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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리아' 유감

  • 입력 2020.10.07 12:52
  • 수정 2020.10.07 13:16
  • 기자명 정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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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울터미널 롯데리아 입구에 붙은 '군대리아' 포스터

요즘 그렇게 핫하다는가짜사나이의 이근 대위가 롯데리아 입구를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다. 저길 들어가려면 팔굽혀펴기 30회 정도는 해줘야 할 것 같다. 최근 출시되었다던군대리아홍보물인가 보다.

이 포스터를 보니 한국 군대가 교과서에나 나오는 조선광복군처럼 느껴진다. 의아한 것은 음식마저 낭만적으로 회고할 정도로 한국 군대가 좋아졌느냐는 점이다. 또 군대리아로 상징되는 군복무의 경험은 껄껄 웃으며 회상할 정도로 아름다운 기억인가?

술자리에서 비현실적으로 미화된 전역자들의 군대 경험담을 흔히 듣는다. 비록 몸은 고되지만 끈끈한 전우애와 인간의 희노애락이 아름답게 살아 숨쉬는 별세계의 이야기. 민간 세상에서라면 당장에 구속수사가 들어가야 할 에피소드들이 군대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회고된다.

전역자들이 낭만적으로 늘어놓는 군대 무용담은 그게 얼마나 끔찍한 경험이었는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남자들이 만들어낸 허구적 기억에 가깝다. 이런 낭만화는 끔찍한 경험으로부터 자아가 상처받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이다.

롯데리아는 그들의 날조된 추억을 매끈하게 포장해 민간세상 상품으로 내놓았다. 군대리아는 비현실적으로 낭만화된 군대가 마초 유튜버, 프렌차이즈 마케팅과 결합해 만들어진 괴물 같은 상품이다.

지금도 50만 현역 병사들이 먹고 있는 저질 음식 군대리아를, 그들이 오늘도 겪고 있는 징병제의 폭력을추억으로 소환하는 상품을 보니 좀 섬뜩하다. 군대리아 마케팅은 징병제의 폭력을 '누구나 겪는 한때의 추억'으로, '너끈히 견딜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경험'으로 포장해낸다.

당신들은 그곳에 다시 갈 일이 없겠지. 그러나 내가 가난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쪽방촌을 낭만적으로 전시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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