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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주 도심에서 야자수를 볼 수 없다

  • 입력 2021.11.05 11:33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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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에 도착해 게이트를 빠져나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이 야자수이다. 관광객들은 야자수를 보는 순간 "내가 제주에 왔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제주로 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찍는 사진 배경도 공항 앞 야자수이다. (참고로 야자수가 잘 나오게 찍는 포인트는 1번 게이트 앞 급행버스 승강장 쪽이다. 여기서 찍으면 헬로우제주까지 잘 나온다.)

야자수는 제주를 이국적인 풍경으로 만들어 준다. 야자수가 심어진 도로를 달리다 보면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 같다는 생각도 한번쯤 해본다.

이런 야자수를 제주 도심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제주시는 내년까지 야자수 361그루를 뽑아 협재해수욕장 쪽으로 이식 중이다.

제주 도심에 가로수로 심어졌던 야자수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때문이다. 야자수의 수령이 오래되고 상태가 안 좋다 보니 태풍이 오면 쉽게 부러진다.

강풍만 불면 야자수가 도로나 인도로 넘어진다. 자칫 사람과 차량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 15m가 넘는 야자수 잎은 전력선을 망가뜨려 정전 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제주도는 2019년에도 중문관광단지 내 있던 야자수 280그루를 제거했다. 당시 태풍으로 인해 부러지거나 죽은 야자수만 184 그루였다. 제주시는 남아 있는 야자수를 보존하려다 상태가 안 좋아 전부 제거했다.

2018년에 제주에 내린 폭설 .

제주 야자수들이 태풍에 약한 것은 수종이 '워싱턴야자수'인 까닭이다. 워싱턴야자수는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계속되는 한파와 폭설로 나무의 상태가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제주에는 눈이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이가 있는 집마다 눈썰매가 하나씩 있을 정도로 눈이 자주 내린다.

야자수 잎은 넓어서 눈이 오면 쌓이다가 부러진다. 커다란 잎은 무거우면서 끝이 날카로워서 사람이나 차량을 위협한다.

제주가 육지보다는 따뜻해도 은근히 춥다. 겨울 내내 영하의 날씨는 아니지만 가끔 한파가 몰아친다. 열대 지방에서 사는 야자수가 버티기에는 가혹한 날씨인 셈이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는 중문관관단지 야자수를 제거한 다음 가로수로 어떤 나무를 심을지 고민하다가 키가 작은 카나리아야자수와 종려나무로 결정했다. 그러다가 다시 워싱턴야자수를 심기로 했다.

수종 결정을 번복한 이유는 다른 나무로 대체하려고 해도 제주의 이국적인 풍경을 조성하기에는 워싱턴야자수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다시 워싱턴야자수가 강풍에 쓰러지면 어떡하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한국관광공사는 식재한 어린 야자수가 자라려면 20년 이상 걸린다며 나중에 생각하자며 넘어갔다.

지금 제주에 남아 있는 야자수들은 1980~90년대 관광도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심은 것들이다. 2060년쯤에는 2020년에 심은 야자수의 상태가 안 좋아 제거한다는 얘기가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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