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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교수는 왜 게으른 비평을 할까?

  • 입력 2020.10.10 20:58
  • 수정 2020.10.10 21:06
  • 기자명 정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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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

서민 선생께서 공부 못하는 학생의 특징에 관해 상세히 설명해주셨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공부 못하는 학생들은 자꾸 핑계를 대고, 나쁜 친구를 사귀며, 정신승리를 오지게 한다고 한다. 그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특징을 개인의 일탈과 결함에서 찾고 있다. 학창시절 주로 나쁜 친구역할을 맡았던 내입장에서는 뜨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서로 무관한 부정적 이미지들을 모아 제멋대로 결론낸 엉터리 비유에 불과하다. 공부 못하는 것을 오로지 개인의 죄악으로 여기는 학업주의 통념에 기댄 게으른 비판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실제로 공부를 잘했는지 못했는지 따위의 이야기는 끼어들 틈이 없다.

서민 블로그: [닮은꼴] 공부못하는 학생의 전형 문재인

무엇보다 서민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실정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갑자기 서민에게 질타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에서 몇등을 하든 얼굴도 모르는 기생충 박사에게 소환당해 비판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서민이 언급한 특징들만 피한다면 모든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것일까? 다른 건 모르겠고, 한국 학생들의 학업 성적이 갈수록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지위에 연동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이는 서민이 언급한 개인적 결함들의 연관관계보다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정치적 비판을 위해 진실에 눈감고 싸구려 통념에 기댄다면 조중동에서 환영받는 비판자는 될 수 있어도, 좋은 어른은 될 수 없다.

▲서민 교수 블로그

서민은 이 글이 비판 받자 대깨문들의 집단 난독이라고 해석했다. 그의 비판자들의 대가리가 깨졌는지 안 깨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서민이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의 비판자들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본인이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편견을 덧씌우는 혐오 발화를 했다는 사실이다.

그저 생각이 짧았다 사과하고 지우면 그만인 글이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들어야 할 비판은 무시한 채 손쉽게 대응할 수 있는 바보 같은 비난을 본인 블로그에 캡처해 전시하며 내가 틀리지 않았다큰소리 쳤다. 이것은 본인이 그렇게도 경멸하는 정치병 환자들의 태도가 아닌가?

논객들이 엉성한 비유와 소박한 위트로도 쉽게 박수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기성언론이 권력에 장악되고 대중이 사이다에 목말라하던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거악에 대차게 맞설 배포만 있다면 누구나 환호를 받을 수 있었다. 대충 그럴싸한 비유로 정권을 놀려대면 사람들은 촌철살인이라며 열광했다. 공통의 타깃이 워낙 거대했으니 아무렇게나, 아무데나 비판을 던져도 골인이 되던 시절이었다.

서민은 그런 쉬운 비평의 시대에 수혜를 받은 사람이다. 거악이 물러나고 세상은 훨씬 더 복잡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그시절 쉬운 비평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10년 넘게 그렇게 흘러온 쉬운 비평가에게 갑자기 정밀하고 날카로운 비판을 기대하긴 어려울 거다. 그래도 본인이 얼마나 쉬운 비평의 시대를 누려왔는지는 좀 알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두번 할 헛소리를 한번만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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