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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 입력 2014.11.21 09:36
  • 수정 2014.11.21 09:59
  • 기자명 여강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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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주로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한다. 예전에는 동네 서점에 없는 책만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했는데 동네 서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현재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 게다가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에 살다보니 대형 서점에 들르는 것도 여간 수고롭지가 않다. 하루 종일 서점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읽던 기억은 벌써 가물가물한 추억이 된 지 오래다. 사실 인터넷 서점이 편리하긴 하지만 책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멋이나 여유는 없다. 그저 선택의 여지가 없을 뿐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때도 그때 그때 구입하기보다는 필요한 책들을 찜해 두었다가 한꺼번에 결제하는 편이다. 택배비도 아끼고 조금이라도 할인을 더 받을 요량으로.

어제는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이 너무 많아 일부만 우선 구매할 생각으로 인터넷 서점에 접속했다. 나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인터넷 서점 중에서도 알라딘을 이용한다. 하지만 어제따라 접속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컴퓨터가 오래 되었고 자주 버벅대는 편이라 내 컴퓨터 때문이겠지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접속 장애 메시지만 뜰 뿐이었다.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 서점들이 막판 폭탄세일 행사를 진행해서 접속이 폭주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도서 구입은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저녁에 뉴스를 검색해 보니 도서정가제 하루 전날 풍경이 조금은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대 90%까지 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 인터넷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이 수시로 서버가 다운됐고 베스트셀러 순위도 요동쳤다고 한다. 도대체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기에 온라인 서점은 유례없는 폭탄세일을 진행했으며 독자들은 평생 읽을 책을 어제 하루에 다 사버리겠다는 식으로 인터넷 서점에 몰려들었을까?


2014년 11월 21일, 도서정가제 시행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의원이 발의해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도서정가제가 오늘(21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먼저 가장 달라질 도서 시장 풍경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반값 할인 도서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합리적 도서정가제 개정 발표에 따르면 현행 정가제의 할인율(정가의 19%)이 정가제 시행국가(2~15%)에 비해 높을 뿐만 아니라 정가제 적용 예외가 많고 염가할인 판매가 성행하여 간행물 유통질서 문란, 작가의 창작의욕 저하, 출판문화산업 활성화 저해 등 정가제 도입 취지가 약화된 점을 추진 배경으로 설명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의원의 출판 문화산업 진흥법 개정안 발의로 관계부처 및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2014년 11월 21일부터 도서정가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도서정가제 전과 후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먼저 도서정가제 대상은 모든 도서로 확대된다. 기존에는 실용서나 초등학습참고서는 정가제 적용을 받지 않았다. 적용 기간은 기존 출간 18개월 이내 간행물에서 18개월 이내 및 18개월을 경과한 간행물에도 적용된다. 단 18개월이 지난 구간은 정가 재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도서할인율은 기존 정가의 10%(가격 할인)에 판매가의 10%(간접 할인)를 포함해 허용했던 것을 가격 할인과 간접 할인을 포함해 정가의 15%로 제한된다. 또 가격 할인도 경제적 이익을 포함해 10% 이내로 제한된다.

도서관이나 사회복지시설 등 국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는 정가제를 적용하지 않았으나 개정 도서정가제에서는 사회복지시설로만 제한했다. 즉 도서관에 판매하는 간행물의 경우에도 도서정가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를 위반했을 경우 기존에는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었지만 개정 도서정가제에서는 300만 원으로 상향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작 책 소비자만 배제된 도서정가제

물론 도서정가제가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정가나 판매가 할인이 아니더라도 카드 할인이나 쿠폰, 적립금 형태로 기존의 할인율을 유지할 수도 있고 각종 사은품 행사를 통해 가격 할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프라인 중소 서점들은 대형 온라인 서점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카드사 제휴 할인과 배송료 할인도 할인율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출판사들의 책 납품 가격도 대형서점과 중소서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동네 서점을 살리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출판사나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 간 이해 관계를 조정하는 간담회만 있었을 뿐 정작 책 소비자인 독자들의 부담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개정된 도서정가제에 찬성한다. 문화에 대한 대단한 식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제 값 주고 읽은 책이 내 양식에도 제 값을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책 구입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매월 정기적으로 책정된 금액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자주 구입하는 편이라 가계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간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독자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이런 소비자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설득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출판사들은 독자들이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한 도서 가격에 대해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 공급하는 가격 때문이라고 변명해 왔다. 개정 도서정가제로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의 판매가 할인이 제한된다면 그에 맞게 출판사도 도서 단가를 인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책임은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도 마찬가지다. 정부 발표대로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기존의 우려를 싹 잠재우고 장기적으로 책 소비자들의 도서 구입비도 인하될지 두고 볼 일이다. 참, 어제까지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책들은 기존 할인 가격대로 살 수 있을까? 아니면 새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을까? 어쨌든 오늘 할 일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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