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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을 없애야 한다는 법조인들, 시민들에게는 어떨까요?

  • 입력 2015.01.12 19:39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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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양성 제도의 근본 개혁을 내걸고 출범한 로스쿨은 올해로 7년째를 맞이한다. 벌써 로스쿨을 통해 배출된 법조인만 4,500명에 달한다. 이처럼 많은 변호사들이 양성되면서 소수의 변호사들이 판을 장악한 채 배를 불리던 법조계 시장은 그들의 표현대로 '불황'을 겪게 됐다. 오로지 '돈'이 목적이었던 이들에게는 더 이상 변호사가 선망의 대상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대형 로펌에 들어가는 일부 변호사를 제외하면 밥벌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올해로 출범 7년째를 맞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생들이 법조계 불황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법연수원생에 비해 차별을 받는가 하면 기업의 계약직 직원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상당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로스쿨 학비로 3년간 1억 원 넘게 투자해 막상 졸업 후 로펌 취업에 성공해도 한 달 수입이 200만 원도 채 안 되는 변호사도 속출하고 있다.
위기의 로스쿨… 月 200만원도 못 버는 변호사 속출 <해럴드경제>

<해럴드경제>는 경제 신문답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돈'과 관련지어 월 200만 원도 못 버는 변호사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기'라고 단정지었다. 이런 기사들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바로 시민의 관점이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로스쿨이 위기에 빠질수록 시민들은 웃을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c 민중의소리


다소 의아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바로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던 근본 취지이기 때문이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로스쿨 도입으로)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법조인이 특권적 위치에서 보통의 전문가로 자리매김'되었다는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제 변호사는 더 이상 머나 먼 세계의 존재가 아니다. 변호사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반가운 변화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2017년 전면 폐지되는 '사법고시 제도'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사법고시 존치를 위해 입법안을 제출하기도 했고, 보수 언론과 경제 신문 등은 로스쿨을 '돈스쿨'이라고 지칭하며 과다한 비용 등을 지적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해럴드경제>는 사법고시를 '계층 상승 사다리'로 표현하며 사법고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른바 벼락 출세, 인생 역전 등 '계층 상승'의 일환으로 사법 고시를 존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역설적으로 그 동안 사시 출신들이 누렸던 각종 특권 의식을 잘 보여준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 지도층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을 뒤집어버린 그들이 아니던가? 그들이 대한민국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왔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좋은 법조인,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법조인이 되는 것을 꿈꾸기보다 성공의 방편으로 존재했던 '사법 고시'를 우리는 이제 역사 속으로 보내주어야 하지 않을까?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은 사립대학의 경우 연간 2000만원이 넘는 학비 때문에 '돈스쿨'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 전북대 경영학과 천도정 교수와 중앙대 경영학과 황인태 교수가 지난 7월30일 발간한 '법조인 선발제도별 법조계 진입유인 실증분석' 논문에 따르면 로스쿨 진학을 준비한 시점부터 변호사가 되기까지 4.77년간 연평균 2218만원, 총 1억579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시는 시험 준비를 시작한 때부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기까지 6.79년간 연평균 933만원, 총 6334만원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로스쿨은 '돈스쿨?'… 4.8년간 1억579만원 <머니투데이>

언론을 통해 흔히 볼 수 있는 로스쿨에 대한 비판은 '낙인찍기' 수준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로스쿨=돈스쿨(귀족학교)’이라는 것이다. 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로스쿨 진학부터 변호사가 되기까지 4.77년간 1억 579만 원이 들기 때문에 로스쿨이 사법고시보다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든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관점은 바람직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주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 교수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되는 것이 사법시험 제도에 비해 비용이 더 든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그 계산법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즉 사법시험을 통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확률과 로스쿨을 통한 취득 확률을 동일하게 평가한 것이다. 사법시험 합격률은 3%에 불과한데(로스쿨은 입학정원 대비 75%), 3%의 확률을 통과하지 못한 97%의 고시생들이 들인 비용을 빠뜨린 채 계산하고선 로스쿨 비용이 과다하다고 비판하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c 민중의소리


사법시험의 합격률이 고작 3%에 불과하고, 합격하지 못한 나머지 97%가 쓴 비용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한인섭 교수의 지적처럼 '로스쿨 제도는 이른바 고시 낭인 현상을 해소'했고, 이를 통해 '사회적 차원에서 인재의 소모를 훨씬’ 줄였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검토 없이 단순히 합격자들의 비용만을 계산해서 로스쿨이 사법시험보다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든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게다가 '돈스쿨'이라는 주장은 장학금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이다. 2013년 참여연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로스쿨의 전액 장학금 수혜자 비율은 재학생 대비 35.4%에 이른다. 다시 말해서 1/3의 로스쿨 학생들이 전액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 2014년 전체 입학정원 2,000명 중 132명이 ‘신체적·경제적 취약계층’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되었고, 89.2%가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있다. '로스쿨=돈스쿨'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거리가 있는 현실이다.

변화의 과정에서 기존의 방식에 익숙하던, 혹은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던 사람들은 불편함을 겪게 된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무엇이 '시민'을 위한 선택인지, '미래'를 위한 선택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당장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법조인들의 입장에서는 고달픈 삶을 살게 되겠지만, 그런 만큼 시민들은 보다 손쉽게 법조인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과거에는 단지 '법'만 공부했던 사람들이 법조인이 되었다면 이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각양각색(各樣各色)의 전공과 다채로운 경험을 한 사람들이 법조인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들이 한 교실에서 서로의 관점을 제시하면서 공부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다양성이 고양되고, 편견에서 벗어나 균형감각을 익혀나갈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로스쿨의 설립 취지인 '국가가 아닌 대학이 다양한 사회적·학문적 배경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여 시민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로스쿨에 대한 왜곡된 시각만을 전파하는 일부 언론들에 휩쓸리기보다는 냉정하게 허와 실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법조인'을 길러내는 로스쿨 측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할 '좋은 법조인'이 많이 배출돼 양질의 법 서비스를 보다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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