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기준 제주 지역 휘발유 가격은 1리터당 1658.24원으로 전국 평균 1619.06원보다 높다. 지난 4월에도 제주 기름값은 12일 연속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주유소에서 파는 기름값이 오르는 게 당연하지만, 제주는 국제 원유가와 상관없이 언제나 전국 최고가를 유지해왔다.

제주도 기름값이 비싼 이유가 물류비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정유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육지의 내륙 운송비나 제주로 오는 항만 운송비나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항만으로 기름을 운반하는 강원 지역도 제주보다 저렴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유소 업주들은 정유사가 폭리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도내 대리소가 폭리를 취한다고 반박한다.

정유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제주도 유류 공급가를 높게 받는 것은 일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제주의 기름값이 비싼 이유는 아니다. 도내 주유소들의 가격 담합도 원인 중의 하나다.

제주 지역을 다니다 보면 짜 맞춘 듯 주유소들의 기름값이 똑같다. 구좌읍이나 제주 시내 주유소나 가격이 동일하다. SK나 GS칼텍스나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가 달라도 판매가격은 대동소이하다.

제주MBC가 오피넷으로 확인해보니 제주시내 129곳 중 74.4%인 96곳의 휘발유값이 똑같았다. 도민에게는 아예 선택권이 없는 셈이다.

주유소가 고의적으로 담합을 하지는 않지만 농협주유소나 알뜰주유소에서 가격을 변경하면 도내 주유소들도 일제히 가격을 맞춘다.

남보다 10원이라도 싸게 팔면 도민들이 더 찾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주유소들은 암묵적으로 판매 가격을 정한 뒤 동일하게 판매하고 있다.

물론 비싸게 받는 곳도 있다. 렌터카 운전자를 노린 '공항 가기 전 마지막 주유소' 등의 팻말을 내건 주유소들이다. 요즘은 전기 렌터카들이 많지만, 예전에는 렌터카 대부분이 휘발유 차량이라 상술에 속아 비싸게 기름을 채우고 반납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팁을 주자면 제주에서 기름을 넣을 때 농협주유소를 가면 속지 않는다. 제주 농협주유소들은 대부분 도내 최저가로 판매하고 농협에서 운영해 어느 정도는 믿을 만하다.

서귀포 지역에서 제주시로 넘어온다면 서귀포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게 약간 싸다. 서귀포 지역은 감귤 농장이 많이 난방유 등 기름값을 농협에서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이다. 다만, 시내에는 농협주유소가 그다지 많지 않으니 유의해야 한다.

제주에서 기름값이 가장 저렴한 곳은 '구좌농협우도지점 주유소'이다. 도내 다른 주유소가 1640원에 판매하는 데 반해 우도주유소는 1620원이다.

원래 우도는 섬 속의 섬이라 기름값이 비쌌다. 2013년 구좌농협이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를 인수하면서 가격이 150원 정도 저렴해졌다.

원희룡 지사는 탄소 중립 운운하지만, 제주는 탄소 제로가 힘든 곳이다. 일단 항공기를 이용해야 하는 지역이고, 귤농사를 위해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농장도 많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가정집도 많다. 그래서 도민들은 기름값에 민감하고 영향도 많이 받는다.

제주가 타 지역에 비해 기름값이 비싼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도민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물류비용을 핑계로 적게는 몇 십원에서 많게는 백원 넘게 비싸니 도민들은 불만스럽다.

제주에서도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이 나왔지만, 10년 넘게 변한 게 없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만 입고 있다.

기름값 비싸다고 차를 배에 싣고 육지 주유소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