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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인터뷰> 분신자살 사건,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김oo씨

  • 입력 2014.12.02 11:43
  • 수정 2015.08.13 17:50
  • 기자명 직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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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직썰


지난달 한 경비원이 주민으로부터 받은 모욕을 참지 못해 분신자살로 생을 마감한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사건 얼마 뒤 찾아간 아파트의 풍경은 그런 참담한 사건이 일어난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워 보였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경비원 이만수 씨가 끝내 숨을 거둔지 얼마 뒤 이씨의 동료 경비원들에게는 해고 예고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경비원의 분신자살, 그리고 남은 동료들에게 날아든 해고통지서. 일련의 소식들을 접하고 한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대체 그곳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가’

그림: 직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에서 8년째 근무하고 계신 경비원 한분을 만나 사연을 들어보았다. 인터뷰에 응한 경비원 김인준 씨는 올해 62세로, 입주자대표 측이 노조의 정년연장안(63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한달 뒤 옷을 벗어야 할 처지다.

사진: 직썰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요?

우린 다른 거 없어. 월급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다른 아파트처럼 정년을 65세~70세까지 연장해달라는 것도 아니야. 그저 63세까지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지. 입주자대표가 이걸 못 들어주겠다고 해고통지서를 보낸 거야.

이곳은 주변의 다른 아파트에 비해 월급이 쌘 편이야. 주변의 다른 아파트보다 20~40만원 정도 더 받아서 월급 170만원 정도를 받아. 정부에서도 노동자들 65세로 연장하고 대책 세워주고 하잖아. 28억 원인가 증액을 하잖아. 우리는 그거 필요 없다 이거야. 여기서 월급을 더 올려달라, 정년을 다른 곳처럼 늘려달라 요구하는 건 우리 욕심이지. 그래서 우린 그저 63세까지만 올려달라고 하는 거야. 그게 입주민들도 낫지. 신입들 와서 막 하는 거보단 경험자들이 와서 알아서 척척척 해 주면 좋잖아. 여기 차가 80개 100개 있어. 경험자들은 그걸 다 외워 버린다고. 새로운 사람들이 오면 주민들도 여러모로 불편할 수밖에 없지.

입주자대표 측이 이만수씨 분신 사건 때문에 ‘아파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이유로 계약연장을 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 건 아니야. 언론의 착오지. 정년 연장 문제는 작년부터 계속 싸워왔던 일이야. 해고장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작년에도 (입주자대표 측이) 정년연장을 안 해줘서 51, 52년생은 다 나갔어. 이 문제 때문에 작년부터 사건이 많았어. 어떤 형님은 옥상 굴뚝에 올라가 농성을 하기도 했지.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에서는 지난해 1월에도 정년기준 조정과 경비원들의 부당해고에 따른 반발로 한 경비원이 영하 15도의 강추위 속에서 단지 내 약 20m 높이의 굴뚝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여 이슈가 된 바 있다.)

사고가 터지기 며칠 전 만수 씨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

“형님이 굴뚝 올라가서 사건이 겁나 커졌지만, 나는 그거보다 더 큰 사건 터뜨릴 수 있어요.”

사진: 직썰

고 이만수 씨에 대한 기억

왜소한 체구에 소심한 사람이었어. 아직 1년이 안된 친구였어. 어느날 팀장한테 “(주민과의 불화때문에 나 힘들어서 못하겠으니 여기서 빼쥬쇼” 한거야. 팀장이 “그래라” 했는데 다시 이만수가 “참고 한번 해보겠습니다” 한번 더 버텨보기로 한거지. 그랬는데 계속 주민이 괴롭히고 하니까... 그땐 설마 그런 일을 벌일 줄은 몰랐지..

미리 예고를 하셨군요?

응. 10월 7일 사건(이만수 씨 분신)이 터진 날 나는 집에서 쉬는 날이었어. 오후 3시에 연락을 받자마자 경찰서와 방송국에 연락을 했지. 그러고 아파트에 나와보니까 다들 쉬쉬하고 있는 거야.

왜죠?

언론에서 떠들까봐. 노조에서 알고 나서 파고들어서 이슈가 된 거지. 이만수 병원에 놔둔 상태에서. 그런데 사고난 지 딱 한달 만에(11월 7일 사망) 간거에요.



그림: 직썰

고 이만수 씨가 주민들로부터 받았던 모욕적인 대우가 흔히 있는 일인가요?

그 입주민(만수 씨에게 폭언을 했던 할머니)은 전에도 늘 그랬어. 그 할머니가 강한 사람한테는 약하고 약한 사람한테만 강하게 나오는 사람이야. 강하게 항의하는 경비원한테는 꼼짝도 못하면서 만수 씨는 키도 작고 순진하니까 무조건 “예예~”하니 만만한 사람이구나 싶어서 계속 괴롭힌거지. 이것이 사무실도 업무처리를 잘못한 거에요. 왜 그러냐면, 대원이 그런 고통을 받고 있으면 사람들이 알아요. 그런 민원이 들어오면 같이 주민한테 찾아가서 ‘예 알겠습니다’하고 나서 근무자를 다독여줘야지.

어떤 주민들은 우리가 혼자 끙끙대고 차를 밀고 있는데 차에 딱 타고 올라가서 시동켜고 앉아있어. 우리 경비원들이 힘이 철철 남아돌아서 미는게 아니야. 직업이 이렇게 됐으니까 하는 거지. 웬만하면 주민이 도와달라고 하면 우리가 다 해. 어떨 때는 방문차량도 밀러 가주면 차에 시동켜고 딱 앉아있어. 어쩌다 한마디 하면 그 사람이 입주민한테 얘기하는거야.

‘xx동 경비아저씨가 되게 딱딱하더라’


사진:직썰

그러면 입주민은 내막도 모르고 사무실에 전화해서 항의를 하는 거야. 언론에서 떠들어서 이런 걸 뿌리뽑아야 해. 그래도 여기는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사니까 주민한테 안 맞고 그래. 다른데 보면 따귀치고 막 맞고도 제발 모가지 짜르지만 말라고 빌어야 해.

일부 주민들의 이야기겠죠?

그렇지. 주민들이 다 그런 건 아니야. 여름에 일하다 보면 지치잖아. “아저씨 왜이렇게 힘이 없어요” 하면서 삼계탕 사먹을 돈도 쥐어주고 잘하는 사람은 잘해요. 몇 명 그런 사람이 있는거지 전 입주민이 다 그런다고 그러면 근무자들이 어떻게 근무하나. 우리한테 인사도 잘하고 잘 대해준단 말이지. 전체를 통틀어보면 그런 문제 있는 주민들은 극소수일 뿐이야.

(분신자살) 사건이 터진 뒤에 주민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그전 같지 않아요.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더 친절해졌어.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대우가 달라졌어. (실제로 현장에서 마주친 주민들은 한결같이 친절한 웃음으로 경비원을 대했다.)

정부가 나서서 경비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해주겠다고 하는데 굳이 최저임금을 받지 않겠다고 먼저 선언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내년 1월부터 감시단속적 노동자에 대한 100%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우리 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7시까지는 한가해. 법대로 하자그러면 휴게시간 처리해서 월급 20만원 30만원 까는 건 간단해. 그러니까 우린 휴게시간 2시간만 쓰고 받던 월급 그냥 받겠다 이거지. 지금 월급은 한가한 시간까지 다 근무시간 인정해줘서 그런 거야. 최저임금보다 적은 이유가 있는 거지. 만약 정부에서 ‘휴게시간을 하루에 2~3시간 이상 주지 마라’ 하면 월급이 자동적으로 오르겠지. 그런데, 노동부에서는 휴게시간은 사업자를 통해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한마디로 실효성이 없는 거야.

사진: 직썰

입주자대표 측이 정년을 무리하게 낮추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 동대표가 부녀회를 없애 버렸어. 그때 전 동대표와 가깝던 고참 경비원들이 주민들 눈밖에 난거지. 주민들은 53~54년생 경비원들을 끄나풀로 보고 있거든. 나이는 구실일 뿐이야. 정년을 빌미로 내 쫒으려는 거지.

계약해지가 경비원들의 노조활동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어요.

입주자대표 측은 노조 때문에 불편할거야.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 노조 때문에 커진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우리가 노조에 가입하게 된 이유가 있어. 그 전에는 전 대원이 3개월마다 계약서를 썼어. 5월에 계약서 쓰고 8월에 짤리고 그랬지. 그런 상황이 오니까 부랴부랴 노조를 만든거야. 안 당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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