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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패배, 민주당이 기억해야 할 세 가지

  • 입력 2021.04.08 22:04
  • 수정 2021.04.08 22:05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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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4·7 재보선에서 패배했습니다. 민주당이 주장한 박빙의 승부는커녕 서울과 부산 모두 20% 이상 차이로 국민의힘이 승리했습니다.

오세훈, 박형준 후보 의혹을 겨냥한 전략이 전혀 먹히지 않았습니다. 후보의 자질보다 '정권심판론'이 훨씬 강했습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터진 부동산과 LH 사태는 심판론의 트리거로 작동했습니다.

청년은 진보, 노인은 보수라는 공식도 깨졌습니다. 출구조사만 봐도 20대 젊은 남성들은 70% 넘게 오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40대 여성도 박영선 후보가 아닌 오세훈 후보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언론은 앞다퉈 민주당의 참패 원인을 내놓고 있습니다. 아마 그 모든 원인이 합쳐져 민주당이 패배했을 겁니다. 패배 원인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당이 이번 4·7 재보선을 통해 무엇을 기억하고 반성해야 하는지를 살피는 일이 더욱 필요합니다.

선거의 시작을 기억하라

이번 4·7 재보선이 치러진 이유는 민주당 시장들의 성추문 때문이었습니다. 민주당은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후보를 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믿었던 것은 당원과 지지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애초에 후보를 내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만약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다른 당 후보를 밀어줬다면 어땠을까요? 승리할 수도 패배할 수도 있었겠지만, 원칙을 지키고 반성을 하는 모습은 충분히 어필했을 겁니다. 또한, 야권 단일화 대신 3자 구도를 만들어 표를 분산시켰거나, 정권심판론을 조기에 차단할 수도 있었습니다.

선거의 시작을 기억해야 합니다. 누구 때문에 졌다며 외부 원인을 찾기보다는 처음부터 민주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지지자들도 언론이나 검찰 등의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패배했다며 그들을 분노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본인들의 문제는 없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180석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졌다.

불과 1년 전인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을 차지했습니다. 2019년에 나온 조국 사태와 청년층의 이탈,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선택했습니다.

180석이라는 엄청난 의석을 만들어줬음에도 민주당의 모습은 실망감만 안겨줬습니다. 개혁은 지지부진했고, 부동산 문제 등 무엇하나 국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지 못했습니다.

이번 4·7 재보선에서 샤이 진보가 투표를 거부하고, 결집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 180석에 있었습니다. 민주당이 180석을 가지고도 무엇을 못했는지 따져 봐야 합니다. 뭐든지 할 수 있는 숫자이지만, 못하면 불과 일 년 만에도 외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간과했습니다.

특히 샤이진보가 민주당을 지지해줄 것이며 절대 이탈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너무 강했습니다. 믿음은 종교에서나 나오는 말이지, 정당이나 정치인이 가져야 할 할 태도는 아니었습니다.

지지자들만이 전부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은 소위 '문파'라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 지지자들이 정치의 전부는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묵묵히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정치적 능력과 결과에 따라 판단하는 지지자들도 있습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같은 스피커를 좋아하는 지지자도 있지만, 그의 말에 갸우뚱하는 지지자들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은 같지만, 모두가 같은 성격과 범주 안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모습은 소위 찐팬만 우리 사람이라는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마치 결사대, 당신들만 있으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 행동했습니다. 결사대 또한 자신들이 전쟁의 주역이자 전부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이번 4·7 재보선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결사대는 계백장군의 황산벌 전투처럼 너무 소수였고, 임진왜란 당시 신립처럼 말도 안 되는 전략을 구사하다가 패전했습니다.

민주당은 의병처럼 각자의 지역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싸우는 사람들을 모두 받아들였어야 했습니다. 인정은 하지 않으면서 같이 싸울 것이라는 믿음은 헛된 망상에 불과했습니다.

어쩌면 민주당이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칼럼을 쓰는 기자에게도 해당됩니다. 돌이켜보면, 민주당의 말에 더 힘을 실어줬던 기사 속에는 앞서 이야기했던 문제들을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던 마음도 담겨있었습니다. 반성하고 또 반성해도 모자랍니다.

4·7 재보선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임기 1 2개월짜리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문제가 아닙니다. 내부 깊숙이 숨겨져 있는 고름이 이제야 몸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눈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고름을 꽉 짜내고 건강한 몸으로 살아가느냐, 일회용 반창고를 붙이고 버티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연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에 따라 국민들의 선택도 바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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