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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협회장 자리 군침흘리는 재벌들, 이유는?

  • 입력 2015.01.20 10:32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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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정윤회 씨와 관련된 문체부 국·과장 좌천 인사 의혹에 대해 ‘조작된 이야기’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논란은 더 확산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기는 해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신년기자회견, 오히려 의혹 더 증폭

좌천을 지시한 이유로 박 대통령은 “체육계 비리를 바로잡으라고 지시했는데 보고가 올라오지 않아 계속 따져보니까 (국·과장이) 거기서 제대로 역할을 안 한 것이어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정말 그럴까. 해당 국·과장과 관련된 보도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의 주장과는 딴판이다. 노태강 전 체육국장의 근무평가는 매우 좋은 편이었다. 2012년에는 최고등급인 S를, 2013년에는 우수등급인 A를 받았다. 각종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문체부 내에서도 신망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보고가 올라오지 않아 좌천 인사를 지지했다는 해명 또한 황당하다. 유진룡 당시 문체부장관이 체육계 비리 척결방안에 대해 청와대에 보고한 시점은 2013년 7월 23일. 이때부터 문체부가 ‘체육계 비리 척결’에 착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유 전 장관을 불러 좌천을 지시한 건 착수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그해 8월 21일이었다. 박 대통령 해명대로라면 체육계 비리 척결이라는 방대한 과제에 대한 기본평가를 한 달도 안 돼 끝냈다는 얘기가 된다. 소가 웃을 일이다.


고 최태민의 사위 정윤회와 딸 최순실



박 대통령 해명, 앞뒤 전혀 맞지 않아

문제가 있다면 장관을 질책하면 된다. 그런데도 해당 국·과장을 꼭 집어서 좌천을 지시했다. ‘계속 따져보니까 국·과장이 역할을 안 해서’ 그랬다는 해명이 당혹스럽게 만든다. 대통령이 해당 국·과장과 한방을 쓰며 함께 근무한 것도 아닐진대 어떻게 두 사람의 근무상태를 ‘계속’ 관찰할 수 있었을까. 누군가 박 대통령에게 이들에 대해 정보를 제공했다는 얘기다.

해명이 의혹만 더 키우고 말았다. 진실은 무엇일까. 시간을 2013년 4월로 되돌려보자. 경북 상주에서 열렸던 전국승마대회부터 조명해보면 대부분 의혹이 사라지면서 진실의 퍼즐이 맞춰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2013년 4월 한국마사회가 주최한 상주 승마대회에 정윤회 씨의 딸이 출전한다. 결과는 라이벌 관계인 김 모 선수가 우승했고 정 씨 딸은 2위에 그쳤다. 대화가 끝나자마자 돌연 경찰이 심판진을 불러 조사를 한다. 두 차례 조사를 벌이면서 심판들에게 ‘우승한 선수 학부모로부터 무슨 부탁을 받고 점수를 잘 준 것이냐’고 추궁했다. 승마에 대해 문외한인 경찰이 승마협회를 제치고 직접 조사를 한 것이다. 반발이 심하자 경찰은 내사 수준에서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누가 수사를 의뢰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정윤회-청와대-문체부-승마협... 이렇게 연결하면 ‘진실 퍼즐’ 맞춰지는데

그런데 한달 뒤인 5월, 문체부가 청와대의 지시로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다. 청와대는 조사를 지시하면서 문체부의 국·과장에게 ‘정윤회 부부와 가까운 승마협회 전직 간부를 만나보라’는 구체적인 지침을 하달했다.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두 달 뒤인 그해 7월 담당 국·과장(노 국장과 진 과장)은 이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정윤회 쪽과 반대쪽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고한다.

며칠 후 유진룡 당시 문체부장관이 청와대에 불려간다. 박 대통령은 유 전 장관 앞에서 수첩을 꺼내 노 국장과 진 과장 등의 이름을 직접 거명했다. 그러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사실상 경질을 지시한다. 이는 유 전 장관이 직접 폭로한 내용이다.

‘나쁜 사람이니 두 사람을 경질하라’는 박 대통령의 언급을 받은 유 전 장관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상의한 뒤 당장 인사 조치를 하는 것보다 한두 달 있다가 정기인사 때 해당 국·과장을 자연스럽게 교체하는 것이 잡음을 피할 수 있다는 방법이라고 판단한다.





강한 부정은 긍정?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집요했다. ‘나쁜 사람’ 발언이 있은 지 불과 이틀 후 교육문화수석에게 국·과장에 대한 인사조처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한다. 결국 유 전 장관은 노 국장과 진 과장을 부리나케 산하기관으로 내려 보내는 인사를 단행하고 만다.

‘보고도 안 하고 역할도 안 한 무능이 좌천 사유’라는 대통령의 해명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게 태반이다. 그러나 ‘승마협회 조사지침 불이행’을 좌천 이유로 설정해보면 전후관계와 인과관계가 딱 들어맞는다. ‘정윤회의 반대쪽에만 문제가 있다’라는 내용으로 조사보고서를 올렸다면 어찌 됐을까. 청와대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않았을까.

청와대의 지침 불이행이 좌천 사유로 작용한 게 맞다면 매우 중요한 한 가지가 확인된다. 정 씨에게 엄청난 권력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을 움직이거나 청와대를 앞세워 정부부처를 조종해 멀쩡한 공무원을 좌천시킬 정도라면 실세 중 실세가 틀림없다. ‘비선 실세’로 볼 수 있는 증거로 이 보다 더 확실한 게 있을까.



‘비선실세 줄대기’... 승마협회장 자리 눈독 들이는 재벌기업들

그래서 재벌기업들이 승마협회에 눈독을 들이나 보다. 세간에는 ‘3세 승계 등 총수 문제가 걸려있는 몇몇 대기업들이 승마협회 회장직을 거머쥐는 데에 관심이 많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국가대표 승마선수인 정 씨의 딸을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란다. 정권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고 싶은 재벌기업들이 ‘비선 실세’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승마협회장 자리가 눈에 확 들어온 모양이다.

내년에 올림픽이 개최된다. 승마선수가 올림픽에 참가하려면 거액이 필요하다. 10억 정도의 말 두 마리 정도는 있어야 하고 여기에 말 관리와 연습 비용까지 합하면 30~40억 원이 들어간다. 대기업의 지원이 없이는 어렵다는 얘기다. 승마협회 사업으로 ‘올림픽 예산’을 편성한 뒤 그 비용을 협회장을 맡은 재벌기업이 감당하는 방법이 협회와 몇몇 기업 사이에서 모색되는 눈치다.

‘이재용 체제’를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삼성그룹도 협회장직에 눈독을 들이는 모양이다. 현재 협회 부회장인 이영국 삼성전자 상무를 협회장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온다. 승마협회는 오는 23일 대의원총회를 통해 새로운 회장을 선출한다. 누가 회장이 되든 상관없이 ‘비선 실세 줄대기’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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