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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보다 더한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甲질

  • 입력 2014.12.18 10:39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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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리턴' 사건으로 기내에서 내렸던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으로부터 수첩을 찢어 적은 짤막한 쪽지 사과를 받았습니다. 쪽지 내용은 별 게 없었습니다.

“박창진 사무장님, 직접 만나 사과 드리려고 했는데 못 만나고 갑니다. 미안합니다. 조현아 올림.”

박 사무장은 KBS에 출연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를 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았구나.”라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대한항공의 '땅콩리턴' 사건을 많은 언론이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화려한 유니폼 속에 가려진 대한항공 직원들의 고통은 그다지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땅콩리턴' 사건이 터지자 대한항공 직원들의 게시판에는 이미 올 것이 왔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그들은 이미 '땅콩리턴' 사건을 예견하는 다양한 얘기들을 오래 전부터 해왔던 것입니다.



조양호 일가의 비행기 탑승이 두려운 직원들

땅콩리턴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스튜어디스나 항공 승무원 카톡방 등에는 조양호 일가의 비행기 탑승 얘기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어느 회사나 오너가 방문을 하면 청소도 더 열심히 하고 나름 책잡히지 않도록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얘기가 많이 들어 옵니다. 특히 오너 일가가 탑승하기 전부터 기장은 물론이고 승무원들에게 특별 지시 사항이 내려오고 비행이 끝나면 혹시 문제점은 없었는지와 대책 마련 등이 끊임없이 요구됩니다. 문제는 오너 일가의 비행기 탑승으로 업무의 중요도가 승객보다 오너 일가에 치우칠 수 있다는 점과 직원들이 탈진으로 쓰러질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자살을 선택한 대항항공 직원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대한항공 직원들은 오너 일가의 비행기 탑승에 그토록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수에 대한 결과가 너무 혹독하기 때문입니다.



2011년 대한항공 직원 3명이 한달새 3명이나 자살을 했습니다. 대한항공 객실 사무장 권모 씨는 숙소였던 호텔 베란다서 투신자살을 했고 기체정비팀 박모 씨도 아파트서 추락사했습니다. 객실승무원이었던 임모 씨도 대한항공 신갈연수원 옥상에서 투신자살했고 김모 씨는 대한항공 격납고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하려다 직원들의 설득으로 겨우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한 이유는 'C-palyer'라는 근무평가시스템으로 직원들을 평가하여 인사고과에 따른 불이익을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당한 업무 평가라면 직원들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항항공 직원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회사 내 활동을 직원끼리 서로 감시하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치 군대 신병 훈련소에서 신병들이 인사를 하지 않으면 벌점을 매기는 식으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옐로우 카드를 받는 모습은 이곳이 회사인지 군대인지 구별이 안 되게 합니다.

업무가 아닌 이런 생활 태도 자체만으로 인사고과에 반영되니 오너 일가의 비행기 탑승에 두려움을 느끼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입니다. '옐로우 카드'가 경영진의 얼굴을 몰라보고 인사를 하지 않아 등장했다는 배경부터가 이미 대한항공의 땅콩리턴은 예견됐고,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조현아의 사과? 재벌들을 믿지 마세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검찰에 출두해 눈물을 흘리며 ‘죄송합니다'를 말했지만, 아이엠피터는 그녀의 말이 그다지 와 닿지가 않습니다.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들은 기내에서 면세품을 팔다가 정산금액이 맞지 않으면 개인이나 팀원이 금액을 부담해서 메워야 합니다. 그래서 팀비를 걷기도 합니다. 입사 1년 차였던 모 승무원은 면세품 판매 문제로 자살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기내 면세품 판매를 하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오히려 반대입니다. 기내 면세품 판매 실적이 적으면 인사고과에 안 좋게 반영이 되기 때문에 사무장이나 승무원들은 주위 친지들에게 기내 면세품을 팔기 위해 카탈로그를 들고 다니며 영업을 하기도 합니다. 대한항공은 기내 면세품 판매 시에 사용되는 카드 리더기 구입 비용을 아끼기 위해 승무원의 개인 스마트폰에 '모바일 칼포스'라는 회사 앱을 강제로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조에밀리리는 조현민 상무의 영문 이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남매는 '싸이버스카이'라는 회사의 주주들입니다. 각각 33.3%씩의 지분을 보유한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내 기내 면세품을 독점 판매하는 비상장 계열사입니다. 왜 대한항공 기내승무원들이 면세품 카탈로그 홍보와 판매에 동원되고 있는지 이해가 되십니까?

모닝캄 기내지 광고 판매 대행과 기내 면세품 인터넷 대행 판매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매년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이 존재하는 한 '황금알을 낳는 오리'로 재벌 3세들의 수입을 책임져 줄 것입니다.



'땅콩리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런 어록을 남겼습니다.

"기업은 물려받는 게 아니라 자격을 갖춰서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임원들이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회사가 살아남기 힘들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경영 철학을 가진 재벌 오너, 비록 그들이 지금 눈물을 흘리며 '죄송합니다'를 말해도, 부사장직을 사퇴해도 그들에게 쏟아지는 돈은 변동이 없을 것입니다. 아마 '땅콩리턴'사건이 잠잠해지면 블로그나 노조 게시판, 승무원 카페에 올려졌던 대한항공 비판 글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삭제 요구가 나올 것입니다. 대한항공은 오너 일가의 실수에는 너그러워도 비판에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땅콩리턴'은 한 기업이 재벌 오너 일가에 종속된, 한국만의 독특한 기업 풍토 때문에 벌어진 사건입니다. '땅콩리턴'은 이런 배경 속에 이미 예견된 사건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비슷한 사건은 언제라도 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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