을 막거나 출범을 최대한 늦춰보자는 수작이다.

설립준비단 해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자 업무 마비 상태로 내몰려 한다. 조대환 부위원장(당연직 사무처장)은 행자부와 해수부에서 준비단으로 파견 나온 공무원들에 대해 복귀 명령을 내렸다. 결국 공무원들은 복귀했고 준비단 업무는 완전 마비 상태다. 조 부위원장은 공무원 파견은 사무처장의 권한이라고 주장한다. 틀린 얘기다. 특별법에 따르면 공무원 파견은 위원장의 결정사항이다. 아직 임명장도 받지 않은 사무처장이 월권까지 하며 설쳐댄다. 뭘 믿고 저러는 걸까.



국민 관심이 세월호에서 멀어지자 본색 드러낸 정부여당

특위는 이미 만신창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 밖에서는 청와대와 여당이, 안에서는 여당 추천 위원들이 특위를 흔들어 댄다. 시동 걸리기 전에 고물차로 만들기 위한 파괴행위가 계속된다.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 촉구하며 도보행진을 벌이고 있는 유족들

“유족들이 원하면 반드시 선체를 인양하겠다.”고 약속했던 정부가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세월호 인양 포기 쪽으로 몰아간다. 국민 혈세를 고철덩이 건지는 데 쓰는 게 옳지 않다며 여론을 부추긴다. 세월호는 영원히 바닷속에 두고 특위는 만신창이가 되도록 짓이겨 놓자, 이게 저들이 원하는 거다.

저토록 대담하게 나오는 이유가 있다. 국민의 관심이 세월호로부터 확연히 멀어졌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유족에게 덤벼들어 그들 손에 들려있는 ‘진상규명’까지 빼앗아 뭉개려 한다. 하나 가진 자의 그것마저 빼앗겠단다.



거리로 나온 유족들 ‘목숨 바쳐 진상규명’

참다못해 유족들이 또 나섰다. 참사 진상규명과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1월 25일 안산을 출발해 2월 14일 팽목항에 도착한다. 지난 31일 행진단이 대전을 경유했다. 필자도 그 대열에 참여해 대전역에서 노은동까지 20km를 함께했다.

여러 유족들을 만났다. 예은이 아빠는 까칠하고 힘없는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며 캄캄한 물속에서 아빠를 부르며 죽어갔을 딸 얘기를 힘겹게 입에 담았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이렇게 답한다.

“작년 4월 16일부터 시간이 멈췄습니다. 이 멈춘 시간을 다시 돌아가게 하려면 세월호를 인양해서 왜 참사가 일어났는지 진상을 규명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도언이 엄마와 현수 아빠는 현 정부가 무책임하다며 이런 식으로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탄식했다. 세월호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고 청해진해운과 이준석 선장 등이 처벌을 받았지만 진상이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며 ‘답답해서 도보행진이라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선체 인양과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고 말할 땐 얼굴에 비장함이 서렸다.





정부여당 집요한 언론플레이, 국민 시각 호도

행진 대열 속에서 만난 잠수사 L씨. 다이빙벨을 타고 직접 잠수에 참여했던 해군 UDT 출신 민간 잠수부다. 한명도 못 구한 게 안타까워 행진 대열에 참여했노라며 이렇게 말한다.

“사고 직후 다이빙벨 4개가 참몰 장소 양쪽에서 구조작업을 했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겁니다. 에어포켓은 분명이 존재했고 그곳에 다수의 학생이 한동안 생존해 있었을 겁니다.”

행진 대열이 교차로를 지날 때다. 대열에 길이 막히자 자동차에서 중년의 사내가 문을 열고 소리친다. “언제까지 세월호 타령이야! 당장 비켜!”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대열 옆을 지나가던 행인 서너 명이 주고받는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쟤들 또 저 지랄이네. 진도 한 번 갔다 올 때마다 보상금 몇 억씩 더 올려 줄까 봐 저러나!”

참사 이후 계속된 정부여당의 집요한 언론플레이가 일부 국민들의 시각을 호도시키고 있다. 조각 몇 개를 전부로, 곁가지를 줄기로, 덧칠을 본질로, 조작된 사실을 진실로 본다.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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