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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들 육군참모총장 인권위 진정 “장교에게 반말 하라고 지시했다”

  • 입력 2021.01.18 11:38
  • 수정 2021.01.18 11:59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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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제49대 육군참모총장 남영신 대장 취임식. 육군본부

육군 주임원사들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12 21일 남영신 육군참모총장과 대대급 이상 부대 주임원사들이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며칠 뒤 주임원사들은 남 총장이 "장교는 부사관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고 말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습니다.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명령을 지시했을 때 왜 반말로 하냐고 접근하는 것은 군대 문화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 쓰는 문화, 그것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남 총장은 "장교와 부사관이 서로 존중을 강조하며 젊은 장교들이 부사관에게 존댓말을 써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발언 내용을 왜곡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국회사진기자단

'자네가 주임원사인가?' 부사관과 장교 간의 갈등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갓 부임한 신임 소위가 부대 주임원사에게 "자네가 주임원사인가?"라고 반말을 했다가 대대장에게 혼이 났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계급으로 따지면 주임원사보다 소위가 높습니다. 그렇지만 일선 부대에서 소위가 주임원사에게 반말을 쓰지는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군대 '짬밥'을 인정해주기 때문입니다.

소위, 중위 등 초급 장교들의 군 경력은 고작 1~2년에 불과합니다. 이에 반해 주임원사들은 군 경력이 최소 20년이 넘습니다.

당연히 초급 장교들의 서투른 지휘 능력이 답답할 때가 있어 계급으로 자신들을 무시하면 부사관들이 반발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대대에 있는 주임원사들의 힘은 의외로 막강합니다. 자주 부대를 옮겨 다니는 장교들에 비해 부사관들은 오랜 시간 같은 부대에 복무해 부대 사정을 잘 알고 있어 행정이나 보급에서 그들의 입김이 굉장히 큽니다.

대대장이 주임원사와 파워게임을 벌이자, 주임원사가 부대 내 부사관들과 짜고 부대 운영과 훈련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도 종종 나옵니다. 진급에 목이 맨 대대장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주임원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일선 부대에서 장교와 부사관의 갈등은 해묵은 문제입니다. 육군에서는 이와 관련해 초급장교들을 위한 책자까지 만들어 보급할 정도입니다.

"계급상으로는 귀관의 하급자이지만, 주임원사는 귀관이 지휘하는 병사들 모두의 대표자임을 인지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할 것."

"나이 많은 부사관을 부를 때는 가볍게 존대할 것"

- 육군 장교 교육자료

군 경력이 많은 부사관에게 가볍게 존대를 하라는 것은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동료에 대한 존중입니다. 육군참모총장이 존칭 쓰는 문화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주임원사들은 당연히 지켜야 할 일인데 왜 고마워하느냐며 반발한 것입니다.

점점 심해지는 부사관들의 하극상

2010년 모 사단에서 부대 회식을 마친 뒤 주임원사가 소령에게 "주임원사가 뭐야. 님자를 붙여야지. 사복을 입었으면 나이에 맞게 예우해야지. 나이 어린 참모들이 예우할 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소령이 주임원사를 꾸짖자 "참 어리다 어려. 너도 그러면 안 되지. 나이도 어린놈이"이라고 말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주임원사는 군사재판에 넘겨진 뒤 강제 전역을 했습니다. 주임원사는 전역 처분을 취소하라며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소송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주임원사의 행위에 대해 "군대 조직 운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명하복의 군인의식이 결여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상관 모욕행위는 군의 지휘체계 및 기강을 훼손하고, 부대단결을 저해하는 것으로, 강제 전역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2020년 중사 1명과 하사 3명이 훈련 준비하는 장교의 실력을 검증한다며 장교 숙소에 들어가 문제를 내고 못 맞히자 폭행을 하고 동성 장교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에서는 대위가 상사에게 ''자를 붙이지 않고 불렀다가 항의를 받고, 초급 장교들을 대상으로 부사관들에게 ''이라고 호칭하라는 교육을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부사관들이 초급 장교를 길들인다며 괴롭히거나 무시하는 일들은 일선 부대에서 자주 벌어집니다. 그런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자 장교들 사이에서는 "나이보다는 계급이 우선이다"라며 반발했고, 남 총장이 주임원사들과의 회의에서 계급을 존중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커뮤니티에는 주임원사들의 인권위 제소에 대해 "왜 초임 부사관들은 짬밥이 많은 병장들에게 반말을 하느냐"라는 글이 올라와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인권위 진정이 군 기강을 해쳤다며 해당 부사관들의 군인 연금을 박탈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왔습니다.

장교와 부사간의 갈등은 군 전력약화와 사기저하로 이어집니다. 인권위 진정을 받은 남 총장이 이 해묵은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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