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사료관



2009년 노무현이 떠난 이후그해 5월 24일과 29일에 썼던 두 편의 글로 그를 추억·추모하고자 한다.




노무현남은 자들의 성찰과 참회 (2009. 5. 24. 작성)


▲ 노무현의 눈물그를 생각하는 국민감정은 애증이 교차할지 몰라도그의 진정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접한 곳은 서울 교사대회로 가는 전세버스 안에서였다누군가가 그가 자살을 기도했다는 소식을 전하기 무섭게 차내 TV의 뉴스 채널은 그의 죽음 주변을 계속해서 보도하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사망 사실을 확인해 줬고이내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검찰 수사가 그에게 미치기 시작할 때쯤이다나는 언뜻 그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신문에 불법적으로 공표된 피의사실이 사실이고그가 그 책임을 지고자 한다면 그의 선택은 죽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나 나는 날마다 지면과 뉴스 화면을 장식하는 그의 비리 관련 기사를 씁쓸하게 지켜보면서 이내 그 생각은 접어버렸다.


나는 애당초 그의 죽음을 심상하게 받아들였다한 인간의 죽음 앞에 짓는 우리의 표정이란 게 그렇지 않은가나는 그 죽음을 애도하며그것으로 그는 자신의 정치적 삶에 대한 책임을 진 셈이라고 생각했다죽음 가운데 무겁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는가그러나 나는 그가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의 문제를 종결한 것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노무현은 민주주의를 지향한 많은 민주시민에게 있어서 애증의 인물이었다우리 정치사에서 그만큼 국민의 적극적 지지와 사랑을 받은 정치인이 또 누가 있을까그는 때로 사람들에게 자랑과 자부였고희망과 꿈이었다그러나 그는 때로 환멸이었고배신이었고절망이기도 했다.


그에 대한 지지를 접고 그를 비판하기 시작한 숱한 시민들에게 그는 환멸이면서 그러나 버리지 못하는 추억이고 꿈이었다많은 사람이 그를 맹렬히 비난하다가도 그의 반대자 앞에서는 시치미를 떼어야 하는 이율배반에 시달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나는 그의 실패가 개혁진영에 두 가지 상처를 던졌다고 생각한다그가 지지자들의 기대에 반하는 실정을 거듭하다 결국 정권을 내준 것은 대중들에게 개혁진영에 대한 ‘불신을 광범위하게 학습한 것이 그 첫째다퇴임 후 그는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됨으로써 그 비리의 성격과 상관없이 ‘그들도 별수 없다는 인식을 다시 대중들에게 학습시킨 것이 그 둘째인 것이다.


나는 그의 비극적 죽음이 결국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의 성장통쯤으로 정리되리라고 생각하면서 이내 그 생각을 떨쳐 버렸다그러나 대회를 마치고 귀가하는 서너 시간 동안 줄기차게 방송된 TV 뉴스를 바라보면서 나는 조금씩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전혀 의식하지 않은 일이었다그런데도 조금씩 그의 죽음이 무겁게 다가오기 시작했다그것은 단순한 죽음스쳐가는 사고가 아니라 이 나라 민주주의와 그 역사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한 정치인의 좌절과 패배였고그것이 환기해 주는 우리 자신에 관한 확인이었기 때문이다.


버스 안에서 소식을 전하던 후배는 울고 싶다고 했다대회장에서 만난 친구는 눈물지은 아내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 밤 술을 마시며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우울하게 말했다귀가하면서 전화를 걸었더니 아내는 전화기 저편에서 울먹였다종일 뉴스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오늘 아침(2009년 5월 24), 긴급 제작돼 배달되어 온 한겨레를 읽으며 나는 그제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나는 거의 내용도 바뀌지 않는 뉴스를 보고 또 보았다시간이 지날수록 새록새록 새로워지고 짙어지는 이 슬픔을 나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 안동 중심가에 시민단체가 설치한 분향소



▲ 자전거를 타는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 사료관



세상에 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는가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은 이 참담한 실존 앞에서 인간 노무현정치인 노무현의 죽음은 마치 아픔처럼 새롭게 자라나고 있었던 것 같다그에 대한 지지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 앞에 애도하는 것은 한 인간의 실존적 결단 앞에 바치는 인간의 예의다.


‘서거’가 아니라 ‘자살이라고 보도하라고 망발한 극우 파시스트나 죽음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추악한 퇴물 정치인은 그런 뜻에서 보면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없는 이들이다그들은 자신과 자기 계급의 작은 이해를 위해 인간의 존엄조차 서슴없이 저버린 셈이다.

누구는 정치적 타살이라고 하고누구는 모든 책임을 지고 갔다고 한다가족과 친지측근과 친구 등을 반년 동안 집요하게 압박해 소기의 정치적 성과를 낸 검찰의 전공은 눈부시다. ‘검사와의 대화에서 증명했던 머리 좋은 검사들의 ‘기개는 죽은 권력을 난도질하는 데도 발군이었다소환 조사 뒤 20여 일 동안 처리를 끌며 ‘망신거리를 흘려 그 주검에다 침을 뱉게 했던 그들은 얼마나 늠름한 공권력인가.


서울에선 자발적 시민들의 분향소 설치와 분향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 때문에 조문객들은 지하철역까지 줄을 늘어뜨리고 있다고 한다그러면서 정부는 공식 분향소를 열겠다고 한다정권은 국민의 애도가 촛불로 타오를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고 서울 중심가에 물대포까지 배치했다고 한다권력에는 시민들의 애도조차 두려운 것일까.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시민들의 애도는 자기 파당의 이해만이 눈에 보일 뿐 진실과 공의 따위야 오불관언인 세상순식간에 2, 30년 전으로 퇴행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그것 자체인지도 모른다시민들은 정치인 노무현의 죽음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가꾸어 온 민주주의와 그 가치를 새롭게 기억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의 죽음과 함께 검찰은 겸연쩍게 수사를 접었지만정치인 노무현이 저질렀던 혐의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아닐 터이다그러나 그것과 무관하게 사람들은 새삼 2009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그 역사적 의미를지난 세기 내내 싸워서 지켜온 가치들을 성찰하고 있다많은 사람이 흘리는 눈물그 슬픔의 의미는 성장에 영혼을 팔고 있는 오늘의 삶과 가치에 대한 뜨거운 참회일지도 모른다.




‘그’를 배웅하면서 (2009.05.29. 작성)



▲ 베이스볼 파크 회원들과 MLB 파크 회원들이 마련한 광고(1)



▲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성금을 모아 마련한 광고 (17)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날이다.


간밤에 자리에 들면서 내일(2009년 5월 30조기를 달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아침에는 출근을 서두르느라 깜빡 했다출근해서 수업에 들어가는데 생각이 났다급하게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조기를 게양하라고 일렀다지금쯤 우리 집 베란다에는 조기가 쓸쓸하게 펄럭이고 있을 것이다.


오늘자(2009년 5월 29한겨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한 네 건의 전면광고그리고 세 건의 하단 통광고가 실렸다전면광고 중 하나는 한겨레에서 실은 듯하고 나머지 셋은 누리꾼들이 모금으로 이뤄진 광고다그런 광고를 실을 수 있는 신문이 있다는 것도 그나마 축복이다.



▲ 82cook,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 등이 마련한 전면광고 (7)



▲ DVD 프라임 내 회원들이 마련한 전면광고 (15)



광고 문안들이 마음에 아프게 닿아왔다모두가 익숙한 내용이다밀짚모자를 쓴 미소 짓는 그의 얼굴 아래 쓰인 글귀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딸애에게 그 문안을 읽어주는데 내 목소리가 좀 흔들렸나 보다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려 있다.


당신이 다시 태어나

바보 대통령이 또 한 번 된다면,

나는 다시 태어나 그 나라의

행복한 국민이 되겠습니다.


‘행복한 국민’……. 국민을 향해 허리 굽히고 미소 짓는 권력자원칙을 위해 이익을 버리는 바보 대통령을 둔 국민은 행복하다. ‘그 나라의 행복한 국민’. 그건 정말 수사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만면에 미소를 피운 그의 얼굴을 담은 광고 한 편이 거기에 대답하고 있다그가 쓴 친필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강물처럼!” 아래에 그렇게 적혀 문구로.


이제 우리가 강물이 되겠습니다.

어떤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바다에 이르는 그 날까지

묵묵히 흐르겠습니다.

당신은 우리 마음속의 영원한 대통령입니다.


신문을 덮으면서 생각한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맏형이 되고 싶었는데 정작 구시대의 막내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를 보내며 사람들은 그가 지향했던 시대와 그 가치를 재확인하는 것이다그래서 그 죽음은 더욱 무겁고 아픈가 보다.


희망은 그를 ‘마음 속 대통령으로 기리며스스로 ‘강물이 되리라는 사람들에게 있다갈 길은 멀고 쉽지 않다그러나 지난 7일 동안의 국민장 기간 내내 분향소에서봉하마을에서덕수궁 앞에서 눈물을 씻었던 사람들그 눈물의 의미를 새롭게 새긴 이들에게서 나는 녹록지 않은 희망을 훔쳐보며, ‘바보’ 노무현을 배웅하기로 한다.


구시대의 막내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여는 밑거름으로서

노무현 대통령,

당신을 보냅니다.

편히 쉬소서.



▲ 누리꾼들이 성금을 모아 만든 전면광고 (28)



▲ <씨네21> 듀나의 영화낙서판 글귀로 만든 전면광고 (13)



직썰 필진 낮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