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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ONLY!' 대한민국은 백인들의 천국?

  • 입력 2014.11.24 09:32
  • 수정 2014.12.04 21:22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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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만 선호하는 한국의 잘못된 인종차별이 해외 언론에까지 소개됐습니다. '알자지라 더스트림'은 11월 19일 ‘They actually want a white teacher’(그들은 사실 백인 교사를 원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기사 본문에 따르면 션 존슨이라는 미국 흑인 교사는 한국의 교사 모집인으로부터 "션, 미안하지만 그쪽에서 사실상 백인인 교사를 원한다고 방금 알려왔어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고, 또 다른 교사직에서도 이와 유사한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알자지라 더스트림에 기사가 올라가자 많은 외국인들이 댓글을 달았습니다. 내용은 대부분 한국의 인종차별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었습니다.



하버드를 나와도 백인이 아니면 불만스러운 한국

흑인이라는 이유로 영어 강사 채용을 거절당하는 이유는 한국인들이 유독 백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피부색이 검거나 동양인 출신 등은 채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사 채용했다고 해도 급여나 혜택 등에 차별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나는 3년 동안 풀브라이트 재단에서 한국에서 영어 가르치기를 희망한 장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 기본적인 한국어 교육과정이 끝나면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은 한국의 지방 중·고등학교에 원어민 교사로 파견을 나가 영어를 가르쳤다. 그런데 그중 미국의 교포2세 여학생은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자신이 일하던 중학교에서 매우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

교포였기 때문에 한국어를 어느 정도 잘하는 편이었는데, 바로 그 점이 한국 학생들에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백인 원어민 교사에게는 매우 친절하고 협조적이던 학생들은 교포2세 여학생에게는 매우 불손하고 매사 장난치듯 수업진행을 어렵게 했다. 그 중학교 학생들은 아마도 교포2세 여학생에게 영어를 배우는 게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더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불만은 결국 교포2세 여학생에게 부담이 되었고 결국 여학생은 학기를 마치기도 전에 동료교사들은 물론, 풀브라이트 재단과도 아무런 상의 없이 미국으로 도망치듯 돌아갔다. 매우 특별한 경우라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나에게는 매우 상징적인 에피소드로 기억된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합니다. 2010년 대구의 K 초등학교에서는 한 원어민 선생이 그만두면서 자기 후임으로 올 원어민을 소개했는데 MIT를 나온 흑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장은 흑인 대신 고졸 출신의 백인을 고용하기도 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영어 학원이나 유치원에서 "우리는 백인 강사만 있어요." 내지는 "우리는 흑인 강사를 쓰지 않습니다."라고 학부모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이미 대한민국에서 흑인이나 유색인종이 영어 강사가 되기 어려운 현실을 여실히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남 여수의 모 중학교에서 2학년 학생 246명을 대상으로 "원어민 교사를 초대하려고 합니다. 영어 실력은 똑같이 뛰어납니다. 여러분은 다음 중 어떤 인종을 선택하겠습니까?"라는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답변은 백인 81명, 흑인 31명, 동양인 15명, 아무나 107명, 무응답 12명이었습니다. 비록 아무나가 107명이었지만 백인이 좋다고 답한 학생도 33%나 됐습니다. 단순히 원어민 강사 중개업체에서 백인 강사만 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부터 백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백인선호사상'의 병폐

한국인들이 백인 교사만 맹목적으로 원하다 보니 일부 백인들은 영어 수업 능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까지 합니다. 그저 백인이면 허위 졸업장 등 미국에서 문제가 있었어도 한국에서 영어 강사 자리 구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가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에 따른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영어 수업 능력보다 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한국에 들어온 백인 영어 강사들은 인터넷에 한국 여성과 찍은 나체 사진 등을 올리거나, 지하철에서 몰카를 찍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영어 강사들 사이에서는 한국 여성이 백인을 선호한다며 한국 여성을 유혹하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하며 'Making out in korean'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어떤 백인 영어 강사는 한국을 떠나면서 "한국 여자들은 우리 몸을 만지고 대쉬를 합니다. 게다가 정말 용감해서 춤을 추다가 기분이 좋아지면 키스를 해요. 저도 몇 번 키스를 당했어요. 한국에서 키스가 그렇게 쉬운 건지 몰랐어요."라며 한국 여성을 사귀려는 목적으로 들어오는 백인 남성들도 있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부 사례에 불과하기도 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유색인종에 비해 백인이 훨씬 멋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중학생들의 응답은 '그냥', '멋있을 것 같아서'가 총 246명 중 176명이나 됐습니다. 다른 설문에서는 무려 80%가 '백인은 좋을 것'이라는 막연하면서도 조건 없는 선입견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국인이 외국인과 결혼하거나 사귈 때 피부 색깔을 유독 따집니다. 한국 남성이 백인 여성과 사귀면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 남성이 흑인 여성이나 유색인종과 결혼하면 마치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같은 후진국에서 "돈을 주고 데리고 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삐뚤어진 백인 선호 경향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차별을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회

한국이 백인을 선호하는 게 무슨 대단한 인종차별이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다른 나라도 분명 인종차별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차별이 주는 심각성을 대단치 않게 여기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아이엠피터는 백인교사만 구한다는 영어 강사 구인 광고를 보며 1960년대까지 미국에서 벌어졌던 'White Only'(백인전용)라는 문구가 생각났습니다. 인종차별을 없애거나 법적으로 규제하는 노력으로 변화되는 나라와 인종차별인지조차 생각지도 않는 나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백인이 아니라서 같은 영어 강의를 해도 임금과 혜택의 차이가 있거나 유치원생의 영어 발음의 차이가 중요하다며 자격증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무조건 백인 강사만 채용하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특히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무조건 백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주입하거나 보여준다면 한국은 어떠한 다른 차별도 바꿀 수가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력 차별', '지역 차별', '성차별' 등 각종 차별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노포비아'의 확산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강자가 아닌 약자에 대한 폭력과 위협은 그대로 우리 국민 내부에도 영향을 미쳐 아이들을 출발선부터 경쟁과 왜곡에 빠뜨려 버리기도 합니다.

백인이 모두 선한 사람만 있지 않듯이 흑인도 모두 가난하고 못살거나 무식한 사람은 아닙니다. 피부색이나 인종, 종교, 장애 등과 사람의 인성 및 능력은 별개입니다. 강자에 한없이 비굴하고 약자에는 잔혹하리만큼 강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차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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