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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킷 챌린지의 나쁜 예

  • 입력 2014.09.24 14:34
  • 수정 2014.09.24 15:00
  • 기자명 여강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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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킷에 동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진>김무성 의원 홈페이지

미국루게릭병협회(ALSA)가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한 자선활동 운동으로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얼음물 뒤집어 쓰기) 열풍이 전세계를 강타했다. 축구 스타 베컴과 메시, 페이스북의 설립자 마크 쥬커버그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 세계적인 유명인사들이 동참하면서 이들의 인맥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아이스버킷 열풍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포츠 스타와 스타 연예인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규칙에 따라 지명된 사람이 24시간 내 얼음물을 맞을지, 100달러를 기부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기부금 대신 얼음물 샤워를 한 사람은 세 명의 아이스버킷 도전자를 지목할 수 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이와 유사한 형태의 기부 캠페인이 2013년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찬물에 뛰어들기 였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얼음물 뒤집어 쓰기로 바뀌었고 미국의 한 골프 채널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고 한다. 지난 여름부터는 국내 정치권에도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이 확산돼 꼭 거쳐야 할 이벤트(?)가 되었다. 아니 진짜 이벤트로 전락하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가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희귀병과 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 관련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30억원 적은 267억원으로 책정되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희귀병과 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 예산은 2013년 315억원에서 2014년 297억원, 2015년에는 267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은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300% 이하(3인 가구 기준 월소득 378만원)인 저소득층 환자에게 의료비와 간병비, 호흡보조기 대여료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작년에는 134종의 희귀·난치성 질환자 2만 580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현재 국내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환자는 약 50만명으로 병의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을 뿐더러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의료비 부담이 커서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얼음물 샤워 대신 기부금으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한 박근혜 대통령

문제는 이 사업이 법적 근거가 없어 언제 중단될 지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정부는 복지 예산이 처음으로 30%를 넘었다고 홍보하면서 정작 취약 계층과 서민을 위한 예산은 줄이고 있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대표는 물론 대통령까지 겉으로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하면서 뒤에서는 되레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는 데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여름 아이스버킷에 동참하면서 다음 도전자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을 지목했다. 김무성 대표는 박지원 의원을 지명하면서 세월호 정국을 의식한 듯 "찬물을 뒤집어 쓰고 정신 차려서 당내 강경파들을 잘 설득해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동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프로야구 홍성흔 선수의 딸 홍화리양의 지목에 따라 추석 연휴 얼음물 샤워 대신 기부금을 냈다고 한다. 아이스버킷 열풍이 확산되면서 지나치게 이벤트성으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것도 현 정부와 집권 여당에 의해서.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기부금을 내는 것보다 취약 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예산을 제대로 챙기는 것이 정부와 집권 여당의 역할이 아닐까. 앞에서는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기부금을 내면서 뒤에서는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 예산을 삭감하는 정부.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가장 나쁜 예를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함을 넘어 절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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