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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보다 중요한 문제는 ‘우리 안의 설민석’이다

  • 입력 2021.01.09 19:30
  • 수정 2021.01.10 06:42
  • 기자명 임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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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겨진 건 세계사가 아닌, 설민석의 오류들

설민석은 최고의 스타 강사다. 무한도전 등 예능 출연을 통해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고, ‘한국사 전문가’로서의 권위까지 얻었다. 그래서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가 나올 때, 대중의 기대는 컸다. 1화부터 5%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하지만 우려도 있었다. 설민석의 사실관계 오류와 역사 왜곡 논란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벌거벗은 세계사’는 방영 2화 만에 좌초했다.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너무 많고, 흥미 위주의 풍문을 실제 역사처럼 부풀린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벌거벗겨진 건 세계사가 아니라 설민석 강의의 오류들이었다.

문제는 설민석이 아니라, ‘보고 싶은’ 역사를 요구하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러나 설민석이 하차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설민석은 대중의 요구를 만족하는 엔터테이너였을 뿐이다.

예로 많은 한국인이 ‘일본의 역사 왜곡’으로 아는 광개토왕비문을 보자. 비석에 “일본이 백제와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는 내용을 두고, 설민석은 “일본이 바다를 건너오는 걸 고구려가 격파했다”고 해석한다.

스타강사답게 이런 말도 붙여주고…

국뽕으로는 한 수 위인 김진명은 “백제가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고 주장한다(…)

광개토왕비문의 진실: 해석은 “일본이 백제와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가 맞다

인문학 영상 강의 플랫폼 ‘다물어클럽’에서 4명의 진짜 국사학자를 모아서 의견을 들었다.

이들의 의견은 놀랍게도, 우리가 싫어하는 해석이 맞다는 것.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안정준 교수 “일본은 광개토왕비문 조작을 저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역사 왜곡은 우리들이 저질렀던 것이다. “일본이 백제와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는 해석이 맞으며, 우리는 한국이 일본을 물리쳤다는, 그저 ‘듣기 좋은 역사’에 빠져 있었던 것. 실제 설민석은 이때 큰 오류를 저질렀으나, 아무 논란 없이 넘어갔다

백석예술대 한국사 강사 김재원 “대중매체의 역사는 국뽕 예찬”
설민석은 이때도 큰 오류를 저질렀으나, 우리가 좋아했기에 논란은 없었다.

그런데… 일본이 한국을 점령한 것도 거짓이다

“일본이 백제와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는 내용은 진실일까? 그렇지 않다. 뒤에 이어지는 내용이 “고구려가 출정하여, 일본이 어지럽힌 한반도를 회복했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즉, 고구려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악당역으로서 일본의 역할을 실제보다 과장한 것이다.

광개토왕비는 애당초 ‘객관적인’ 시선에서 쓰인 사료가 아니다. 광개토왕 사후, 장수왕이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다. 고구려의 위상과 역할을 훨씬 과장하고 광개토왕을 영웅적으로 연출한, 현대적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정치적 선전물에 가깝다.

서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강진원 “굳이 역사를 민족주의로 왜곡할 필요는 없다”

다물어클럽의 역사학자들이 강조하는 부분은 여기에 있다. 역사는 굳이 왜곡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사실 그 자체로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와 함께 배움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과거를 통해 현실 문제의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위 내용은 다물어클럽의 강의 중 일부이다. 4명의 역사학자가 모여 민족주의적, 포퓰리즘 역사 강의를 비판하고, 광개토왕비를 통해 어떤 관점이 올바른지 이야기한다.


강의를 통해 우리는 광개토왕비는 그 자체로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사료임을 알게 된다. 굳이 민족주의적 판타지를 거기 투영할 필요가 없다. 덧씌워진 판타지를 벗겨내고 ‘진짜’ 광개토왕비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 흥미로운 지적 여흥인 것이다.


인문학 영상 강의 플랫폼 다물어클럽에서는 위 광대토왕 해설 강의를 비롯한 다수의 인문학, 역사 강의를 만나볼 수 있다.

인문학의 넷플릭스 다물어클럽 바로 가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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