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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일왕 생일 파티를?

  • 입력 2014.12.05 09:06
  • 수정 2014.12.05 09:36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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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4일, 경찰은 '중요 업무'를 위해 남산 중턱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 호텔로 출동했습니다. 경찰이 말한 중요 업무는 바로 일왕 생일 파티 경호 업무였습니다.

원래 일왕 생일은 12월 23일입니다. 그러나 일본대사관은 매년 '내셔널 리셉션'(국경일 연회)이라는 이름으로 일본보다 더 빨리 일왕 생일 파티를 합니다. 아마도 일본 내 일왕 생일 파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시기와 겹치지 않으려는 속셈 같습니다.

아이엠피터가 찾은 그랜드하얏트 호텔은 정문은 물론이고 행사장인 그랜드볼룸을 경찰이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내부에도 경호원을 배치, 카메라만 보이면 바로 밖으로 나가도록 했습니다.



'일왕 생일 파티'를 왜 하필이면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다른 호텔의 행사 일정과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남산에서 일앙 생일 파티라니, 지나친 일이라고 봅니다.

조선을 병탄한 일제는 남산에 일본의 건국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와 '메이지 일왕'을 모시는 '조선신궁'을 건립합니다. 당시 조선교육회는 학생들에게 강제로 '헌목캠페인'을 벌여 50여만 명에 이르는 조선의 소학교, 보통학교 학생들에게 5,000엔의 헌금을 징수했습니다.

1938년 조선총독부는 매월 1일을 애국일로 제정해 조선인에게 '신사참배'와 '히노마루(일장기)게양', '황국신민의 선서 제창' 등을 강요했습니다. 신사참배를 거부한 18개교는 가차 없이 폐교됐고 조선의 몇몇 기독교인들은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강제 연행되거나 순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슴 아픈 역사를 떠올리며 아이엠피터는 당시 일제의 강요로 일왕과 일본신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참배했던 조선인들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일본대사관 행사라면 관저에서 개최하지 굳이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가 배어 있는 남산 중턱에서 했을까 하는 반발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왕 생일 파티에 참석한 한국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습니다. 정치인들은 그런 여론을 의식해 초대장을 받고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아이엠피터가 본 바로는 많은 한국인들이 일왕 생일 파티에 참석했습니다.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과 일왕 생일파티에 참석해 논란을 빚었던 남덕우 전 총리는 2009년 일본 정부가 일본에 지대한 공로를 끼친 외국인들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욱일대훈장'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2013년 남덕우 전 총리가 사망하자, 그의 시신은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안장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립묘지에는 친일파 등이 다수 안장돼 있습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썼던 독립투사들은 시신조차 찾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은데 친일파들이 떳떳하게 국립묘지에 안장된 모습을 보면 국민들이 왜 분노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945년 조선총독부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아베 노부유키는 이런 말을 하며 조선을 떠났습니다.

"조선이 승리한 것이 아니라 일본이 패했다.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점등된 그랜드하얏트 호텔을 보니, 마치 '벚꽃'이 만개한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일본은 신군국주의 부활을 통해 언젠가 다시 한국에 올 날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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