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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정권 2년, 유신독재가 떨군 씨 발아되다

  • 입력 2015.01.12 15:18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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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국민의 권리와 민주를 외쳤다. 진실을 가리려는 권력을 향해 그러면 안 된다고 힘껏 소리쳐 보았다. 소용없었다. 청와대의 제왕적 권력에 거대 여당까지 합세한 성(城)은 강고했다. 시민들의 진실을 향한 외침은 두터운 성벽을 때리는 작은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다.



유신독재가 자신의 2세를 만들기 위해 떨군 씨

박 정권 2년. 국정을 농단하고 민주적 상식을 파괴하는 사건들이 줄을 잇는다. 아무리 유신의 딸이라도 다양성 사회와 시민민주주의라는 톱니바퀴를 거꾸로 돌리지 못할 거라는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유신독재가 자신의 2세를 만들기 위해 떨군 씨가 바로 박 정권이었다. 아무리 그런 씨라 해도 토양이 달라졌으니 유신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한 순진한 시민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씨는 독했다. 달라진 토양에서도 씨를 틔웠으니 말이다.


c 민중의소리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서부터 출발한 정권이다.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 위해 국정원 직원 한둘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우겼다. 국정원뿐만 아니라 국방부 등 다수의 정부부처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관련 증거가 확인되고 용감한 수사 담당자는 입을 열어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어 진실 규명을 외쳤다.

그러자 위기감을 느낀 정권은 국면전환을 시도한다.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NLL 포기를 선언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야당을 무력화시키고 극우세력을 자극해 민주시민과 맞서게 했다. 그래도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 공개하기에 이른다. 종북몰이로 부정선거 논란을 돌파하려는 물타기였다.



견고한 성에 갇힌 진실들... 때마다 종북몰이

시민들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에 혹여나 기대를 걸고 있었다. 최소한의 진실이라도 밝혀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은 몸을 던져 정권과 국정원을 비호하는 여당에 의해 철저하게 짓밟혔다.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촛불들은 크게 실망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행이 악조건 속에서도 검찰 특별수사팀이 부정선거 관련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c KBS1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그에 의해 꾸려진 수사팀은 고군분투했다. 마침내 수사팀이 국정원의 심장부를 겨냥할 무렵 난데없는 사건이 터진다. 보수언론이 폭로한 ‘채동욱 혼외자 의혹’이 그것이다. 헌법 질서를 유린한 대선 부정선거 논란이 검찰총장의 개인사 의혹에 함몰되며 사태는 박 정권이 바라던 대로 흘러간다. 검찰총장이 찍혀 나가면서 수사팀이 해체됐다. 국정원 수사는 이렇게 동력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박 정권이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를 막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며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부정선거 진실규명과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계속됐다. 이때 국정원이 꺼낸 카드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다. 현직 의원이 당원 백여 명과 함께 국가를 전복할 목적으로 내란을 모의했다는 국정원과 검찰의 발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촛불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역할을 했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야당의원 내란 음모 사건’으로 덮으려 한 것이다.



증거위조 정권을 구한 건 세월호 참사

이 무렵 또 하나의 의혹이 제기된다. 국방부가 여당 후보 당선을 위해 정치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댓글부대’를 운영하며 ‘윗선’의 지시에 따라 정권과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온라인에 대량 유포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었다. 여기에도 국정원이 개입돼 있다는 정황증거가 드러나자 민주시민들은 또 다시 분노했다.

궁지에 몰리거나 진실이 밝혀질 상황에 처하면 어김없이 꺼낸 카드가 ‘종북몰이’ 였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도 그 중 하나다. 국정원이 주장한 ‘유우성 간첩’ 혐의가 1심 법원에서 무죄로 판명 난 건 2013년 8월. NLL 대화록 유출로 물타기하고 국회 국정조사를 무력화해도 촛불이 수그러들지 않을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간첩조작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 치명적이라고 판단한 국정원과 검찰이 공소유지를 위해 중국 당국의 공문서를 위조하는 가증스러운 일을 저지른 것이다.


c 민중의소리


시민의 촛불이 치를 떨 그 때 엄청난 참사가 일어난다. 세월호 침몰사건이 그것이다. 유족들과 시민들이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목 터지게 외쳐도 소용없었다. 박 정권은 모든 잘못을 선장과 청해진해운, 말단 공무원들에게 돌리는 데 급급했다. 유족들이 항의하면 ‘순수하지 못한 유족’이라고 매도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아직도 미궁 속이다. 왜 구조하지 않았을까? 왜 갑자기 배가 급변침한 걸까? 왜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까? 많은 이들이 증언하는 충돌음의 정체가 뭘까? 밝혀진 건 없다. 핵심을 물으면 곁가지로 가리며 빠져 나가고, 사건의 실체를 물으면 유병언과 선장 얘기만 한다.



‘미궁’이라는 상자 속에 못질되나

결국 박 정권은 세월호를 ‘미궁’이라는 상자에 넣어 못질하기 위해 세간의 이목을 다른 곳에 집중시켰다. 또 다시 종북 카드를 꺼낸 것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박 대통령 당선 2주년 기념일에 맞춰 나왔다. 의석을 가진 정당이 강제로 해산당하는 초유의 사태다. 유신독재의 원조조차 엄두 내지 못했던 일을 그의 딸이 해낸 것이다. 세월호의 진실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도 못한 채 이렇게 가라앉고 말았다.

밝혀진 것도 드러난 것도 없다. 단지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엄청난 사건과 의혹들만 있을 뿐이다. 최근 ‘정윤회-박지만’의 십상시 사건도 마찬가지다. 의혹은 있는데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 물증은 가려져 있고 죄다 심증뿐이다. ‘진실규명’을 외치는 소리만 고장 난 녹음기 반복되듯 그렇게 되풀이된다.

촛불은 지쳤고, 시민들은 포기상태다. 아무리 애쓰고 절규해도 진실을 가둔 성은 아직 견고하기 때문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세월호, 채동욱, 사이버사령부, 통진당, 종북몰이... 하도 반복하다 보니 제풀에 식상해진 모양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박제가 된 줄 알았던 유신독재의 씨도 이렇게 싹을 틔우는데 하물며 살아있는 민주일까 보냐. 꽁꽁 얼어있는 진실을 녹일 따스한 햇살이 찾아 올 것이다. 3년 뒤면 이 겨울이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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