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청. 연합뉴스
기초생활수급자인 백발의 참전용사가 기초수급 수당과 장애인연금 등으로 모은 돈 30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써달라며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9일 울산시 중구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께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에 국방색 점퍼와 짙은 색 바지를 입은 남루한 모습의 한 노인(77)이 들어섰다.
왼손에 검은 장갑을 낀 노인은 기초생활수급 담당 공무원에게 다가가 오른손으로 주머니에서 돈뭉치를 꺼내 내밀었다. 끈으로 묶어 가져온 지폐 뭉치를 풀어보니 오만원권 40장, 만원권 100장 등 모두 300만원이었다.
공무원은 이 노인이 자신이 담당하는 기초생활수급자임을 한번에 알아봤다. 노인은 참전 유공자이고 왼손이 절단된 장애인이다. 그가 가져온 돈은 정부로 받은 수당과 연금 일부를 모은 돈이다.
노인은 공무원에게 “평소 국가 혜택을 많이 받았고, 항상 주위의 관심과 도움을 받은 것이 고맙다”며 “혼자 살다 보니 돈을 많이 쓸 일이 없어 조금씩 모았다. 남들이 보기에 큰돈은 아닐 수 있겠지만 내 마음인 만큼 잘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노인은 지난해 12월에도 300만원을 기부했다. 이 기부금은 의료지원이 필요한 지역 내 독거노인 그리고 어려운 가정환경의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담당 공무원은 “할아버지는 보증금 100만원짜리 집에 살며 옷 사 입을 돈, 음식 사 먹을 돈을 아껴서 기부해주셨다”고 전했다.
울산 중구는 올해 기부금을 저소득 예비 대학생 가정에 노트북 6대를 후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