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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은 섹스하면 안 되나요?

  • 입력 2014.12.04 15:18
  • 수정 2014.12.04 16:18
  • 기자명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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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SNS에 올라 온 한 아이돌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숙소에서 밥을 먹는 사진이었다. 해당 사진은 바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다름 아닌 사진 속 ‘콘돔’ 때문이었다. 육안으로 바로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한 네티즌이 사진을 확대하여 콘돔으로 추정되는 제품을 포착했다. 주황색 포장지로 감싸진 콘돔에는 ‘King Siz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 방탄소년단 블로그


순식간에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 아이돌 숙소에서 콘돔 발견'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인터넷 뉴스로 기사화되기까지 하며 논란이 확산되었다. 사진에 나온 콘돔의 제품 사진까지 친절하게 첨부된 글들에 달린 네티즌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아이돌 숙소에서 콘돔이 나오다니!'

인터넷 기사들도 ‘충격’, ‘이럴 수가’, ‘세상에’ 등의 수식어를 붙이며 어떻게 아이돌 숙소에 그런 물건이 있을 수 있느냐는 어조를 담아냈다. 소속사 측에서는 콘돔이 맞지만, 팬이 선물한 것이라고 발 빠르게 해명했다. 이것으로 ‘아이돌 콘돔 사건’은 금세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웃어넘기기에는 찝찝함이 남는다.
이유는 사람들의 반응에 있다. 아이돌에게 콘돔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시선. 콘돔의 주인(?)으로 오해받은 방탄소년단 진은 잠깐이지만 수많은 네티즌의 비판을 받아야 했고 심지어 성적인 희롱을 당하기도 했다. 제품이 킹사이즈였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수위가 지나친 댓글들도 종종 눈에 띠었다. 설령 그 콘돔이 정말 해당 멤버의 소지품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게 누군가에게 비난 받을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문제의 King Size 콘돔


섹스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성에 대한 이중 잣대가 존재한다. 대중들은 이제 우리도 개방적으로 성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방송에서 떠드는 ‘낮져밤이’, ‘낮이밤져’ 따위의 말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연예인 개인의 성생활, 특히 아이돌의 성생활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
성적인 매력을 어필하고 이를 하나의 상품으로 이용하는 건 용인할 수 있지만, 실제로 섹스를 하는 건 실망스럽다는 식이다.

‘공인이기 때문에’라는 말도 공허하기는 매한가지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논리. 하지만 그것이 아이돌의 일거수일투족을 대중이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돌은 특히나 10대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도박, 폭언 및 폭행, 음주운전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성생활은 다른 문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 성은 나쁜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미혼남녀가 성경험 사실을 고백했을 때 그것이 비난 받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게 얼마나 불합리하고 폭력적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은 개인의 욕구와 관련된 문제이며 자기 결정권에 근거한 자유이다. 그러나 아이돌들은 그러한 자유를 너무 쉽게 박탈당하는 듯하다.

남자와 함께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은 순수한 국민 여동생의 이미지를 타락시키는가. 콘돔을 들고 다니는 20대 아이돌의 모습은 충격적인가. 언제쯤 우리 사회는 아이돌의 성생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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