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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영어공화국'인가?

  • 입력 2021.11.27 16:20
  • 수정 2021.11.27 16:21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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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주를 방문한 지인이 <제주 4·3평화공원>을 다녀왔다며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 속에는 <제주4·3평화공원>을 알파벳으로 표기한 영문 조형물이 있었다.

지인은 4·3평화공원 표기를 굳이 영어로 할 필요가 있었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영어 안내가 필요했다면 한글로 <제주 4·3평화공원>이라고 쓰고 밑에 영문으로 표기하면 되지 않느냐며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제주를 방문할 때마다 찾는 곳이 <제주 4·3평화공원>이라 일 년에도 몇 차례 취재를 위해 간다. 사실 갈 때마다 눈에 거슬린 영문 조형물이다.

<제주 4·3평화공원>의 연간 방문자는 20만 명이 넘는다. 2019년에는 2년 연속 40만 명이 넘기도 했다. 방문자의 대부분은 육지에서 온 ··고 학생들과 단체 방문자들이다.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들의 방문이 대다수인데도 불구하고 <제주 4·3평화공원>을 안내하는 조형물을 한글이 아닌 영문 표기를 우선으로 했다는 점은 전형적인 '영어 사대주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제주 4·3 사건에서 미군이 저질렀던 만행을 떠올리면 영문 조형물은 안쓰럽기까지 한다.

명칭이나 지역명을 영문으로 표기한 조형물은 제주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제주시 내도동 해안도로에는 'NAEDO', 구좌읍 하도리에는 'HADO', 고내 해안포구에는 'GOnae',' 구좌읍 세화리 도로에는 'Sehwa'라는 영문 조형물이 있다.

제주시가 2015년에 하도 포구에 설치한 조형물은 2,500만원, 고내는 3,3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제주시가 영문 조형물을 설치하는 이유는 사진이 예쁘게 나와 관광객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일명 포토존인 셈이다.

관광객이 좋아한다고 수천만 원을 들여 영어 조형물을 설치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곳은 미국이 아닌 제주도이기 때문이다.

'Hado'라는 영문 조형물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여기가 제주도인지 미국인지 알 수가 없다. 외국 여행을 하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려는 대체물처럼 보인다. 제주도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도로 안내판이나 박물관 안내문에 영문 설명문이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고, 필요하다. 그러나 수천만 원짜리 영어 조형물을 세울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오히려 사라지고 있는 제주어를 표현한 한글 조형물은 어떨까?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외국에 나가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영문 조형물이 아니라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제주만의 독특함이 살아 있는 한글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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