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민식이법’이 의결되는 모습 ⓒ연합뉴스



# 시속 30km/h 미만 주행 중 사고라도 처벌받는다?


지금 각종 커뮤니티에서 주로 거론되는 “민식이법은 악법이다”라는 주장의 근거는 바로 무과실책임의 발생 여부다. 12대 중과실이 아니더라도 징역 3년 이상이라는 강한 양형 규정을 도입함으로써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운전자 책임을 무리하게 묻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법규를 확인하면 다소 다르다. 현재 본회의에 상정된, 민식이법의 양대 축 중 하나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개정안은 아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제5조의13(신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 자동차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 규정은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불문곡직 운전자를 가중처벌하겠다는 규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처벌 대상 자체가 “도로교통법 제12조제1항에 따른 조치 및 의무를 위반하여 죄를 범한 경우”이다. 이 경우를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12조제1항의 조항은 아래와 같다.


[제12조(어린이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 : 시장 등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시설의 주변도로 가운데 일정 구간을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자동차등과 노면전차의 통행속도를 시속 30킬로미터 이하로 제한할 수 있다.”]


결국 도로교통법 12조 1항에 따른 조치 자체가 시속 30킬로미터의 속도제한인 것이고, 민식이법 역시 이 시속 30킬로미터를 일종의 인계철선으로 하여 주의의무의 위반을 따지는 것이다. 때문에 천안 어린이 사망사고의 가해자는 시속 23.6km로 주행 중이었고, 불법주차 차량으로 인해 사각지대가 발생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개정 법률의 가중처벌 대상이 아니다.


애시당초 스쿨존 내에서 사망사고가 날 경우 무조건 3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하게 된다면 이는 당연히 무책임과실의 다툼 여지가 발생하는 것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전문위원 검토 당시 부실사항으로 지적되지 않았을 리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주장은 법률 조항을 세세히 읽지 않은 채로 악의적으로 주장되는 가짜뉴스와도 같다. 여태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스쿨존 내에서는 과속을 하지 않으면 된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님 질문에 답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 인프라 확충 없이 양형만 늘려 놓았다?


민식이법을 마치 과속 단속카메라 증설 법안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민식이법의 다른 한 축인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이는 오해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개정 도로교통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2조제4항 및 제5항 신설) : 어린이 보호구역에 지방경찰청장, 경찰서장 또는 시장 등에게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횡단보도 신호기 등 어린이 안전을 위한 시설/장비를 우선적으로 설치하도록 의무를 부여함.]


해당 법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 조직에 단속카메라 이외에도 가장 중요한 횡단보도 신호등을 의무적으로 우선 설치하게끔 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도로교통법 개정에 대비해 관련 행정 절차를 예고했다. 스쿨존의 기존 선정기준 자체를 종전 반경 200m 에서 300m로 늘렸고, 스탑존 도입 및 교통경찰 620명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일괄 전환배치했다. 물론 이 정도라도 선진국 기준에는 한참 미달이지만 이미 움직임은 시작된 것이다.


법률만 정해 놓고 지자체장들이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면 도루묵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을 최초 입안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과의 대화 이후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내리기 이전까지 관련 부처에서는 예산이 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아산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불법주차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봤을 때 단속카메라 설치는 필수적이다.


때문에 민식이법은 현재 화급하게 필요한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설치하게끔 강제한 규정이라는 점에서도 당연히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자체 및 각 부처에서 알아서 하면 될 일을 법률만능주의로 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행정은 늘 예산으로 묶인 몸이기 때문에 이렇게 법률로 강제규정을 만들지 않으면 아이들이 아무리 죽고 다쳐도 어른들의 관심 밖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것인가.




스쿨존 제한속도가 적힌 ‘생활 안전 가방 덮개’ ⓒ연합뉴스



# 단속카메라 설치해 봤자 사고 얼마나 줄겠나?


줄어든다. 그것도 꽤 눈에 띄게 줄어든다. 실제로 미국 뉴욕 시에서는 지난 2013년 뉴욕 시내 5개 자치구의 스쿨존 140개에 과속단속 카메라를 5년 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이후 고정식 카메라 및 이동식 카메라 140대가 스쿨존에 투입됐다. 그 결과 2017년 한 해에만 과속 차량이 63% 감소하고 교통사고 피해자는 17% 감소했다. 현재 뉴욕 시 당국은 단속 지역을 290개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세계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국내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건수는 지난 1992년의 1,566건에서 지난 2015년 53건으로 무려 97%가 줄어들어,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인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국의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글로벌 평균 대비 낫다는 것이지 연간 53건도 매우 많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세계은행 자료에서는 한국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건수 감소의 주요 원인을 강력한 규제, 녹색어머니회, 그리고 도심 이곳저곳에 설치된 단속카메라로 들고 있다.


기본적으로 단속카메라의 효과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한국이 아직 스쿨존 단속카메라 자체가 형편없이 적기 때문에 아예 사고 감소의 효과를 측정조차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 단속카메라의 설치는 과속의 제한 및 불법주차 등으로 인한 사각지대의 예방 등을 위해 필수적이다.




ⓒ자유한국당 페이스북



# 여당의 잘못으로 인해 법안 통과가 어렵다?


“인권은 찬반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구절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자. 이는 “어린이 안전에 관한 법률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야기와도 같다. 때문에 이 법률은 애시당초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데 협조할 테니 유치원 3법 필리버스터를 보장해달라”라는 말 자체가 강도가 집 안에 쳐들어와서 “목숨은 살려 줄 테니 가진 것을 다 내놓아라”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논란이 일자 부랴부랴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의 대상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문제는 민식이법이 필리버스터의 대상이 되고 말고가 아니다. 애시당초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직권상정이 아니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될 일밖에 남지 않은 선거법의 상정 철회를 요구하며 여기에 민식이법을 얽어 넣은 것이 문제인 것이다. 대체 여기서 여당이 이 요구를 들어줘야 할 이유도, 그 상황도 모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또다시 유치원 3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카드로 들고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홍신학원의 수익용 재산의 처분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된 것과 유치원 3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정말 우연의 일치일 뿐일까? 올 여름 “상식적으로 이런 것을 취재하지 않을 수 없다”를 매일같이 언급하던 수많은 법조언론인들은 지금 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연합뉴스



# 예산이 많이 든다?


정부가 하는 일에는 무조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은 논외로 하자. 물론 예산이 얼마나 소모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세수니 예산이니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딱 한 마디로 되돌려 드리고 싶다. 어른들이라는 사람들이 그 돈을 아까워하니까, 오늘도 내일도 아이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부모들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직썰 필진 힝고