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의 형(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동생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집회와 맹렬하게 불타는 미니애폴리스의 건물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뿌리 깊은 좌절을 토해내는 거센 숨결과도 같다. 60년대의 대대적인 민권운동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배제와 차별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회 상황은 다인종 국가인 미국의 가장 큰 사회적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 제도화된 인종차별이 공식적으로 사라지고 나서도 미국의 흑인들은 암암리에 사회에서 지속적인 차별과 배제에 노출돼 있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는 경제적인 통계로 어느 정도 실증이 가능하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에 일등 공신인 러스트 벨트의 사례를 들어 미국의 탈제조업으로 인한 백인들의 경제적 지위 하락이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으나 실제 미국의 탈제조업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계층은 흑인 노동자 계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백인 저소득층 증가의 그림자에 가려 실질적인 피해자로 규명되지도 못했다. 실제로 다보스 포럼의 자료에 의하면 이 현상은 상당히 두드러진다.


해당 자료에 의하면, 1960년 미국 전체 남성 노동자 중 약 27.7%가량이 제조업에 종사했으나 흑인 남성의 경우 21.3% 만이 제조업에 종사해 약 6.4% 정도의 제조업 고용점유율 갭을 나타냈다. 이는 60년대 민권운동을 통해 상당히 개선돼 1980년에 다다르면 갭이 0.5%까지 축소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1980년 이후 미국이 본격적인 탈제조업 국면에 들어서면서 흑인 노동자 계층은 제조업에서 타 인종에 비해 더 크게 배제되기 시작한다. 2010년에는 갭이 3.4%로 다시 확대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여성을 포함한 전체 노동계층의 통계를 살펴보면 다소 축소된다. 2019년 미국 정부의 코호트별 취업자 수를 살펴볼 경우 백인 노동자와 흑인 노동자의 제조업 고용점유율 갭은 약 1.68%가량으로 조사된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1980년대 이후 장장 30여 년에 걸친 미국의 탈제조업 흐름 속에서 흑인 노동자 계층이 타 인종 대비 더 많이 배제돼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쉽게 설명하자면 백인이 한 명 해고당할 때 흑인은 최소 1.2명에서 많게는 2명까지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며 시위에 나선 사람들 ⓒ연합뉴스



그러나 흑인 노동자 계층의 배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백인 노동자 계층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고, 이 때문에 실제로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몰락한 미국 제조업을 겉으로만 살펴볼 경우 백인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처럼 관측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들은 2016년 대선에서 상당 부분 트럼프의 당선에 힘이 됐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흑인들은 경제적인 피해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입고도 이에 대한 적절한 정치적 또는 경제적 보상에서 소외됐다.


고용 통계를 업권별로 나눠 분석할 경우 경제 핵심부에서의 흑인의 배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앞서 언급했던 미 정부의 2019년 고용 통계를 산업별로 분류할 경우 흑인 노동자 계층은 건설업, 제조업, 전문직, 금융업 등 상대적으로 고소득인 직종의 고용 점유율이 백인 노동자 계층보다 낮다. 이 말은 흑인 노동자 중 상대적으로 더 적은 숫자만이 고소득-고숙련 노동에 종사한다는 것이다. 반면 운송/유틸리티, 교육/헬스케어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많은 흑인 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다.


흑인 노동자 계층이 더 많이 종사하는 산업 역시 세부 업태를 살펴보면 그 경향성이 뚜렷이 관찰된다. 흑인 노동자 계층은 택시업, 화물 트럭 운송업, 택배업, 요양 시설 종사업 등 상대적으로 저숙련 저부가가치 노동에 집중돼 있다. 반면 같은 산업이라 할지라도 의사, 운송 관련 IT 시스템 관리 등은 대개 백인 또는 동양인이 집중된 모습이 관측됐다. 즉 미국에서 흑인 노동자 계층은 타 인종 대비 상대적으로 저숙련-저부가가치 노동에 더욱 많이 종사한다는 뜻이다. 이는 히스패닉 계층에서도 유사한 경향성이 관찰된다.


저숙련 및 저부가가치 노동의 종사는 결국 필연적인 저소득 환경을 끌어내고, 이는 다시 교육의 부재 및 마약과 범죄로의 노출 등으로 이어져 하나의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된다.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역시 부검 결과 매스암페타민 등 마약 성분이 검출됐으며 다수의 전과를 가졌고 복역 사실 또한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는 그의 경제적 배경을 고려할 때, 또한 그의 직업 역시 레스토랑 경비원이라는 저숙련 저부가가치 노동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결국 그 악순환의 고리 일부분이었다는 점을 이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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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신경제’, ‘4차 산업혁명’ 등의 명칭으로 불리며 최근 미국의 성장을 주도해왔던 IT 전문직군의 경우 대부분 백인과 동양인의 차지라는 점은 불편한 현실이다. 특히 코딩 등과 관련된 IT 시스템 설계 및 SI 등의 업종은 동양인이 압도적 포지션을 점유하고 있다. (미 정부 통계에는 동양인 전체 노동자의 약 8%가량이 해당 업종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즉 백인 또는 동양인이 우버의 플랫폼을 짜고 서버를 구축하면 그 하부에서 실제로 운전을 하는 것은 흑인 또는 히스패닉이라는 구조가 구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의 불평등은 결국 정치적 민권운동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흑인 계층을 사회에서 배제하는 현상에 꾸준히 공헌해 왔다. 현재 미국의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은 결국 흑인 노동자 계층의 높은 범죄율과 폭력성 등을 거리낌 없이 지적하지만, 그 이면에는 30~40년에 걸친 경제 성장에서의 흑인 노동자 계층에 대한 배제가 있었다. 이는 현재 이민자가 차츰 늘어가는 국내의 경우에도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경제적으로 차별받는 것은 어쩌면 제도적으로 2등 시민을 규정하는 것보다 더욱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직썰 필진 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